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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다시 라켓을 손에 잡았다. 두 달 정도 된 것 같은데, 아뿔싸, 몸으로 배운 건 잊지 않는 줄로만 알았더니 아니었다. 20분 동안의 짧은 레슨시간이 끝날 때가 됐는데, 그립을 감싸 쥔 오른 손 손가락들이 굳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넷째 약지와 다섯째 새끼손가락. 말도 안 된다. 예전에는 절대 힘을 주지 않던 손가락들이었고, 다른 코치는 엄지와 검지, 중지 세 손가락만으로도 스윙을 할 수 있었던 내게 칭찬까지 해주곤 했다. 불필요한 힘이 없다고.

그런데, 두달간의 공백기가 자세를 무너뜨린 모양이다. 역시 꾸준히 했어야 하는데... 손이 굳은 나를 보며 코치가 다가와서 그립을 보더니 또 한 마디 했다.
 
"손도 작으신 분이 왜 이리 굵은 그립을 매셨어요? 다른 그립으로 바꿔 감아 드릴게요."

일부러 따로 주문해서 감은 특제 오버그립인데, 무참히 무시하다니. 흑흑.

김코치 어록이라도 쓰고 싶다. 지난번에 서브를 배워보고 싶다고 했더니, "자주 나오셔야 새 기술을 배우죠. 일주일에 한두번 나오면서 어떻게 진도를 나가요?"라더라. 맞는 말을 하는 건 알겠는데, 그렇게 열심히는 도저히 못하겠으니 이를 어쩌남. 테니스를 다시 시작한지 2년 째, 하지만 다시 시작한지 6개월 째 이후로 1년 반 동안 도무지 진전이 없다. 열심히 좀 해보자. 페더러처럼 우아하고 절제된 테니스를 칠 때까지.(실력 말고 폼이라도)
Posted by 흰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