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slane/극장대기실2007. 3. 26. 11:04

사용자 삽입 이미지

<리틀 미스 선샤인>(Little Miss Sunshine, 2006)은 코르셋처럼 강력한 규범들의 틈새를 보여준다. 완전한 실패자들의 모임처럼 보이는 이 가족의 여행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바로 그 어정쩡하게 느껴지는 간극에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며 서 있는 모습 때문이다. 이 어설퍼보이는 사람들이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라고 걱정하는 동안 그들은 대견하게도 견고해보이던 사회의 규범들의 틈새에 잘 자리를 잡는다.

이들은 정상적인 가족관계가 무엇인지 까먹은 모양이다. 모양은 그럴 듯 했다. 아빠, 엄마, 비행기조종사가 되고 싶은 오빠 드웨인, 어린이 미인대회 준우승을 한 귀여운 딸 올리브. 여기에 헤로인을 하다가 양로원에서 쫓겨난 할아버지가 돌아오시고, 자살 미수로 막 퇴원한 프랭크 삼촌이 합류하면서 어쩐지 이상한 가족에 실패자 기운의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 이들을 보면 따뜻하게 보듬으며 서로 기운을 북돋워주는 관계가 실제 존재하기는 하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항공학교에 보내달라며 묵언수행으로 시위 중인 드웨인은 프랭크에게 ‘Welcome to Hell'이란 말로 환영한다.

그러나 그들을 걱정하는 것은 당사자들이 아니라 관객이다. 우리는 따뜻한 가족이라는 허구의 실체를 그리고 어떻게 저런 가족이 유지될 수 있을까 우려한다. 아버지는 실패를 향해 가고 있는 것 같고, 엄마는 피로에 젖어있고, 자동차 뿐만 아니라 이 가족에게는 뭐 하나 제대로 굴러가는 것이 없어 보인다. 정작 이 독립적인 가족 구성원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과 그것을 향한 노력은 각자 대단하다. 어느 누구도 서로를 놓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

개인화가 진행되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공동체에 대한 동경을 만들어간다. 현대의 가족은 계속 존속하지만 점점 허약해지고 있으며, 이 ‘허약성의 정상화’가 가족의 미래이다. <리틀 미스 선샤인>의 구성원들은 이것을 정확히 드러낸다. 가족은 의존과 독립의 단계를 반복해서 거치면서 자란다. 전통적 가족에서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면서 이러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이 끝까지 어설픈 화해를 시도하지 않는 올리브 가족에게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Posted by Pursl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