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십년 안에 지구가 망할 것처럼 과학자들과 환경론자들이 떠들어대도, 정작 그 환경을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할 수많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콧방귀조차 뀌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은 '녹색의 비즈니스'라는 블로그를 운영한다. 그 가운데 한 포스팅이 눈길을 끌었다.

사람들이 환경 문제에 무심한 가장 큰 이유는 '피부에 와 닿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토마스 프리드먼의 논리처럼 환경 문제란 다음 와 현재 세대의 갈등이기 때문에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설명도 이유 가운데 하나지만, 이 글이 내세우는 논리는 더 끔찍하다. 그러니까, 지금 산업화가 잘 돼 온실가스도 가장 많이 내뿜으면서, 정작 선진국으로서의 과실은 다 따 먹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환경이 더 나아지는 걸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기온 상승으로 인해 온대 기후가 아열대 기후로 변해 가면서 미국과 캐나다의 곡물 수확량은 현재보다 계속 늘어날 것이고, 추운 북유럽도 더 긴 여름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이나 중국, 서유럽의 대부분 국가들이 수혜를 입게 될 예정이며, 자연스레 한국 또한 아열대 기후의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동안 기후 증가로 인해 우리가 손해를 본 것은 말라리아 발병 정도였고, 이익을 본 것은 더 긴 여름과 그로 인해 가능해지는 난방비 절감, 곡물 수확량 증가, 관광산업에 대한 혜택 등이었다. 뚜렷한 4계절이 사라졌다고 불평할 수야 있겠지만, 추운 겨울이 많이 줄어든 것은 확실히 활동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한국은 황사 피해를 점점 더 보고 있긴 하지만, 황사에 대해서는 앞으로 다시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정작 끔찍한 건 피해를 보는 국가들 가운데 대부분은 산업화에도 뒤떨어졌고, 경제 수준도 몹시 낙후된 아프리카 국가들이라는 것. 이런 국가들은 사막화가 늘어나면서 기아가 더욱 심해지고, 발전의 기반을 마련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생산해내는 나라들은 기후변화의 혜택을 (단기적으로) 보고, 온실가스를 적게 생산하는 지리적 약자들은 기후변화의 피해를 가장 먼저 본다. 세상은 지나치게 불공평하다. 도대체 이런 상황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것일까.
Posted by 흰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