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30분. 머리가 멍하다. 알람이 울린다. 보라색 알람 시계. 싸구려 중국제 플라스틱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지만, 그 덕분에 직접 쇠 추로 쇠 종을 때리며 '확실하게' 기상 시간을 알려주는 고마운 놈이다.

6시 35분. 알람이 또 울린다. 쇠 추로 쇠 종을 때리는 '따르릉' 소리. 5분 전에 난 이 시계의 앞 유리를 누르면 작동하는 '5분 뒤 알림(snooze)' 기능을 눌러 버렸다.

6시 40분. 또 울렸다. 이 정도면 병이다. 벌써 두 번 째.

6시 45분. 헉. 40분에는 일어나려고 했는데. 허둥지둥 침대를 나선다. 뒷머리가 뻐근한 것 같고, 다리엔 힘도 잘 안 들어가지만 우선 허겁지겁 화장실로 달려간다. 미끈한 스텐레스 샤워기를 켜면 차가운 물이 쏟아진다. 물에 데워질 때까지 기다려보자고 10초를 생각하다 눈이 스르르 감기려고 한다. 그 때, 뜨거운 물이 쏟아져서 잠을 깬다. 온도를 적정수준으로 조절하고는 머리에 가져다 댄다. 대충 적시자. 눈에 물이 들어가 앞이 잘 안 보이는 상태에서 왼 손을 뻗어 왼쪽 벽을 더듬거린다. 차가운 타일 옆으로 수건이 손에 잡힌다. 슥슥. 잠을 깨고, 눈을 닦고, 머리의 물기를 아주 대충 털어낸다.

6시 50분. 라켓을 꺼내든다. 90도 직각이 될 때까지 양쪽 무릎을 번갈아 올렸다 내렸다하면서 팔목 밴드를 찾는다. 트레이닝복을 꺼내 입는다. 맞다. 이때까지는 그냥 속옷 차림.

6시 55분. 6개월은 된 것 같다. 코치가 창살 너머로 밖을 내다보다 헉헉거리며 언덕길을 달려 올라오는 나와 눈이 마주친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7시. 그립은 손바닥에 찰싹 감기고, 빈 스윙을 해봤더니 감각도 좋다. 네트를 마주 보고, 코치가 공을 날린다. 턱. 공이 또 프레임에 걸린다. 공을 끝까지 보고... 속으로 되뇌인다. 이번엔 손목이 꺾인다. 위치를 제대로 못 잡고 공에 너무 다가붙었다. 그러고 났더니 이번엔 스윙이 너무 늦다. 타점을 못 잡는다는 소리다. 갑갑한 코치가 공을 때릴 타이밍을 불러준다. "하나, 둘, 셋" 테니스 코치들은 하루에 하나 둘 셋을 천 번도 넘게 외치다가 후두염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공을 끝까지 보고, 스플릿 스텝을 하며, 작은 걸음으로 이동해서, 몸 앞에서 공을 때리고, 손목을 쓰지 않는다... 하나하나 생각하다보니 공을 끝까지 보는 게 또 안 되기 시작한다. 젠장.

7시 20분. 온 몸이 땀에 젖었다. 보슬비가 내린다. 날은 꽤 추운 것 같은데, 별로 춥지는 않다. 후추라도 살짝 뿌려놓은 것처럼 약간 매캐한 새벽 공기, 몸에서 올라오는 땀이 증발하는 증기, 젖은 트레이닝복, 그리고 까맣게 변색되기 시작하는 내 라켓의 그립. 다시 새벽 레슨을 시작하길 잘 했다.
Posted by 흰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