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머리2007. 8. 15. 21:08
회사 도서관에서 책 8권을 빌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관리자가 잠시 자리를 비우신 터라 무단으로 들고 나왔다. 나같은 사람들이 책을 가져갈까봐 회사에서 몹시도 걱정이 됐던 모양이다.

책 날개와 하드커버를 무지막지한 이삿짐용 셀룰러 테이프로 붙여놓고, 분류기호 표시 스티커를 책등에다 붙인 것으로도 모자라 책 옆 모서리와 윗 모서리마다 회사 이름을 콱콱 스탬프로 찍어놓았다.
 
하지만, 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화룡정점이 있었으니...

139페이지까지 책을 읽어나가면 꼭 스탬프로 날인된 회사 심벌이 등장하는 것이었다. 139, 하필이면 왜 139일까. 곰곰히 생각해 봤더니 이 숫자가 참 묘하다. 우선 13이라는 불길한 숫자로 시작된다. 또 1+3=4로, 이 또한 불길한 숫자이며, 1+3+9=13이라서 역시 불길한 숫자다. 1*3*9=27인데, 이는 또 2+7=9로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한마디로 책을 훔쳐가면 불길함에서 헤어나올 수 없으리라는 저주가, 마치 뫼비우스의 고리마냥 책마다 각인돼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사실은 집에 시중에서 절판돼 구할 수 없는 회사 책을 한 권 무단으로 보유하고 있다. 절판된 책이라 뻔뻔스럽게도, 장기대출중이라는 스스로에 대한 말도 안 되는 변명 하에 여전히 들고 있었다. 139의 저주를 알아버린 지금, 빨리 반납하든지 돈으로 해결하든지 해야겠다. 아, 사서의 센스가 무섭다.
Posted by 흰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