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slane/극장대기실2007. 2. 21. 23:54

멜로 영화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사랑이야기는 이야기라는 것을 지어서 만들어낸 태초부터 지금까지 수없이 반복되어오고 있다. 아담과 이브가 같이살다 쫒겨났지만 그래서 헤어졌단 얘기는 없다. 쫒겨나긴 했지만 애도 낳고 잘살았으니 우리가 이렇게 또 다른 누군가를 찾아 헤매고 다니지 않는가.

누가 누구를 만나고 헤어지는 남의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는 일종의 안도감을 얻기도 하고 맞아 나도 저랬어하면서 공감하기도 한다. 더이상 변조될 것이 있기나 할까 싶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가 등장했다. 남자와 여자의 만남을 기둥으로 친구의 애인을 만나는 것은 사건도 아니고, 불륜이나 동성적 만남에 친족과의 조합도 모자라 이젠 장인어른과 사위만 남은 것 아니냐는 말도있다. 뭐 무엇이 되었든 우리는 멜로영화를 마주하기 위해 기꺼이 의자에 앉으며 때로는 아낌없는 눈물을, 때로는 가슴이 먹먹한 기분이 느껴지기를 마다않는 것이다.

사람마다, 시기마다(연애중이거나, 지겹거나, 막 헤어졌거나, 연애사가 복잡한 중이거나, 아무라도 좋으니 만나고 싶거나) 보고싶은 영화가 다르기도 하겠으나 몇가지 타입을 나눠보자. 분류상 여기에도 속하고, 저기에도 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대충 나눴다. 내 맘대로.


1. Fantasy

i.현대판 왕족

많은 여성들이 환호하는 몇몇의 아름다움의 극치를 달리는 남성, 혹은 여성만이 재현할 수 있는 영역이다. 휴그랜트, 줄리아 로버츠가 자주 등장하는 영화들이다. <러브 액츄얼리>의 영국수상과 비서의 연애라던가, <노팅힐>의 헐리우드 스타 줄리아 로버츠와 구멍 서점의 주인이 사랑에 빠지는 설정등이다. 산드라 블록과 휴그랜트가 재벌로 등장한 <투 윅스 노티스>나 메이드로 등장하는 제니퍼 로페즈와 유력한 상원의원후보 랄프 파인즈의 <러브 인 맨하탄>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최소한 한쪽은 현대판 왕족으로서 현실에서는 거의 연애하기 불가능한 설정으로 가진건 많은데 유독 사랑에 어설프다. 과도한 좌충우돌에 우스꽝스러운 분장도 마다하지 않으며 그래봐야 재들도 우리랑 비슷하네 식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식이다.

ii.변신은 무죄

못생긴 소년, 소녀가 어느날 짠 하고 변신해서 나타난다. 변신의 원인은 사랑의 힘이거나 돈의 힘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잘보이려고 대충 입던 옷도 근사한 수트로, 끼고다니던 뿔테안경도(필수) 렌즈로, 헤어스타일도 바뀐다. 혹은 어느날 갑자기 자신이 숨겨진 공주나 왕자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하는데 평소에 하고다니는 모습은 형편없었지만 대체로 똑똑거나 공부는 잘하는 부류들이다. 중간에 스타일을 바꿔주는 조력자가 반드시 등장한다.

<타이타닉>에서 레오가 계단위에 서있던 장면을 떠올리시면 되겠다. 변신하고 나타나면 다들 일정비율로 동공을 확대하는 연기를 선보인다. <프린세스 다이어리>나 <쉬즈 올댓>, 혹은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자주보이는 전형적인 설정되시겠다. <신입사원>의 한가인의 변신도 역시 많은 남성들에게 무죄선고를 받았다.

iii. 신파성 멜로

왕족보다는 현실적인 설정이지만 이 역시 보기 힘든 유형의 종족이다. 이른바 순정파. 과거엔 남자 바지자락에 매달리는 장면을 연상시키며 많은 여성들이 투신하였으나 최근에는 남성에게 많은 배역이다. <너는 내 운명>의 황정민씨가 연기한 석중이가 이런 부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첫눈에 반해 당신의 과거는 묻지 않겠으며, 무슨일이 있어도 평생 당신만을 사랑하겠다는 고백은 핫초코에 설탕 들이붓는 식이다. 게다가 아무리 주위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해대도 정말 그렇게 하지 않는가. 가끔은 사랑해서 떠나기도 한다.

지고지순하면서도 이룰수 없는 사랑으로 불치병, 집안의 반대등의 고난이 기다리고 있으며 로미오군과 줄리엣양을 시작으로 <내 머릿속의 지우개>,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늑대의 유혹>등이 있겠다. '이게 진짜 사랑이지'라고 도도하게 팔짱끼고 있는데 당해낼 재간이 없다. 좋아하지 않는 유형이라 떠오르는 영화가 별로 없다.
 

2. 그래 맞아!

i. 예쁘지만 어설픈 그녀

현대판 왕족보다는 조금 덜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감을 이끌어내는 영화들이다. 한때 로맨틱하면 대명사였던 맥 라이언류의 영화들을 떠올리시면 되겠다. 아련한 추억이 된 <프랜치 키스>, <유브갓메일>, <시애틀의 잠못이루는 밤>에 등장하는 좌충우돌 귀여운 모습이었으나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어린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떠났다. 맥라이언이 기획한 <웨딩 플레너>의 제니퍼 로페즈도 이에 질세라 <러브 인 맨하탄><저지걸>등을 연작중이다.

평범하면서 당당한 여성 캐릭터와 잘생기고 능력좋은 오빠들이 대부분이며, 조력자로 친구들이나 쿨한 부모님들이 필요하다. <윔블던>류의 영국 워킹 타이틀 시리즈나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처럼 미워할 수 없는 여주인공들이 등장한다.

ii. 나이 좀 들면 어때

지난해 삼순언니가 대 활약을 한 분야이다. 그러나 겨우 서른살에 노처녀 노릇을 하는 바람에 원성아닌 원성을 사기도 했다. <섹스 앤더 시티>의 언니들 정도는 되어줘야 나이 먹었다고 명함을 내밀지 않겠는가. <내 남자의 로맨스>처럼 과도한 비굴함으로 신파도 로맨틱도 못건드리는 부작용도 있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르네 젤위거의 육중한 몸매와 아줌마 빤스의 공로는 전세계적으로 인정되는 바이다. <뮤리엘의 웨딩>이나 <웨딩 싱어>의 그녀들도 놓칠수 없다.

그러나 역시 뭐니뭐니해도 <파니 핑크>의 마리아 슈레이더 언니가 본좌. 서른 넘은 여자가 시집가기는 원자폭탄 맞을 확률 보다 낮다는 말을 남겼으며 삼순이가 극중 초반에 <파니핑크> 비됴를 들고있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iii. 이게 진짜 연애지

어느정도 환상적인 연애는 스크린 속에서 볼만큼 봤다. 선남선녀의 연애에 대리만족도 느꼈고, 남들은 맨날 만나면 뭐하나 궁금하던 찰나에 저러고 노는구나하고 배우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실은 이게 진짜 연애라고 알려주는 영화들이 있다. 이 부류의 관건은 얼마나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내느냐이다.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난 주인공들과 한번쯤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게 만들어주는 사건들이 등장해야만 웰메이드라 할 수 있다. 나도 그랬으나 잊고 있던 일들이 담담하게 나열됨으로써 영화가 끝나고서도 잔상을 남긴다.

<봄날은 간다>의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는 친구들과 삼일 밤낮을 떠들게 만들었으며, <와니와 준하>처럼 담담하게 일상을 구석구석 여러번 보게 만들기도 한다. <사랑을 놓치다>처럼 살아있는 대사도 필수. <사랑할때 버려야할 아까운 것들>처럼 꼭 젊고 탱탱한 언니 오빠들을 반드시 필요로 하지 않으며, <비포 선라이즈>처럼 닿을 듯말듯 아쉬운 스킨쉽만 있어도 상관없다. 홀라당 벗고 나오는 몸매좋은 언니오빠들도 없고, 시끄러운 사건도 없어서 종종 지나치게 건조해질 위험이 있으나 그것이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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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tting Hill / 1999 / Directed by Roger Michell
· Love Actually / 2003 / Directed by Richard Curtis
· Two Weeks Notice / 2002 / Directed by Marc Lawrence
· Maid In Manhattan / 2002 / Directed by Wayne Wang
· Titanic / 1997 / Directed by James Cameron
· The Princess Diaries / 2001 / Directed by Garry Marshall
· She's All That / 1999 / Directed by Robert Iscove
· 너는 내 운명 / 2005 / 감독 박진표
· 내 머리 속의 지우개 / 2004 / 감독 이재한
·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 2004 / 감독 곽재용
· 늑대의 유혹  / 2004 / 감독 김태균
· French Kiss / 1995 /  Directed by Lawrence Kasdan
· You've Got Mail, 1998 / Directed by Nora Ephron
· Sleepless In Seattle / 1993 / Directed by Nora Ephron
· The Wedding Planner / 2001 / Directed by Adam Shankman
· Jersey Girl / 2004 / Directed by Kevin Smith
· Wimbledon / 2004 / Directed by Richard Loncraine
· My Best Friend's Wedding / 1997 / Directed by P.J. Hogan
·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 2002 / 감독 모지은
· 내 남자의 로맨스 / 2004 / 감독 박제현
· Bridget Jones's Diary / 2001 / Directed by Sharon Maguire
· Muriel's Wedding / 1994 / Directed by P.J. Hogan
· The Wedding Singer / 1998 / Directed by  Frank Coraci
· Keiner Liebt Mich, Nobody Loves Me / 1994 / Directed by Doris Dorrie
· 봄날은 간다 / 2001 / 감독 허진호
· 와니와 준하 / 2001 / 김독 김용균
· 사랑을 놓치다 / 2006 / 감독 추창민
· Something's Gotta Give / 2003 / Directed by Nancy Meyers
· Before Sunrise / 1995 / Directed by Richard Linklater

Posted by Pursl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