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머리2009. 10. 15. 05:50

내가 파리보다 뉴욕을 훨씬 좋아하는 이유는, 뉴욕에선 하지 말란 것도 없고, 어떻게 하라는 것도 없으며, 모든 것이 가능하면서도, 사람들은 한없이 소탈하고 단순하기 때문이다. (파리 사람들은... 자신들은 마찬가지라고 주장하지만, 문화적 소양을 갖춰야 한다고 뻐기고, 철학적 논쟁을 벌이지 못한다고 비난하며, 사람들은 한없이 거만하고 복잡한 데다, 뭐 하나 제대로 해보려고 마음먹으면 가능한 일이라곤 없게 마련인 사람들이다.) 뉴욕의 원래 이름은 뉴암스테르담이었다는 사실이 암스테르담에 와서 떠올랐다. 이 작고 비좁은 도시에서 어쩌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토록 평화로운 방종과 일탈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걸까. 아르헨티나 식당과 멕시코 식당과 사천식 중국요리, 수리남식 중국요리, 일식, 터키식, 베트남과 라오스, 태국과 티벳, 인도와 그리스 음식이 골목길에서 서로 박터지게 부대끼며 모여 있는 곳. 도무지 뭘 먼저 손을 대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음식보다 먼저 고른 게 맥주. 네덜란드에 왔으니, 굳이 이것저것 고를 필요가 없었다. 일단 시작은 하이네켄. 네덜란드에서 하이네켄 생맥주를 마시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부터 시작할까. 보다시피 한 집 건너 다른 한 집은 모두 하이네켄이다. 마치 한국에서 오비맥주를 보는 느낌.

 


주문하면 이런 게 나온다. 음식은 포크를 대기 전 사진 찍을 때까지 참겠는데, 맥주는 꼭 한모금 마신 뒤에야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암스테르담의 야경도 물론 끝내주고....


호텔의 전망도 죽여준다. 도르트문트 호텔이 워낙 후져서(심지어 비누도 없었다는!) 그랬는지, 여긴 무슨 버즈 알 아랍에라도 올라온 것 같다. 파리의 라파예트 호텔도 전망좋은 괜찮은 호텔이었지만, 여긴 심지어 깔끔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피트니스센터도 있다. ^^ 



그리고 암스테르담에 와서 놓칠 수 없는... 종이장처럼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좁고 대충 지어놓은 네덜란드식 집들. 얇은 집이 다닥다닥 붙은 걸 실제로 보니 예쁘긴 한데, 저기 살기 참 쉽진 않겠다 싶다.

Posted via email from coolpint's posterous

Posted by 흰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