Purslane/서재2009. 3. 3. 14:04

총서에 가끔 손이 갈 때는 어떤 주제에 대한 최초의 접근인 경우가 많다. 잘 모르는 분야지만 한번 시작하고 싶을 때, 가벼운 무게에 알찬 내용이 담겨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다.

가끔 가벼운 무게에 내용마저 가벼워서 실망할 때도 있지만, 반대로 기대이상의 보석같은 책을 만나기도 한다. 작은 책이라고 무시하면 안된다. 이런 총서류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단행본으로 만들어도 좋을 만한 주제를 담고 있거나, 이름만으로도 신뢰가 가는 저자도 많다.

최근 살림지식총서에서 기업인들을 주제로 몇 권을 출간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잭 웰치, 워렌 버핏, 조지 소로스 등. 이미 시중에는 이들에 대한 책이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이 있다. 그들의 성공신화와 그 비법이 궁금한 이들을 위해 지금도 쓰여지고 있을지 모른다.

이 사람들은 뭐가 다른 걸까? 심플한 디자인의 애플과 언제나 통통튀는 픽사를 떠올리며 <스티브 잡스>를 먼저 집어들었다. 청바지에 평범한 티셔츠. 마른 몸에 길쭉한 얼굴. 동네 아저씨같은 빌게이츠도 만만치 않지만 그도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경영자라기엔 너무 심심해보인다.

그의 머릿속에 예쁜 맥과 아이팟이 들었던 걸까? 보는 내내 상상하면 실현되는 구나라고 감탄을 자아냈던 월·E가 들어 있나? 결론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그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열정적이고, 다혈질이며, 엉뚱하지만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언제나 성공하지만은 않았고, 그때마다 자신의 스타일로 해결해나간다. 질릴 정도로 안하무인이기도 하지만 결국 소비자 신뢰도 1위의 가장 존경받은 기업을 이끌어낸다.

여기에는 그를 견디며(몇몇에게 그는 견디기도 어려운 존재였다) 그와 함께하는 훌륭한 사람들이 있었다. 애플 = 스티브 잡스로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억울함을 호소할 만한 사람들이다. 이 흥미로운 등장인물들이 이야기를 훨씬 재미있게 만들어 준다.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함께 시작한 스티브 워즈니악, 픽사의 에드와 앨비, 지금의 애플이 있게 한 팀들. 이들의 이야기만 모아도 또 다른 재미있는 책을 한권 쓸 수 있을 것같다.

그는 이 책을 시작하는 U2의 노래 'Original of the Species' 바로 그것이다. 새로운 종족의 첫 번째 인간. 새로운 시대를 만들고 새로운 종족을 만들어내는 인간. 역동적인 그의 삶을 읽다보니 이 책이 90여페이지의 총서라는게 아쉽다. 다행히도 책의 말미에 더 읽을 거리와 더 찾아볼 거리들을 친절히 정리되어 있다. 저자도 하고 싶은 얘기가이 훨씬 많지 않았을까. 부록 아닌 부록을 뒤적거리니 아쉬움이 조금 달래진다.

Posted by Pursl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