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slane/길모퉁이2008. 6. 2. 20:57

작년 가을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 갔었다. 죽기 전에 다시 못볼지도 모른다는 비장한 생각으로 최대한 무겁게 걸었다. 벨라스케스의 거대한 작품 앞에서 발을 떼기 어려웠다. 내가 이걸 또 언제 보겠냐. 진짜 크다. 아, 작품도 많아. 아직도 못본 게 산더미인데, 언제 다보지. 이 동네 사람들은 좋겠다. 아무때나 와서 봐도 되고. 아, 이 작가는 잘모르겠는데 공부 좀 하고 올걸.

그 와중에 카라바조의 작품이 있다길래 두리번거리며 찾았다. 작품의 대부분은 이탈리아에 있지만, 프라도 미술관에 한점이 걸려 있었다. 마지막 작품으로 유명한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과 같은 모티브의 <다윗과 골리앗>이었다. 잘린 골리앗의 머리를 한참 쳐다보다가 돌아섰다. 드디어 봤다.

돌아와서 카라바조를 연구한 책을 한권 샀다. 유명한 몇몇 작품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부분이 궁금했다. <다윗과 골리앗>도 미술관에서 처음 보았다. 카라바조는 말년(이라기엔 너무 젊은 나이에 죽었지만)을 내내 사건사고와 함께 했기 때문에 극적인 요소를 가미하지 않았는데도 내내 흥미진진하다.

책의 말미에 드디어 그 작품이 실렸다. 작품 밑에 괄호를 치고 이렇게 적혀있다. '카라바조의 진품인지는 불확실함'. 아아. 추종자들이 그림 모사품일 수도 있다니. 나의 뿌듯함은 어쩌란 말인가. 언젠가 이탈리아에 가서 잔뜩 보고 오리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윗과 골리앗, 1598-99, 캔버스에 유채, 110*91cm, Museo del Prado, Madrid


Posted by Pursl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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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탈리아엔 언제 가지? 고유가로 비행기값 계속 오르는 거 아냐? ㅠㅠ

    2008.06.03 15: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다윗의 기상이 잘 표현된 그림 같아요... :)
    관련하여 올렸던 카라바조의 성탄 관련 그림을 엮어 나눕니다.

    2008.12.26 19: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