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해당되는 글 13건

  1. 2009.07.03 Korean Man in New York 2
  2. 2008.06.29 혼불 기념관
  3. 2008.06.20 전라도 맛기행_목포, 무안 2
  4. 2008.06.17 전라도 맛기행_여수, 보성 4
  5. 2008.04.11 홍콩 3
  6. 2008.04.09 GranMonte 1
  7. 2008.03.25 제주를 뒤덮은 인터넷 열풍
  8. 2008.02.14 여행
  9. 2007.09.13 Spanish Weekends #0 4
  10. 2007.08.31 안달루시아로 떠나다 2
토끼머리2009. 7. 3. 00:04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빠는 뉴욕에 와서, 그 유명한 타임스퀘어에도 가보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뉴욕을 다룬 영화에 자주 나오는(타임스퀘어보다 자주는 아니지만,) 그랜드센트럴역에도 가보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릴 적 뉴욕에 왔을 땐 왜 이런 데 갈 생각을 안했을까, 라며 대학생이 되어 지금까지 15년 정도 계속 후회했던 현대미술관(MoMA)도 가봤어요.

모두 멋진 곳이었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이 거대한 티라노 사우르스 화석 앞에서 세계 각국의 꼬마애들이 이구동성으로 소리를 지르고 뛰어다니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 아들도 같이 왔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빠랑 엄마랑 나비랑 센트럴파크 산책도 해보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함께 존 레논이 좋아했던 장소라는 센트럴파크의 '스트로베리필즈'에 가서 꽃도 한 송이 내려놓아보고.

아빠는 혼자라서 외로워. ㅠㅠ
Posted by 흰솔
토끼머리2008. 6. 29. 23:25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주와 남원 인근, '서도'는 소설 '혼불'의 주인공 강모가 전주로 통학하기 위해 기차를 기다리곤 했던 곳. 이 작은 시골 마을은 서도역 등을 예쁘게 보전해 놓고, 마을 위에는 강모 가족의 종가집을 재현해 놓은 듯한 '혼불 문학관'을 만들어두었다.

드라마 촬영지는 몹시도 인기이지만, 소설 속 배경이 된 장소는 그다지 인기가 없는 모양이었다. 최명희 선생님의 육성과 소설의 아름다운 글귀들, 그림과 같은 시골 마을의 풍경에 편히 취할 수 있던 이 곳은 고즈넉했다. 소설 읽는 독자들의 부족함에 나는 안타까웠지만, 그 덕에 가능했던 아름다운 호남 풍광을 여유롭게 누릴 수 있던 호사에 나는 감사했다.
Posted by 흰솔
Purslane/길모퉁이2008. 6. 20. 19:07

목포에서 2박 3일 중 가장 흥미진진했던 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두두두두~~ 삼합.
배만 타고 가지 않아도 된다면, 거리만 그렇게 멀지 않았다면, 비가 몰아칠거라는 일기예보만 없었으면 흑산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곳에 가봤을 것이다. 식객에 나왔다는 그 집은 흑산도에서도 구하기 힘들고 비싼 흑산도 홍어 대신 칠레산 홍어를 사용한다는데, 그래도 최고로 맛있단다.
그 대신 이동이 가능한 목포에서 가장 맛있다는 집을 찾았다. 목포에서 홍어하면 <금메달 식당>이란다. '목포에서 홍어 먹었어요.'라고 했더니 '금메달식당?'이라고 되묻는 것을 보아 유명하긴 유명한가보다. 그러나 금메달 식당의 삼합은 13만원이다.
나는 아직 삭힌 홍어를 잘 먹을 줄도 모르는데 13만원은 너무하다. 그래서 차선의 차선책을 찾았다. 금메달 식당과 쌍벽을 이루고 있으나 가격은 절반인 <덕인집>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코끝을 찌르는 알싸한 홍어와 막걸리도 훌륭하고, 잘 익은 돼지고기와 적당히 익은 김치도 좋았다. 정갈한 반찬도 인상적이었다. 일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손님이 적은 편이었다. 반가운 건지 싸우는 건지 알수 없는 대화를 한시간 넘게 나누던 옆테이블이 좀 시끄럽긴 했지만 목포와 잘 어울렸다. 이런 음식을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목포사람들을 부러워할 정도는 아니지만 삭힌 홍어에 호의를 가져보기로 결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날 아침은 목포에 달랑 두 개 있는 호텔 중 한 곳에서 성의없는 아침식사를 하고, 점심을 근사하게 먹기로 했다. 아직도 먹어보지 못한 해산물 요리가 잔뜩 있었지만 한끼는 고기를 먹자는 의견에 전남 무안군 <녹향가든>으로 향했다. 이름하야 짚불구이.
석쇠에 돼지고기를 넣고 초벌구이한 고기를 짚불위에서 화르륵 굽는데, 한번에 한판씩 밖에 못굽는단다. 기름이 빠진 고기를 구워서 갖다주니까 열기를 느끼며 직접 구울 필요가 없어서 좋다. 기름이 빠진 담백한 맛이 아주 좋은데다 양념으로 게를 통째로 갈아 만든 양념장을 주는데 비리지 않고 고소한 맛이 난다. 양파김치와 이 양념장이 신기해서 고기보다 많이 먹은 것같다. 1인분에 8천원으로 가격도 저렴하고, 마지막에 게장비빔밥도 깔끔해서 좋다.
언제 근처에 들릴 일이 있으면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인다. 서울에도 이런 집이 있으면 자주 갈텐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Purslane
Purslane/길모퉁이2008. 6. 17. 15:47

전라도 맛기행이라고 썼지만 사진이 별로 없다.
먹느라.
음식만 나오면 일단 먹다가 배가 부르면 '아차, 사진'을 반복했다. 대부분 먹다 찍거나, 다 먹고 찍을게 없어서 음식점 간판만 찍거나.

학교앞 백반집에 가도 상다리가 휘어진다는 전라도에 가는 기대가 컸다. 거기다 맛있다는 집을 찾아다녔더니 하루에 세끼를 꼬박꼬박 과식했다.

첫날 여수에서 보낸 저녁은 독특한 초무침을 푸짐한 세꼬시와 함께 내주는 횟집에 갔다. 펜션 주인아저씨의 추천을 받고 갔는데, 푸짐한 회가 양으로 압도했다. 이런 회만 먹던 여수댁이 서울에 와서 왜 생선밑에 무채를 깔아주냐며 화를 낼만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우리의 입을 끈 것은 백김치와 동치미의 중간쯤인듯한 개운한 '갓김치'였다. 횟집이라 김치 사올 생각을 못했는데 지금생각하니 좀 아깝다. 얻어오기라도 할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식당은 너무 산골짜기에 있어서 찾아가기가 좀 어렵다. 여수에 가면 돌산대교 밑에있는 횟집이 모여있는 곳에서 회를 먹는 것이 가장 무난하단다


다음날 아침엔 유명한 게장집을 찾았다. 게장집도 봉산동에 오밀조밀 모여있는데, 입소문으로는 '두꺼비 식당'이 가장 유명하다. 우리는 너무 일찍 찾아가서 근처에 있는 다른 집에 들어갔다.
게장 백반이 1인분에 5,000원인데 서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나온다. 일단 게장이 된장게장, 간장게장, 양념게장 3가지 종류이다. 처음엔 선택해서 먹는 건 줄 알았다. 게 한마리만 줘도 밥 한그릇을 뚝딱 비우는데 푸짐한 게장에 십여가지 반찬과 찌게를 먹느라 또 과식했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보성으로 향했다. 새파란 녹차밭 구경과 함께 맛있는 녹차 양갱을 곁들여 준다는 카페를 찾아서. '초록잎이 펼쳐지는 세상'은 녹차밭의 거의 꼭대기에 있어서 전망이 훌륭하다. 야외에 앉으니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아직 관광객이 많지않아 한가하다.
모든 차와 커피는 뜨겁게 먹어야 진짜 맛을 느낄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기엔 좀 더워서 어쩔수 없이 차가운 것을 주문했다. 다소곳하게 담겨나온 녹차 양갱도 맛있었지만 카페에서 먹은 녹차는 지금까지 내가 먹은 것은 모두 가짜 녹차였다고 의심하게 만들었다. 어쩐지 녹차는 늘 맛이 없더라니. 이렇게 만들지 않아서였던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초록잎이 펼쳐지는 세상'은 펜션도 겸하고 있는데 녹차밭이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좋고, 조용한 데다 바베큐 파티를 할 수 있도록 구비되어 있어서 한번쯤 놀러가도 좋을 것같다

보성에서 점심은 '한길로 회관'에서 해결했다. 전국의 유명한 음식점에 블루리본을 달아주는 추천서에서 리본 한개를 달고 있는 것만으로 기대를 하며 갔다. 1만원짜리 식사에 30여가지 찬이 올라왔다. 제철이라는 민어구이와 찌게, 계란찜, 나물, 젓갈 등 한번씩 먹어보기도 바빴다. 옆 테이블의 커플은 빈밥공기 세개를 차곡차곡 쌓아놓고 나갔고, 우리는 갓김치를 한번 더 달라고 했다가 잘먹는다고 아주머니에게 칭찬(?)를 받았다. 기분은 좋았지만 그렇다고 더 먹으면 저녁도 못먹을 것같아서 참아야 했다. 아직도 먹어볼 것이 많이 남아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길로회관은 보성군청앞 사거리에 있다


Posted by Purslane
토끼머리2008. 4. 11. 00:12
012345

홍콩은 이번이 두번째다. 그리고, 처음 찾았을 때나, 두번째 찾았을 때나, 변함없이 이 도시에서 가장 매력적인 건, 아마도 무질서다. 홍콩 사람들은 그 속에 질서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나같은 국외자의 경우에야 도저히 질서라는 걸 찾아볼 수가 없다. 이 작은 섬(그리고 반도의 약간)에는 무수히 많은 거미줄같은 골목길이 있고, 꼬불꼬불 굽어진 도로가 이중 삼중으로 서로의 허리를 끊고 교차하며, 제멋대로 들어선 것 같은 제멋대로의 건물들이 제멋대로 크기인 간판을 달고 제멋대로의 광채를 뿜어낸다. 심지어, 이들이 발 딛고 선 시내 중심가의 상당 부분은 큰 계획 없이 제멋대로 바다를 메워 만들어진 간척지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 곳에선 모든 것이 약간씩 과장돼 있다. 간판은 지나치게 크고, 지나치게 화려하며, 지나치게 밝아서 두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고, 백년은 된 것처럼 낡아서 무너질 듯 위태로워 보이는 건물의 바로 옆에 천연덕스럽게도 초현대적인 철골 구조의 마천루가 들어서 있기도 하다. 동네 구석구석에서 찾을 수 있는 사원 인근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술집이 즐비하고, 도박을 금지하는 지역이면서도 주말만 되면 700만 시민의 아마도 대부분이 경마 뉴스를 보기 위해 신문을 집어들고 TV를 켠다. 평생 동안 자기 소유의 집 한 칸 얻지 못하는 시민들이 대부분이고, 스스로의 힘으로 생산해내는 공산물이나 농산물은 거의 없으면서도, 홍콩 사람들은 루이비통 매장에 '입장'하기 위해 날마다 장사진을 이루며 수십 분을 기다려야 하는 줄을 서고, 이 작은 섬에서 타기 위해 페라리와 포르셰를 거침없이 구입한다. 내 공간, 내 가게, 내 건물을 위한 이기적인 개인들의 백년간의 자기과시, 아마도 그런 것들이 쌓이고 모이면 질서가 생겨나고 전체적인 아름다움이 생겨나는 모양이다. 세상은 굳이 자를 대고 재단하려고 들지 않아도, 그 자체로 아름답다.
Posted by 흰솔
토끼머리2008. 4. 9. 09:33
사용자 삽입 이미지

태국에서 와인을 사 왔다고 하니까 모두 "왜?"라며 의아해하곤 했다. 그 날씨에서도 포도가 제대로 자라느냐는 걱정과 함께. 심지어 태국의 와인숍에서조차 '그란몬떼'를 달라고 부탁하자 고개를 갸웃거리곤 했다. 왜 태국 와인을 사느냐는 듯.

하지만 실제로 시도해본다면 선입견은 깨질만하다. 태국식 볶음밥을 만들어놓고는 술을 뭘 꺼낼까 고민하다가 꺼내 들었던 그란몬떼, 인터넷을 뒤져보니 2002년산이 더 좋다는 얘기들이 있던데, 2003년산도 충분히 괜찮았다. 약간 매콤하면서 몹시 강한 향기로 가득찬 볶음밥과 꽤 그럴듯하게 어울리는 와인, 마치 신혼여행을 다시 떠나온 것 같았다.

참고로, 그란몬떼 투어를 가면 아래와 같은 시스템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품질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 온도, 습도, 강수량, 일조량 등을 자동으로 측정해 데이터센터에서 정보를 분석한 뒤 올바른 조치를 취하기 위한 시스템인데, 포도 품질을 개선하는 것 외에도 관광객을 위한 기상 안내에도 사용된다고 한다. 그란몬떼 와이너리가 있는 카오 야이 밸리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라 수많은 관광객이 찾기 때문에, 이 와이너리의 기상 시스템이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흰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달에 이어, 한 달 만에 제주도에 또 다녀왔다. 갈 때마다 제주도가 KT의 CF처럼 변해가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됐다. 혹시 "인터넷에 올리면 주문이 들어와요" 식의 장밋빛 환상이 제주도민들을 사로잡고 있는 건 아닐까.

지난달 내가 묵었던 펜션에서는 주인아주머니께서 아침마다 창문을 두드려 깨우며 "누룽지가 있는데 드실래요? 된장찌개가 있는데 같이 아침 먹을래요?"라고 물어보곤 했다. 전날 술을 먹었다거나, 아침부터 일정이 바빠 애써 사양했지만 인심은 참 좋았다. 그리고 그 펜션을 떠나는 날, 주인 내외분께서는 직접 집 앞까지 나와 배웅을 해줬다. 기념사진을 찍어주겠다며 내 목에 걸린 카메라까지 받아다가 우리 부부를 찍어주기도 했다. 그런데, 배경이 이 펜션의 예쁜 전면이었다. (여기 올린 사진에는 빼놓았지만,) 전화번호와 펜션이름이 크게 새겨진 간판이 아주 잘 드러난 상태였다. 인터넷을 타고, 제주여행 후기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이 펜션이 알려질 수 있도록 의도한 듯이.

해안도로를 달리다 눈에 뜨인 갈치조림 집에 무작정 차를 세우고 점심을 먹었을 때였다. 갈치조림은 무척 맛있었고, 쓰러져가는 듯한 낡은 가게 풍경이 성산포 풍광하고 운치있게 어우러져 있는 곳이었다. 잘 먹고 났더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하시는 말씀. "뭘 보고 왔어요?" "그냥 차 몰고 달리다 대충 들어왔는데요?" "아유, 여긴 인터넷이나 신문 보고 많이들 찾아오는 곳인데." 지금 이분들에게는 인터넷 홍보전략이 체화돼 있고, 고객 반응 확인이 생활화 돼 있다. 인터넷 경제가 제주도민 전체에게 경영 마인드라도 심어주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 탓에 좀 어색하고 곤란한 상황도 만나게 된다. 무엇보다, 제주도에 우후죽순 생겨난 수많은 펜션들이 제각기 경쟁적으로 광각렌즈를 사용해가며 예쁜 정원과 벤치, 멀리 떨어진 바다를 보여주다보니 수많은 펜션들이 하나같이 비슷해져 가고, 사진으로볼때면 모두가 똑같아 보인다. 정원이 있고, 꽃이 있고, 바다가 (멀리) 있고. 정말 좋은 곳은 어디인지 궁금해서 입소문이라도 보려고 들면 어김없이 광고성 글만 검색된다. 네이버나 다음에 '제주 펜션'을 쳐보면 키워드 광고만이 우루루 떠올라서 스크롤을 수없이 해야 하고, 모든 펜션들이 서로 '특별히 친절하고, 특별히 예쁘고, 특별히 교통이 편하다'고 자랑해대는 탓에, 오히려 전반적인 불신이 생긴다. 제주도의 펜션 수준은 유럽의 펜션하고 비교하면 호텔급이라고 할 정도인데도, 뭐랄까, 이건 일종의 플라스틱 신드롬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게다가 이번 제주도 출장길에서 만난 펜션 주인들은 "1년 동안 열심히 펜션 운영해봐야 기본 비용 빼고, 포털에 내는 검색광고비 빼면 남는 게 없다"고 투덜대곤 했다. 포털의 키워드 광고에 펜션들이 몰리다보니, 키워드 경매가격은 날로 치솟고, 1년 전에 클릭당 300원~1000원이던 경매가가 요즘은 비싸면 1만원까지 뛴다는 것이다. 100만 원을 광고비로 내놓으면 적어도 1000회 이상 노출되던 광고가 10분의 1도 안 되게 노출 빈도가 줄어들다보니, 실제 비용 지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게다가 인터넷에 발품만 열심히 팔면 각종 할인 및 결합상품을 수없이 찾을 수 있다. 이런 상품을 제공하는 곳은 제주여행 관련 카페들. 광고 효과가 떨어지다보니, 이윤을 줄여서라도 실제 구매로 연결시켜준다는 카페 등에 펜션이나 맛집, 렌터카 업체 등에서 열심히 혜택을 주는 것이다.(나부터도 이런 카페를 이용하곤 했다.)

펜션과 식당을 만들고, 그들이 말하는 '육지 사람들'에게 서비스와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은 제주도민들인데, 정작 여기서 이런 상품을 중개하고 큰 이득을 얻는 사람들은 제주도민이 아닌 육지 사람들이다. 개인과 개인의 자유로운 거래가 한없이 늘어날 것만 같던 인터넷이었지만, 글쎄, 과연 그럴까? 제주가 보여주는 인터넷 경제는 그다지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
Posted by 흰솔
Purslane/길모퉁이2008. 2. 14. 16:00

구정을 전후로 제주도와 금강산에 다녀왔다. 일주일동안 한반도에서 갈수 있는한 최대한 먼 거리를 움직였다고 할 수 있겠다.

여행은 술을 마실 때처럼 밀도나 강도보다 옆사람이 중요하다. 둘이 손잡고 제주도를 돌아다니다가 북한에 가니 거기가 금강산이 아니었다면 암울할 뻔했다.

옆 사람이 누구이든 금강산은 그 자체로 와본걸 후회하지 않도록 했다. 천만다행이다. 맛없는 북한 음식도, 심심한 일정도, 전화도 못쓰는 불편함도, 후진 호텔도 참아야 했지만 평생 어디서 이런 눈을 볼수 있을까 싶을만큼 많은 눈을 봤다- 고 위안하며.

반나절을 고속버스를 타고 돌아와 저녁 6시쯤 서울에 진입했다. 다들 차가 막힐까봐 걱정했지만 반짝반짝한 도시의 불빛이 이만큼 반가웠던 적이 없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꽁꽁 언 폭포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이 흘렀을 계곡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유명하다는 들쭉술만 먹어봤다





 
Posted by Purslane
동상이몽2007. 9. 13. 19:17

01

이상하게도 돌아오던 날로부터 하루하루 멀어질 때마다 더 많은 순간들이 떠오른다. 더위를 유난히 못견뎌서 걱정하며 떠나긴 했지만 역시 스페인 남부의 햇빛은 견디기 어려웠다. 그는 그런 나를 데리고 장거리 운전을 마다하지 않고 북부로 마지막 일정을 수정했다.

빌바오의 오래된 거리에서 여행의 마지막 저녁식사를 했다. 마드리드를 출발할 때 아득하게 느껴졌던 휴가가  끝나고 있었다.

일정 내내 애독(!)한 Lonely Planet은 빌바오에서 좋은 숙소와 근사한 식당을 추천해 주었다. 거리의 시원한 공기 탓이었지, 유난히 맛있는 음식 때문이었는지, 훌륭한 와인 때문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여행의 마지막이 아쉽지 않았다. 와인의 술기운을 빌리지 않더라도 충분히 즐거웠다. 어쩌면 여행이 끝나도 다시 이렇게 마주보고 있을수 있다는 생각에 든든했는지도 모른다.

    늘 음식만 나오면 정신없이 먹다가 배가 부른 후에야 카메라를 떠올리며 안타까워했다. 이건 여행의 후반부라 식전에 긴장하고 찍은 사진.


 

Posted by Purslane
토끼머리2007. 8. 31. 00:38
출발 하루 전.

비행기표 시간도 모르고 환전도 하지 않았다. 짐은 당연히 못 쌌고 준비물 목록은 여기에 작성중.

세면도구, 옷가지, 카메라와 충전기, 블랙잭과 역시 충전기, 여권과 전자항공권 출력본, 그리고 각각의 사본, 비자와 마스타 신용카드 각 1장, 국제면허증과 국내면허증, 운전용 선글라스와 론리플래닛... 무엇보다 현금.

빼먹은 것은 없을까. 혼자라면 걱정할 일이 아니다. 준비물 목록은 언제나 단촐했다. 돈 신용카드 여권과 항공권 그리고 카메라와 충전기. 준비물 목록이 늘어난 것은 동반자가 생겼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떠나보는 혼자가 아닌 여행. 짊어지게 된 것은 많은 짐이지만 덜어낸 것은 외로움이다. 자유는 아마도 줄어들겠지만, 그 대신 가족이 생겼다. 한살씩 나이를 먹고 남처럼 늙어간다는 사실은 두렵지만, 그 과정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일상은 인생이 내게 선물하는 작고 지속적인 '경이'라고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가 없다.

나는 안달루시아로 떠난다. 유럽 최고의 태양과 원색의 물결이 흘러 넘치는 곳으로. 감당할 만한 책임과 즐길 만큼의 부담을 안고, 분에 넘치는 행복과 값을 따질 수 없는 동반자를 곁에 둔 채로.

Posted by 흰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