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slane'에 해당되는 글 56건

  1. 2010.09.22 오붓한 생일상 1
  2. 2010.01.30 엄마의 집들이상 5
  3. 2009.04.20 봄 꽃 1
  4. 2009.03.23 레슬러는 어디에.. 3
  5. 2009.03.03 Original of the Species <스티브 잡스>
  6. 2009.03.03 서평
  7. 2008.06.20 전라도 맛기행_목포, 무안 2
  8. 2008.06.17 전라도 맛기행_여수, 보성 4
  9. 2008.06.02 카라바조, 다윗과 골리앗 3
  10. 2008.03.06 졸업
Purslane2010. 9. 22. 13:35


오이와사비롤과 연어샐러드, 마호가니 케익과 근사한 와인. 32번째 오붓한 생일상.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Purslane
Purslane2010. 1. 30. 18:52

수운이 엄마가 친구들이 온다고 실력발휘 좀 했다. 동파육 샐러드와 오코노미 야키, 직접 만든 피클에 아케다시도후, 연어 초비빔밥까지...


Posted by 흰솔
Purslane/길모퉁이2009. 4. 20. 17:00

그러니까 일년 내내 꽃이 피기 전까지는 그게 무슨 나무인지 관심조차 없었던 거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깨닫게 된다. 아, 주차장에 서있는게 벚꽃나무였구나.

일년내내 벚꽃나무였고, 일년 내내 개나리였는데 꽃이 필때만 깨닫는다. 작년에도 봤을텐데, 언제 잊어버리게 되는 걸까.

얼마 못가서 또 잊어버리겠지. 그리고 내년 이맘때가 되어 꽃이 피면 또 처음 알았다는 듯이 깨닫게 되는 거다. 아, 이거 벚꽃이 피네!

이번에는 꽃이 지더라도 좀 유심히 봐둘 참이다. 벚꽃나무가 이렇게 생긴거라고. 그래서 내년 봄이면 여기에서 꽃이 필거라고 기대 할 수 있도록.

Posted by Purslane
Purslane/길모퉁이2009. 3. 23. 10:17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끝나기가 무섭게 누군가 재빠르게 결과를 인터넷에 올렸다. 수상자들을 보면서 볼만한 영화와 드라마를 수첩에 적었다. 드라마는 인터넷을 좀 뒤져야겠지만, 영화는 곧 개봉할테니 기다렸다 볼 생각이었다. 이미 본 영화는 <다크나이트>정도이고 앞으로 봐야할 것이 잔뜩이라 기대하며 기다렸다.

집과 극장이 가까워서 보고싶은 영화는 개봉시기를 잘 놓치지 않고 보는 편인데, 아.. <더 레슬러>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분명히 집앞 극장에서도 개봉을 하긴 했는데, 평일에 보려가려고 시간을 보니 하루에 두어번밖에 상영을 하지 않았다. 개봉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럴수가.

미키 루크의 부활을 기다리는 사람이 이렇게도 없었단 말인가. 몇년전 <신 시티>를 보면서 스크린에서 만난 미키 루크의 모습에 두근거린 사람이 없었단 말인가. 아, 이런.

지난주 주말, 집앞 극장에서 레슬러는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완전히 내린게 아닐까 싶어 검색을 해보니 서울에서도 아직 몇몇 극장에는 걸려있다. 기쁜 마음에 상영시간을 눌러보니 오후 2시에 한번, 또 다른 극장은 오후 4시경에 한번, 그나마 제일 가까운 메가박스는 23시에 한번.. 직장에 다니는 나같은 사람은 도대체 언제 극장에 오라는 것인지.. 이 영화를 보려면 휴가라도 내야할 판이다. ㅠㅠ



Posted by Purslane
Purslane/서재2009. 3. 3. 14:04

총서에 가끔 손이 갈 때는 어떤 주제에 대한 최초의 접근인 경우가 많다. 잘 모르는 분야지만 한번 시작하고 싶을 때, 가벼운 무게에 알찬 내용이 담겨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다.

가끔 가벼운 무게에 내용마저 가벼워서 실망할 때도 있지만, 반대로 기대이상의 보석같은 책을 만나기도 한다. 작은 책이라고 무시하면 안된다. 이런 총서류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단행본으로 만들어도 좋을 만한 주제를 담고 있거나, 이름만으로도 신뢰가 가는 저자도 많다.

최근 살림지식총서에서 기업인들을 주제로 몇 권을 출간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잭 웰치, 워렌 버핏, 조지 소로스 등. 이미 시중에는 이들에 대한 책이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이 있다. 그들의 성공신화와 그 비법이 궁금한 이들을 위해 지금도 쓰여지고 있을지 모른다.

이 사람들은 뭐가 다른 걸까? 심플한 디자인의 애플과 언제나 통통튀는 픽사를 떠올리며 <스티브 잡스>를 먼저 집어들었다. 청바지에 평범한 티셔츠. 마른 몸에 길쭉한 얼굴. 동네 아저씨같은 빌게이츠도 만만치 않지만 그도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경영자라기엔 너무 심심해보인다.

그의 머릿속에 예쁜 맥과 아이팟이 들었던 걸까? 보는 내내 상상하면 실현되는 구나라고 감탄을 자아냈던 월·E가 들어 있나? 결론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그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열정적이고, 다혈질이며, 엉뚱하지만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언제나 성공하지만은 않았고, 그때마다 자신의 스타일로 해결해나간다. 질릴 정도로 안하무인이기도 하지만 결국 소비자 신뢰도 1위의 가장 존경받은 기업을 이끌어낸다.

여기에는 그를 견디며(몇몇에게 그는 견디기도 어려운 존재였다) 그와 함께하는 훌륭한 사람들이 있었다. 애플 = 스티브 잡스로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억울함을 호소할 만한 사람들이다. 이 흥미로운 등장인물들이 이야기를 훨씬 재미있게 만들어 준다.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함께 시작한 스티브 워즈니악, 픽사의 에드와 앨비, 지금의 애플이 있게 한 팀들. 이들의 이야기만 모아도 또 다른 재미있는 책을 한권 쓸 수 있을 것같다.

그는 이 책을 시작하는 U2의 노래 'Original of the Species' 바로 그것이다. 새로운 종족의 첫 번째 인간. 새로운 시대를 만들고 새로운 종족을 만들어내는 인간. 역동적인 그의 삶을 읽다보니 이 책이 90여페이지의 총서라는게 아쉽다. 다행히도 책의 말미에 더 읽을 거리와 더 찾아볼 거리들을 친절히 정리되어 있다. 저자도 하고 싶은 얘기가이 훨씬 많지 않았을까. 부록 아닌 부록을 뒤적거리니 아쉬움이 조금 달래진다.

Posted by Purslane
Purslane/길모퉁이2009. 3. 3. 10:41

서평이라고 말하니 거창하다. 글을 읽고 난 후의 단상정도가 적당할까?

어제, 한번 읽었던 책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다시 집어들었다. 첫페이지를 다 넘기기도 전에 낯익은 등장인물이 나온다. 당황했다. 게다가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다는 것도 떠올랐다. 그런데 결말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재미없게 본 비디오를 두번 빌려본 적은 있어도, 소설책을 두번 집어들긴 처음이다. 책을 다시 덮으면서, 마음편히 잊기위한 메모를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여기가 얼마나 오래 방치되어있었는지도 새삼 떠올랐다. 나와 팀을 이루던 짝은 이미 운영중인 블로그에 새 블로그까지 챙기느라 좀 바쁘다. 내가 여기서 열심히 놀고 있으면 가끔 들러줄지도.,,
Posted by Purslane
Purslane/길모퉁이2008. 6. 20. 19:07

목포에서 2박 3일 중 가장 흥미진진했던 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두두두두~~ 삼합.
배만 타고 가지 않아도 된다면, 거리만 그렇게 멀지 않았다면, 비가 몰아칠거라는 일기예보만 없었으면 흑산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곳에 가봤을 것이다. 식객에 나왔다는 그 집은 흑산도에서도 구하기 힘들고 비싼 흑산도 홍어 대신 칠레산 홍어를 사용한다는데, 그래도 최고로 맛있단다.
그 대신 이동이 가능한 목포에서 가장 맛있다는 집을 찾았다. 목포에서 홍어하면 <금메달 식당>이란다. '목포에서 홍어 먹었어요.'라고 했더니 '금메달식당?'이라고 되묻는 것을 보아 유명하긴 유명한가보다. 그러나 금메달 식당의 삼합은 13만원이다.
나는 아직 삭힌 홍어를 잘 먹을 줄도 모르는데 13만원은 너무하다. 그래서 차선의 차선책을 찾았다. 금메달 식당과 쌍벽을 이루고 있으나 가격은 절반인 <덕인집>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코끝을 찌르는 알싸한 홍어와 막걸리도 훌륭하고, 잘 익은 돼지고기와 적당히 익은 김치도 좋았다. 정갈한 반찬도 인상적이었다. 일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손님이 적은 편이었다. 반가운 건지 싸우는 건지 알수 없는 대화를 한시간 넘게 나누던 옆테이블이 좀 시끄럽긴 했지만 목포와 잘 어울렸다. 이런 음식을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목포사람들을 부러워할 정도는 아니지만 삭힌 홍어에 호의를 가져보기로 결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날 아침은 목포에 달랑 두 개 있는 호텔 중 한 곳에서 성의없는 아침식사를 하고, 점심을 근사하게 먹기로 했다. 아직도 먹어보지 못한 해산물 요리가 잔뜩 있었지만 한끼는 고기를 먹자는 의견에 전남 무안군 <녹향가든>으로 향했다. 이름하야 짚불구이.
석쇠에 돼지고기를 넣고 초벌구이한 고기를 짚불위에서 화르륵 굽는데, 한번에 한판씩 밖에 못굽는단다. 기름이 빠진 고기를 구워서 갖다주니까 열기를 느끼며 직접 구울 필요가 없어서 좋다. 기름이 빠진 담백한 맛이 아주 좋은데다 양념으로 게를 통째로 갈아 만든 양념장을 주는데 비리지 않고 고소한 맛이 난다. 양파김치와 이 양념장이 신기해서 고기보다 많이 먹은 것같다. 1인분에 8천원으로 가격도 저렴하고, 마지막에 게장비빔밥도 깔끔해서 좋다.
언제 근처에 들릴 일이 있으면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인다. 서울에도 이런 집이 있으면 자주 갈텐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Purslane
Purslane/길모퉁이2008. 6. 17. 15:47

전라도 맛기행이라고 썼지만 사진이 별로 없다.
먹느라.
음식만 나오면 일단 먹다가 배가 부르면 '아차, 사진'을 반복했다. 대부분 먹다 찍거나, 다 먹고 찍을게 없어서 음식점 간판만 찍거나.

학교앞 백반집에 가도 상다리가 휘어진다는 전라도에 가는 기대가 컸다. 거기다 맛있다는 집을 찾아다녔더니 하루에 세끼를 꼬박꼬박 과식했다.

첫날 여수에서 보낸 저녁은 독특한 초무침을 푸짐한 세꼬시와 함께 내주는 횟집에 갔다. 펜션 주인아저씨의 추천을 받고 갔는데, 푸짐한 회가 양으로 압도했다. 이런 회만 먹던 여수댁이 서울에 와서 왜 생선밑에 무채를 깔아주냐며 화를 낼만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우리의 입을 끈 것은 백김치와 동치미의 중간쯤인듯한 개운한 '갓김치'였다. 횟집이라 김치 사올 생각을 못했는데 지금생각하니 좀 아깝다. 얻어오기라도 할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식당은 너무 산골짜기에 있어서 찾아가기가 좀 어렵다. 여수에 가면 돌산대교 밑에있는 횟집이 모여있는 곳에서 회를 먹는 것이 가장 무난하단다


다음날 아침엔 유명한 게장집을 찾았다. 게장집도 봉산동에 오밀조밀 모여있는데, 입소문으로는 '두꺼비 식당'이 가장 유명하다. 우리는 너무 일찍 찾아가서 근처에 있는 다른 집에 들어갔다.
게장 백반이 1인분에 5,000원인데 서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나온다. 일단 게장이 된장게장, 간장게장, 양념게장 3가지 종류이다. 처음엔 선택해서 먹는 건 줄 알았다. 게 한마리만 줘도 밥 한그릇을 뚝딱 비우는데 푸짐한 게장에 십여가지 반찬과 찌게를 먹느라 또 과식했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보성으로 향했다. 새파란 녹차밭 구경과 함께 맛있는 녹차 양갱을 곁들여 준다는 카페를 찾아서. '초록잎이 펼쳐지는 세상'은 녹차밭의 거의 꼭대기에 있어서 전망이 훌륭하다. 야외에 앉으니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아직 관광객이 많지않아 한가하다.
모든 차와 커피는 뜨겁게 먹어야 진짜 맛을 느낄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기엔 좀 더워서 어쩔수 없이 차가운 것을 주문했다. 다소곳하게 담겨나온 녹차 양갱도 맛있었지만 카페에서 먹은 녹차는 지금까지 내가 먹은 것은 모두 가짜 녹차였다고 의심하게 만들었다. 어쩐지 녹차는 늘 맛이 없더라니. 이렇게 만들지 않아서였던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초록잎이 펼쳐지는 세상'은 펜션도 겸하고 있는데 녹차밭이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좋고, 조용한 데다 바베큐 파티를 할 수 있도록 구비되어 있어서 한번쯤 놀러가도 좋을 것같다

보성에서 점심은 '한길로 회관'에서 해결했다. 전국의 유명한 음식점에 블루리본을 달아주는 추천서에서 리본 한개를 달고 있는 것만으로 기대를 하며 갔다. 1만원짜리 식사에 30여가지 찬이 올라왔다. 제철이라는 민어구이와 찌게, 계란찜, 나물, 젓갈 등 한번씩 먹어보기도 바빴다. 옆 테이블의 커플은 빈밥공기 세개를 차곡차곡 쌓아놓고 나갔고, 우리는 갓김치를 한번 더 달라고 했다가 잘먹는다고 아주머니에게 칭찬(?)를 받았다. 기분은 좋았지만 그렇다고 더 먹으면 저녁도 못먹을 것같아서 참아야 했다. 아직도 먹어볼 것이 많이 남아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길로회관은 보성군청앞 사거리에 있다


Posted by Purslane
Purslane/길모퉁이2008. 6. 2. 20:57

작년 가을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 갔었다. 죽기 전에 다시 못볼지도 모른다는 비장한 생각으로 최대한 무겁게 걸었다. 벨라스케스의 거대한 작품 앞에서 발을 떼기 어려웠다. 내가 이걸 또 언제 보겠냐. 진짜 크다. 아, 작품도 많아. 아직도 못본 게 산더미인데, 언제 다보지. 이 동네 사람들은 좋겠다. 아무때나 와서 봐도 되고. 아, 이 작가는 잘모르겠는데 공부 좀 하고 올걸.

그 와중에 카라바조의 작품이 있다길래 두리번거리며 찾았다. 작품의 대부분은 이탈리아에 있지만, 프라도 미술관에 한점이 걸려 있었다. 마지막 작품으로 유명한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과 같은 모티브의 <다윗과 골리앗>이었다. 잘린 골리앗의 머리를 한참 쳐다보다가 돌아섰다. 드디어 봤다.

돌아와서 카라바조를 연구한 책을 한권 샀다. 유명한 몇몇 작품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부분이 궁금했다. <다윗과 골리앗>도 미술관에서 처음 보았다. 카라바조는 말년(이라기엔 너무 젊은 나이에 죽었지만)을 내내 사건사고와 함께 했기 때문에 극적인 요소를 가미하지 않았는데도 내내 흥미진진하다.

책의 말미에 드디어 그 작품이 실렸다. 작품 밑에 괄호를 치고 이렇게 적혀있다. '카라바조의 진품인지는 불확실함'. 아아. 추종자들이 그림 모사품일 수도 있다니. 나의 뿌듯함은 어쩌란 말인가. 언젠가 이탈리아에 가서 잔뜩 보고 오리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윗과 골리앗, 1598-99, 캔버스에 유채, 110*91cm, Museo del Prado, Madrid


Posted by Purslane
Purslane/길모퉁이2008. 3. 6. 10:02

사용자 삽입 이미지
졸업을 했다.
엄밀히 말하면 학위수여증이 나왔으나 받으러 갈 시간이 없었다. 2007년 8월 25일 아침에 인터넷으로 550원짜리 졸업증명서를 한번 떼어보고 그것으로 졸업을 확인했다.

쭉 잊고 있었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학교에 가서 받아오긴 해야 할텐데..라고 생각만 하고는 2주전에 학교에 갔을 때도 까맣게 잊고 그냥 돌아왔다.

문자가 왔다. 졸업식이 있다는 것이다. '박사 : 총장 악수, 석사 : 자율참석'이란다. 박사는 총장님하고 악수해야 하니까 가능하면 참석하고, 석사는 오던가 말던가라는 뜻이겠지.

가을학기에 졸업을 하면 졸업식이 없어서 부모님이 서운해하시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학위증하나 달랑 받아오면 끝인데다 무더운 여름에 학사모를 쓰고(빌려는 준다) 방학 끝 무렵 교정에서 혼자 사진을 찍는 것도 무안한 일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선배도 봤다).

대학원은 내가 번 돈으로 혼자 공부하겠노라고 큰소리치며 들어갔었다. 통장에 달랑 2천만원을 가지고 이거면 등록금은 되겠거니 생각했었다. 책도 사고 용돈도 해야 하니 공부도 할겸 4학기는 이런저런 조교일을 했다. 5학기를 마쳐야 했기에 금전적인 여유는 별로 없었지만 그동안도 부모님께 부담을 드린 적은 별로 없었던지라 공부하는 것에 크게 신경쓰지 않으셨다.

막상 8월에 졸업이라고 말씀을 드렸어도 졸업선물도, 특별한 저녁식사도 없이 심심하게 지나갔다. 이제와서 졸업식에 참석할 생각이 있으시냐고 물었을 땐 겸사겸사 회사도 반나절 쉬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시간이 되네, 안되네, 갈수 있네, 없네 몇 번의 연락이 오간 후 결국 온 집안 식구와 신랑까지 학교에 왔다. 마치 학부졸업식처럼 식구들이 잔뜩 참석하고, 꽃다발을 들고 사진을 찍고 북적북적한 학교를 돌아다녔다.

학부, 석박사가 동시에 졸업을 하면서 본관 앞 잔디밭은 발디딜 틈이 없었고, 이제 또 언제 이런 걸 해보겠느냐는 심정으로 가운을 빌려 입고 사진을 찍었다. 가운을 빌리고, 반납하고, 학위증을 받느라 문과대과 대학원 건물을 오가야했다(한번에 어디서 업무를 처리하는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행정처리는 그날도 여전했다).

급히 점심을 먹고 1시쯤 식구들 모두 각자의 일터로 헤어졌다. 난 현장조사가 있어서 1시간 가량 전철을 타고 경기도로 내려갔다. 눈을 감고 가면서 생각했다. '좋아하시는 것 같았지?'

부모님은 예전부터 공부하라는 말을 별로 하시는 적이 없으셨다. 좋은 학교에 가라는 욕심도 별로 부려보신 적이 없으셔서 그게 서운했던 적이 많았다. 나도 잘 할 수 있는데, 다른 집은 어떻게든 좋은 학교에 가라고 저렇게 달달볶는데, 우리집은 왜 그냥 두시나 싶었다.

잘 모르겠다. 그렇게 해서 더 잘할 수 있었을지, 아니면 혼자 알아서 하게 두어서 이만큼 하게 된건지. 욕심이 없으셔서 그렇다고 생각해왔다. 내내 잊고 있었는데 졸업식날 부모님 얼굴을 보니 그래도 조금은 좋아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Pursl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