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6.03 다음과 네이버 3
  2. 2008.01.25 구글이 뉴욕타임즈를 사고, 네이버가 조선일보를 산다면? 2
두 기업의 과거를 한 번 보자. 지금이야, 네이버가 '공룡' 수준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고, 거기에 비하면 다음은 그저 조그만 중소기업 수준에 불과하지만, 5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단 5년 전만 해도 말이다.

내가 '네이버에 물어봐'라는 소리를 주위 사람들로부터 듣기 시작한 건 아마도 2004년부터다. 그전에는 검색 하면 야후나 엠파스였다. 하지만, 그것도 큰 의미는 없었다. 최고의 인터넷 서비스는 '메일'과 '카페'였으니까. 그리고, 이 분야에서는 다음을 따라갈 기업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 때의 공룡은 다음이었다.

어느 회사든 독특한 DNA가 존재한다. 그 DNA는 대개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갖고 있는 양날의 칼이다. 예를 들어 삼성 사람들은 매우 치밀하고 정교하다. 그들은 늘 확실하게 일처리를 하고, 깔끔하게 마무리를 짓는다. '시스템의 삼성'이라거나, '삼성이 하면 다르다'는 흔한 표현이 그저 자기들이 우겨댄다고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가는 건 아니다. 나름 그렇게 받아들여질만 하니까 그렇게 되는 법이다. 하지만, 그 장점이 그대로 단점인지라, 이들은 모험정신이 부족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이 짙다고 한다. 더욱이, "장군님이 지시하면 우리는 한다" 식으로 시키는대로 따르는 버릇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기업이미지에도 별로다. 반면 현대 사람들은 다르다. 창업자가 500원짜리 지폐를 들고 거북선을 보여주면서 현대중공업 신화를 써낸 그 불굴의 정신이 현대의 DNA다. 안 되면 안 된다고 하는 대신 수없이 창조적인 발상을 해가며 위기를 해결해 넘겨내고, 아무리 괴로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인다. 이들은 '불굴의 기업가 정신'의 표상이며, '다이나믹 코리아'의 살아있는 증거다. 문제는 이게 그대로 단점이 될 때다. 뭔가 한 방 터뜨리는 건 잘하는데, 뭔가 마무리가 좀 못미더워서 여전히 현대차는 일제 차를 못 따라잡고, 일단 밀어붙이고 보다가 일 터지면 수습이 안 돼 온갖 욕은 다 들어먹는다. 결정적으로,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허술한지라 군데군데 비효율 투성이다.

다음과 네이버는 인터넷 업계의 현대와 삼성과 비슷하다. 네이버의 시스템은 효율적이고, 네이버의 시나리오는 늘 치밀하게 준비돼 있다. 그들과 함께 일을 하려면 그 수준에 따라가는 것 자체가 몹시도 피곤하지만, 그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도 된다. 반면 다음의 시스템은 좀 뭐가뭔질 모르겠다. 이쪽에선 이런 소리를 하는 사람이, 저쪽에선 저런 소리를 하고, 새로운 시도가 많은 것 같긴 한데 제대로 수익을 내는 경우는 또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런데 두 인터넷 기업의 차이는 시스템과 창의력의 문제가 아니다. 내 생각엔 오히려 그들의 공식적인 '가치'와 현실에서의 '위치' 사이의 괴리가 문제인 것 같다. 네이버의 경영진들은 늘 공식적인 자리에 서면 자신들의 사회적 역할과, 자신들을 성장시키고 오늘의 성공을 이끌어 준 네티즌들에 대한 감사를 나타낸다. 요컨대 네이버의 공식적인 가치는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이다. 반면 다음의 경영진들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다음의 성공과, 다음의 아름다운 미래를 말한다. 사회를 향해 뭔가 베풀겠다는 생각보다는 자신들이 성공하면 사회도 더 나아질 거라는 믿음이다. 난 이들이 옳다고 본다. 다음 직원들의 더 나은 근무여건을 위해 제주도에 회사를 세웠지만, 결과적으로 그덕에 제주가 발전한다.

그런데 사회에서의 위치는 다르다. 사회에 뭔가 더 많은 기여를 하겠다는 네이버는 늘 욕을 먹는다. 1위 기업이 감수해야 하는 당영한 비판 정도가 아니라, 원색적인 비난이다. 오히려 이윤 추구에 올인하는 다음은 칭송을 받는다. 최근 촛불집회 기간 동안 다음 아고라가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 네이버에 비교해 다음이 매우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기업인 것처럼 일부에서 얘기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그런데, 과연? 삼성이 에버랜드를 통한 경영권 승계 의혹 때문에 수년간 홍역을 치루면서도, 김용철 변호사 이전까지는 나름대로 위기관리를 잘 해왔던 것과는 달리 현대의 피를 물려받은 현대자동차는 글로비스를 통한 편법증여 한 건 만으로 1년 동안 토네이도에 휩싸인 것 같은 대가를 치뤄야 했다. 다음은 아마도 네이버를 보고 미리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반사이익에 도취돼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으면 다음 차례는 다음이다.
Posted by 흰솔
토끼머리2008. 1. 25.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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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간의 일이다. 뉴욕타임즈의 시가총액 70퍼센트가 말 그대로 증발해버렸다. 이것이 바로 세계 최고의 신문사가 처한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현상이 개선될 기미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모두가 뉴욕타임즈에 대해 비관적인 얘기를 하고 있고, 수십 조에 달하는 기업 가치를 자랑하던 세계 최대의 미디어그룹은 아마도 수년 내에 2조 원 정도면 살 수 있는 수준으로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정도면, 한번 쯤 '질러볼만한' 싼 가격이 되는 것이다. 뉴욕타임즈가 드디어 시장에서 사고 팔리는 많고 많은 매물 가운데 하나가 되는 순간이, 곧 올지 모른다.

뉴욕타임즈를 인수했을 때 가장 크게 이익을 볼 수 있는 곳은 구글이다. 과연 뉴욕타임즈의 사주인 슐즈버거 가문이 이를 용납하겠느냐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뉴욕타임즈의 모든 기타 주주들이 구글이 제시할지 모르는 높은 가격에(이미 머독이 월스트리트 인수에서 한 차례 보여준 바 있다)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이렇게 회사를 파는 것 말고, 슐즈버거 가문에 다른 선택이 있을까? 답은 없어보인다. 게다가 무엇보다, '구글은 머독보다 낫다'는 공감대가 있질 않나. 뉴욕타임즈의 기자들과 구성원들은 '머독의 뉴욕타임즈'보다는 '구글의 뉴욕타임즈'에 열렬한 지지를 보낼 것이 거의 분명하다.

시장가치의 두 배가 넘는 가격을 적어낼 것이 거의 확실한 구글의 제안이 온다면, 뉴욕타임즈의 주주들은 그 쯤에서 이익을 실현할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주 가문의 입장은 다를 것이다. 뉴욕타임즈는 슐즈버거 가문의 정체성이고, 사실상 모든 것이다. 그들은 '기자 정신'을 가훈처럼 물려내려오는 집안이고, 더 좋은 언론을 만들기 위해 수대 째 노력해 왔다. 게다가 돈은 이미 벌 만큼 벌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정의이고, 자신의 신념을 사회의 신념으로 만들겠다는 긍지이고, '뉴욕타임즈'라는 말이 상징하고 있는 그 무엇인가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을 제외한 다른 모든 사람들은, 어쩌면 슐즈버거 가문조차, 이미 알고 있다. 게임의 규칙은 바뀌었다. 이젠 '분류광고'라는 신문의 영역도 크렉리스트를 비롯한 수많은 웹사이트들이 가져가버렸고, 백화점 광고조차 신문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정보를 얻는 채널 자체가 변했다. 이젠 신문이 아니다. 그것은 인터넷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적은 바로 루퍼트 머독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을 산 머독에게 뉴욕타임즈는 경쟁자다. 이익에 반하고, 머독과 같은 사람을 공격해 왔던 바로 그 최대의 경쟁자가 이제 눈 앞에 매물로 나와 있는 상황이 됐다. 머독이 다우존스에 투자해 돈을 벌어보려고 6조 원을 투자했을까? 아니다. 경쟁도 치열하고, 산업도 이제 쇠퇴기에 불과한데 그럴 이유가 없었다. 이유는 하나, 뉴욕타임즈와 경쟁할만한 곳은 월스트리트 저널 뿐이고, 살만했기 때문이었다.

뉴욕타임즈의 선택은 별로 없다. 자금이 충분한 든든한 파트너를 옆에 업든지, 아니면 머독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보스톤 글로브'를 팔고, 레드삭스 지분을 팔고, NESN을 팔면서 나락의 길로 빠져드는 수밖에는 없다. 하지만 그래봐야 결국은 잠시 더 연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구글과 손잡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 자금은 물론, 구글은 뉴욕타임즈의 영향력이 필요하고, 뉴욕타임즈의 콘텐츠가 필요하다. 게다가 뉴욕타임즈는 그 브랜드가치에 비해 시장가격이 엄청나게 낮은 아주 매력적인 기업이기까지 하다. 쓰레기 뉴스로 가득찬 구글 뉴스에 '뉴욕타임즈'가 들어온다면, 그리고 모바일과 인터넷에서 뉴욕타임즈의 콘텐츠를 쏟아낼 수 있다면? 구글로서는 2조 원이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이것은 커버리지를 확대하려는 뉴욕타임즈의 정책과도 배치되지 않는다. 오직 한 가지 장애는 대주주의 결심 뿐이다.

네이버가 조선일보를 산다면 어떨까. 미국과는 달리 한국의 언론사들은 시장에 공개돼 거래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곳에선 아직도 시장 논리보다는 다른 논리가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라도 기업으로서의 네이버에게 조선일보는 엄청난 매력이다. 조선일보의 네트워크와 조선일보의 영향력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곳에도 방씨 가문이라는 존재가 있다. 그들은 대대로 언론사를 운영하며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슐즈버거 가문과 비교해 자신들의 회사에 대한 애착이 덜할 리 없다. 홍씨 가문도, 김씨 가문도 다를 건 하나도 없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고, 한국 언론사의 선택 또한 별로 없다. 신문 시장은 계속 하락세이고, 여파는 지상파 방송국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인터넷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상황 앞에서 자신있게 버틸 수 있는 언론사라는 것은 그다지 보이질 않는다. 한국에서 구글만한 자본력과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건 누구일까. 네이버 뿐이다. 아니, 어쩌면 조선일보는 루퍼트 머독일지도 모르겠다. 네이버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수도 있을 테니까. 거짓말같은 얘기들이, 진실이 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Posted by 흰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