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가 2006년 4월 "미국 경제에 끼치는 벌레의 경제 파급효과가 570억 달러(약 57조 원)"라고 보도했습니다.

57조 원이면 외환은행을 8개 정도 살 수 있는 돈입니다. 롯데그룹 전체의 1년 매출도 그쯤 되겠군요.

AP는 "이것도 보수적으로 낮춰 추산한 것"이라며 "꿀과 비단 등 곤충이 만들어내는 직접 상품은 포함시키지 않았고 야생 곤충의 효과만 추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도 내용을 약간 옮겨보죠. 어떻게 계산했는지.

1. 야생동물의 영양공급원: 야생동물을 관찰하거나 사냥하는데 드는 비용 가운데 이 야생동물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먹이로서의 곤충의 값 500조 원.
2. 해충컨트롤: 해충 피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익충이 사라졌을 경우 늘어날 예상 피해로 추산한 결과 약 4조5000억 원 이익.
3. 식물 꽃가루 운반: 야생 곤충이 짝을 맺어주는 곡물(양봉 벌 제외)의 경제적 가치 약 3000억 원.
4. 거름: 분뇨를 치워주는 곤충이 없다면 농가에서 파리와 기생충이 크게 늘어날 것. 또 곤충은 분뇨를 땅에 거름으로 되돌려주는데 이런 곤충이 없다면 농가의 거름값도 크게 늘 것. 경제적 가치 약 3800억 원.

뭐 이렇다는 겁니다. 물론 꿀과 비단 외에도 해충들 덕분에 고용이 창출되는 '세스코'같은 회사의 경제적 가치도 판단하지 않았을테고, 화학회사의 살충제 판매 이익도 생각하지 않았겠죠.

그러니까 요점은 우리가 "벌레만도 못한 놈"이라고 누군가를 부르려면 벌레들이 얼마나 많은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겁니다. 누가 이런 식으로 정치인들의 가치도 따져줬으면 좋겠어요. 벌레와 정치인 사이에 더 가치있는 게 뭔지 좀 알 수 있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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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포스팅을 이사시키는 중.

Posted by 흰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