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머리'에 해당되는 글 127건

  1. 2007.02.21 반걸음의 중요성
  2. 2007.02.21 공을 끝까지 본다는 것 1
  3. 2007.02.21 꿈의 테니스 로봇
  4. 2007.02.21 NTRP
  5. 2007.02.21 승부차기의 비밀
  6. 2007.02.21 두 도시
  7. 2007.02.21 벌레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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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에서의 스플릿 스텝은 공이 상대방의 라켓에 임팩트 되기 직전에 뛰어올라 임팩트와 함께 착지하면서 동시에 공이 오는 방향으로 달려나가는 동작, 또는 그 기술을 가리킨다. 일종의 '준비동작'인 셈이다.

스플릿 스텝의 타이밍을 잘 잡으면 경기에서 '반 걸음'을 벌 수 있다고 한다. 단식 경기를 기준으로 테니스에서 좌우를 포괄할 수 있는 넓이는 4, 5걸음 이내. 반걸음을 앞서면 말 그대로 코트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난 연습 때 스플릿 스텝을 꽤 염두에 두는 편이다. 시합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살짝 뒷꿈치를 떼 주는 것 정도만으로도 괜찮은 이 간단한 동작은 실제 상황에서는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사실과는 상관없이 수없이 미뤄지고 실패하게 된다. 특히 좋은 공으로 공격 당할 때엔 당황해서 더더욱 스플릿 스텝을 건너 뛰게 마련.

반 걸음 앞서 나가기 위해 살짝 뒷꿈치를 들어주며 뛰는 단순한 동작은 "공을 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고 "성공하고 말겠다"라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다. 하지만, 용기가 없거나, 무성의하거나, 상황에 두려움을 느끼며 끌려 가는 사람은 스플릿 스텝을 밟기란 쉽지 않다. 공을 끝까지 봐야 하는 것이 좋은 스윙을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라면, 뒷꿈치를 들고 약하게 뛰어주는 스플릿 스텝은 코트를 컨트롤하기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래서 스플릿 스텝은 상대방과 나에 대한 일종의 예의다. 난 당신을 진심으로 대하고 있고, 이 한 샷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표현. 그리고 성공과 실패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반 걸음 더 다가서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Posted by 흰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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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페더러는 공이 라켓에 임팩트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두 눈을 부릅뜨고 끝까지 공을 노려보는 선수다. 프로 선수끼리 스트로크 랠리를 벌일 때 공의 평균 속도는 대략 시속 160km. 야구 선수라면 공에 손을 뻗기도 힘들 정도의 스피드지만, 이들은 그 공을 치고 또 쳐댄다. '끝까지 보면서'

아침에 코치로부터 핀잔을 들었다. "오늘은 유난히 공이 네트를 넘지 못하시네요." 이유는 하나. 공을 끝까지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켓에 임팩트되는 그 순간까지 공을 바라보기, 그걸 꾸준히 하기 위해 난 건너편 코치의 라켓 끝에서 공이 임팩트됨과 동시에 자세를 추스리고 테이크백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중얼거린다. "공을 끝까지 봐라, 끝까지 봐라..."

처음 할 때엔 잘 된다. 두세 번 정도는 잘 날아간다. 하지만 이내 코치의 다른 주문이 이어진다. "손목이 또 돌아갔잖아요", "공을 칠 때 무릎을 세우지 마세요", "또 헤드가 흔들리네. 헤드를 세워요." 해야 할 일이 많아질 때마다 끝까지 보라는 중얼거림도 사라지고 정신도 분산된다. 결국 또 공을 끝까지 보지 않고, 공은 네트에 처박히거나 하늘로 붕 뜨고 만다. 모든 것의 기본은 공을 끝까지 보는 것이었는데도.

인생이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성공과 실패를 나누는 건 많은 경우 공을 끝까지 보는 것과 같은 '사소한 습관'이다. 하지만 사실 그게 가장 힘들다는 것도 누구나 안다. 예를 들어 행복한 가정 생활을 바란다면 꾸준히 '아내와 서로 하루 1시간 이상 얘기하기' 등을 하면 된다. 새로운 거래를 성공시키고 싶다면 거래처 상대에게 꾸준히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고 좋은 조건을 제공하면 된다. 간단한 거다. 하지만 사실 그게 가장 힘들다. 꾸준함. 그건 공을 끝까지 보는 습관처럼 위대한 것이다.

Posted by 흰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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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이 좀 비싼게 흠이다. 1만4450 달러. 그러니까 대강 1400만 원 정도 하겠지. 하지만 내용을 보면 값은 한다. 17가지 훈련프로그램을 갖고 있을뿐만 아니라 내장된 카메라로 구질을 분석해 공을 실제로 받아서 넘겨주는 것처럼 쏴주는 기능도 있다고 한다.

이 녀석의 이름은 아마도 옆면을 보건데 '부머'인 모양인데 생긴 것보다 재주도 훨씬 다양한 모양이다. 나보다 훨씬 나은 것이, 서브 슬라이스 로브 등 다양한 구질을 구사할 수 있다고 한다. 감동적인 건 더블폴트가 났을 경우 "젠장!"같은 욕도 내뱉을 줄 알고, 멋진 백핸드 구질로 리턴을 때린 뒤 "집에 가서 쉬시지!" 따위의 조롱도 할 줄 안다는 것.

비싸지만 않다면 하나 사다놓고 싶다. 젠장, 집에 테니스장부터 만들어야겠지?

Posted by 흰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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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P 셀프테스트.
나는 아무리 후하게 점수를 주려고 해도 2.0이다.
백핸드 꺼리고, 네트로 다가가지 않고, 서브 불안하고, 그립도 불안하고... 딱 나다.

2006년 목표가 3.5였는데, 택도 없었다.

**NTRP(The National Tennis Rating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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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P는 간단하게 자신의 테니스 실력을 알아보는 프로그램입니다. 실력은 레벨별로 구분이 되며 레벨은 실력이 향상되면서 올라가게 됩니다. NTRP의 레벨중에 자신이 어느 그룹에 속하는지 알아보려면 아래의 방법대로 하면 됩니다.

레벨 1.0부터 시작하여 레벨을 차례대로 읽어가면서 현재 자신의 실력이 어디에 해당되는지를 찾는다.
자신에게 적합한 레벨을 찾을 때는 상대방이 같은 성일 때 해당되는 레벨의 상대와 플레이를 할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면 좋다.
자신에게 정확한 레벨을 찾고 싶으면 USTA에서 검증 받을 수 있다.

1.0
테니스를 시작하면 이 단계에 해당됩니다.

1.5
경험이 부족하고 공을 넘기기 급급하다

2.0
완벽하지 않은 스윙, 방향 조절이 어려움
백핸드를 기피.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 그립 문제가 생긴다. 완벽한 스윙을 못한다.
완벽하지 못한 서브 동작. 더블 폴트를 자주함. 토스가 일정하지 못하다. 서브 리턴시에 실수를 많이함
네트로 나가는 것을 꺼린다. 백발리를 기피한다. 풋웍이 제대로 안된다.
단식, 복식의 기본 위치에는 익숙하다. 하지만 자주 정위치에서 벗어난다

2.5
그립 문제가 있고 준비동작도 문제가 있다. 백핸드 대신에 돌아서서 포핸드로 칠려고 한다.
풀 스윙을 시도한다. 느린 속도의 서브를 넣을 수 있다. 토스가 일정하지 못하다. 느린 서브를 제대로 리턴할 수 있다.
넷 플레이에 익숙하지 못하고, 특히 백핸드쪽은 더욱 그렇다. 종종 포핸드 면으로 백발리를 시도한다.
의도적으로 로브를 띄울수는 있으나 정확성이 부족하다. 오버해드(스매싱)로 공을 맞출 수는 있다.
느린 공의 짧은 랠리는 할 수 있다. 코트 커버 범위가 좁다. 복식에서 처음 위치를 계속 고수하는 경향이 있다.


3.0
준비동작이 제대로 된다. 일반적인 속도의 공에 대하여 어느정도 꾸준히 칠 수 있다.
서브 리듬에 대해서 터득하기 시작한다. 힘을 싣는 경우 실수가 종종 발생한다. 세컨 서브는 퍼스트 서브보다 많이 약하다. 서브 리턴을 꾸준히 잘 할 수 있다.
포핸드 발리는 안정되나, 백발리는 아직 실수가 많다. 낮거나 옆으로 빠지는 공에 대해서 대처를 못한다.
일반적인 속도의 공에 대해서 꾸준히 로브를 띄울 수 있다.
일반적인 속도의 공에 대해 꾸준히 랠리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복식 진형은, 한명은 전위, 한명은 후위의 형태다. 지시를 들었을 때 네트로 대쉬는 하나 제대로 실행하지는 못한다.

3.5
일반적인 속도의 공에 대해 방향 조절을 하기 시작한다. 높게 바운드 되는 공이나 강한 공에는 아직 어려움이 있다. 어려운 공에 대해서는 방어적으로 대처한다.
서브의 조절이 조금씩 되며 파워를 싣기 시작한다. 회전도 가미한다. 일반적인 속도의 서브에 대하여 방향을 조절하면서 큰 실수 없이 리턴할 수 있다.
좀 더 공격적인 넷 플레이를 구사한다. 양 옆으로 빠지는 공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대처할 수 있다. 적당한 풋웍을 사용한다. 포핸드 발리는 자신이 있으며, 백핸드 발리도 방향 조절이 어느정도 되나 공격적이지는 못하다. 발리에 대한 걱정을 버리지는 못한다.
어느정도 범위내의 공에 대한 오버헤드는 잘 구사할 수 있다. 어프로치 샷과 드랍샷을 시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하프 발리도.... 대부분의 세컨 서브의 리턴을 원하는 방향으로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속도의 공에 대해 방향 조절을 하면서 꾸준히 칠 수 있다. 코트 커버 범위가 넓어진다. 네트로 뛰어나갈 기회를 찾기 시작한다. 복식에서는 팀웍에 대해서 생각한다.

4.0
일반적인 속도의 공에 대해 방향과 깊이를 조절해가며 꾸준히 칠 수 있다. 스핀을 넣기 시작한다.
퍼스트와 세컨 서브를 원하는 위치에 넣을려고 한다. 대부분, 퍼스트는 힘을 싣고, 세컨에는 스핀을 건다. 서브 리턴이 안정적이다. 단식에서는 깊게 리턴을 하고 복식에서는 다양한 리턴을 한다.
포핸드 발리는 깊이와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 백 발리는 방향 조절은 되나 깊이를 조절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포, 백 모든 방향에 대하여 옆으로 깊이 빠지는 공에 대한 발리와 로 발리를 신경쓰기 시작한다.
간단한 오버해드를 쉽게 성공시킨다. 복식에서 포치가 가능하다. 공격적인 공을 치고 네트로 뛰어든다. 위너를 쳐서 포인트를 딸려고 한다. 적의 약한 부분을 공격할 수 있다. 진형의 정비를 위해 수비 로브를 띄울 수 있다. 안정적이고 믿을만한 서비스 리턴을 한다.
일반적인 공에 대하여 원하는 방향과 깊이로 믿을만한 스트록을 보여준다. 아직까지 뛰어난 확률 테니스를 구사하지는 못한다. 복식에서 팀웍은 확실하다. 랠리에서 아직까지는 인내심때문에 점수를 잃는 경우가 있다. 아주 믿을만하다. 공의 스피드와 회전을 효과적으로 이용한다. 공의 깊이를 잘 조절한다. 어려운 공에 대해서 가끔 멋진 샷으로 응수한다. 일반적인 속도의 공에 대해서는 공격적으로 받아친다.

4.5
방향과 깊이를 조절할 수 있으나, 심리적인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실수를 한다. 일반적인 속도의 공에 대해서 힘을 실어서 칠 수 있다.
더블 폴트를 거의 하지 않으면서도 공격적인 서브를 넣는다. 힘과 회전을 이용할 수 있다. 공격 방법을 생각한다. 세컨 서브는 깊이와 위치를 생각해서 넣는다. 서비스 리턴을 공격적으로 한다. 복식에서 상대방의 페이스를 흐트려 놓을 수 있다.
여러가지 발리를 섞어서 사용한다. 풋웍이 좋다. 백 발리도 방향과 깊이를 조절할 수 있다. 터치 샷을 시도한다. 대부분의 실수는 멋진 샷을 칠려는데서 비롯된다.
방향과 깊이를 조절해가며 어프로치 샷을 친다. 실수없이 발리와 오버해드로 점수를 점수를 끝맺을 수 있다. 공격적인 서비스 리턴을 한다.
의도적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게임을 펼친다. 좀 더 빠르게 공을 치며, 약한 부분의 커버에 능하다. 상대방에 대한 게임 운영을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복식에서는 주로 공격적인 네트 플레이를 펼친다. 예측력이 뛰어나다. 페이스를 조절하기 시작한다.

5.0
꾸준하게 백핸드로 공격적인 샷을 칠 수 있다. 대부분의 공에 대하여 방향과 깊이를 조절한 좋은 샷을 구사한다. 회전량에 변화를 가미한다.
적의 약점을 노리는 의도로 서브를 효과적으로 넣으며 공격적인 상황을 만드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믿들만한 다양한 서브를 가지고 있다. 상대방의 힘없는 리턴을 유도하기 위해, 그리고 다음 샷에 대한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 낼 목적으로 깊이와 회전, 그리고 위치를 조절해가며 세컨 서브를 넣을 수 있다. 방향과 깊이, 회전을 섞어서 공격적인 리턴, 적의 페이스를 흐트러트리는 리턴등 다양한 리턴을 할 수 있다.
깊이와 페이스, 방향등을 조절하여 대부분의 발리를 칠 수 있다. 어려운 발리 상황에서도 깊이를 조절할 수 있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발리는 종종 위너가 된다.
어프로치 샷과 패싱샷은 페이스를 조절해가면서 친다. 그리고, 매우 효과적인 샷이 된다. 공격적인 로브를 띄울 수 있다. 어떤 위치에서도 오버해드를 날릴 수 있다. 코트 중앙에서도 꾸준히 발리를 수행 할 수 있다. 공격적인 서비스 리턴과 적의 페이스를 흐트릴 수 있는 리턴을 효과적으로 섞어서 사용할 수 있다.
대부분, 멋진 샷을 구사하고, 게임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상대방에 따라 게임 운영을 바꿀 수 있다. 이 등급의 선수는 게임으로 말하자만 확률 테니스를 한다. 복식에서 탄탄한 팀웍을 자랑한다. 5.5 등급 이상의 선수들과 시합할 때 주로 정신적으로나 체력에서 무너진다.

5.5
힘든 상황에서도 좋은 샷을 칠 수 있다. 뛰어난 예측력을 가지고 있다. 상대방의 토스, 몸의 위치, 백스위, 준비자세 등을 보고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힘든 상황에서도 퍼스트와 세컨 서브를 잘 넣을 수 있다. 또한 항상 서브를 공격적으로 할 수 있다. 상대방의 약점을 파악하고 그 점을 이용할 수 있다.
파워나 꾸준함을 주 무기로 가지고 있다. 시합에서 게임 운영 스타일이나 전략을 바꿀 수 있다.

6.0~7.0
이들은 일반적으로 NTRP 등급 수준이 아닐 것이다. 이들은 현재 랭킹이나 과거의 랭킹으로 평가되겠다.
6.0 플레이어는 쥬니어나 대학시절 국내 토너먼트 경기를 목적으로 집중 적인 훈련을 받은 선수들이다. 그리고 지방 또는 국내 랭킹을 인정받은 수준이다. - 6.5 플레이어는 7.0 레벨로의 자격을 가진 그리고 국제 대회 예선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7.0 은 국제 대회에 출전한 세계적 수준의 선수이다. 이들은 대회 상금이 주 소득원인 프로 선수들이다.

Posted by 흰솔
토끼머리2007. 2. 21. 22:28

순식간에 승부가 갈리곤 하는 승부차기.

승부차기의 성공률은 80%가 넘는다. 하지만 의외로 승부차기의 매력은 20%도 안 되는 실패율에 있다.

골키퍼는 "못막아도 그만"이지만 키커는 "못 넣으면 역적"이 되기 때문. 이 실수의 공포가 선수들로 하여금 '가운데 공'을 극단적으로 피하게 만들고 그에 따라 실수 확률을 높인다. 보는 사람의 두근거림도 여기서 생긴다.

선수들은 왜 공을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만 찰까? 가운데로 차는 선수는 거의 없다. 가운데 낮은 볼은 하물며 더욱 없다. 이유는 단 하나, '쪽팔림의 두려움' 탓.

2006년 월드컵의 가장 재미있는 기록 가운데 하나는 스위스의 '승부차기 0점' 기록이다. 80~90%에 이르는 승부차기 성공률을 감안할 때 이건 아마도 1000분의 1 확률 정도가 아닐까 싶다. 어쨌든 이들을 쫄게 만든 승부차기의 비밀은 당시 경기를 보도한 AP통신 기사에 잘 나와 있다.

AP통신은 스위스의 첫 키커가 공을 차자 이렇게 말했다. "마르코 스트렐러의 노력은 첫 공을 찬 우크라이나 선수보다 훨씬 엉망이었다. 공이 쇼브코프스키 골키퍼에게 가운데로 낮게 날아가버린 것이다." 우크라이나 첫 키커 셰브첸코도 골을 놓쳤지만, '적어도 가운데로 낮게 차지는 않았기 때문'에 스트렐러보다 훨씬 훌륭한 선수로 묘사됐다.

스위스의 둘째 공도 마찬가지로 실축. 하지만 묘사는 사뭇 달랐다. "바르네타가 크로스바를 맞췄다." 그게 전부였다. 크로스바를 맞췄을 뿐이다. 어차피 실축은 같은 실축인데.

세번째 스위스 키커 리카르도 카바나스. AP는 흥분한다. "리카르도 카바나스의 슛은 완전히 아마추어 수준이었다. 그가 찬 볼은 골대 한 가운데를 향해 날아갔고, 우크라이나 골키퍼의 앞에 그대로 볼을 헌납했다." 이것도 결국 같은 하나의 실축일 뿐이었다.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을 월드컵 경기, 누구는 그저 크로스바를 맞췄을 뿐이지만, 가운데로 공을 날린 그들은 상대편보다 더 큰 실수를 저지르거나, 완전히 아마추어 수준인데도 키커로 나선 셈이 된다. 이런 와중에 어떤 강심장이 가운데로 공을 찰 수 있을까.

그래서 이번 월드컵을 보다보면 축구라는 게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스포츠였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아름답기보다 씁쓸하네.

Posted by 흰솔
토끼머리2007. 2. 2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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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흔하디 흔한 질문 가운데 하나가, "당신은 지금까지 다녀본 장소 가운데 가장 좋은 곳이 어디십니까?"라는 질문이다.

내게는 두 가지 대답이 있다. 외국에서 그 질문을 받는다면 서울이라고 말한다. 도시의 한 가운데에는 바다처럼 넓은 강이 흐르고, 그 강의 북쪽 지역 한 가운데에는 서울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높은 산이 있는 아름다운 도시라고. 그리고, 500년 왕조의 궁궐이 수도 한 복판에서 일본 식민지 시절의 유산, 미 군정의 전진기지 등과 한 데 어우러져 존재하는 몹시 복잡한 역사의 땅이라고. 여름이 오면 짐작도 쉽게 하지 못할 열기와 습기에 노점 음식점의 향기가 어우러져 도시 전체가 땀을 흘리는 곳이라고. 겨울이면 모든 게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곳에서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할 만한 살바람에 맞서 단 돈 1달러도 되지 않는 가격에 뜨거운 오뎅 국물을 파는 곳이라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바르셀로나라고 대답한다. 그 곳은 여름에는 '따뜻한 가을'같은 날씨가 이어지고, 겨울에는 '추운 봄'같은 날씨가 이어지는 한국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사철 좋은 날씨가 펼쳐지는 도시라고. 골목 어귀마다 피카소와 헤밍웨이가 즐겨 찾던 술집과 까페를 만날 수 있는 예술의 향기가 피어나는 곳이라고. 유럽 최고의 부자들과 유럽 최고의 무정부주의자들이 한 데 모여 총부리를 휘두른 흔적들을 구경하려고 세계의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곳이라고. 그러면서도 밤 늦게까지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평화롭게 걸어다닐만큼 안전한 곳이라고. 한마디로, 사람들이 '멋진 도시'라고 부르는 객관적인 조건은 다 이 곳에 있다고.

나의 사랑이란 무엇일까. 서울일까, 바르셀로나일까. '객관적'으로 봐서 별 특징없는 도시지만 내가 그 매력을 알기 때문에 남들에게 침 튀기게 자랑하고 싶은 나만의 서울일까, 아니면 객관적으로 모두가 칭송하는 도시이기 때문에 나도 그 도시의 사랑에 있어 뒤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만인의 바르셀로나일까.

과연, 무엇일까?

Posted by 흰솔

AP가 2006년 4월 "미국 경제에 끼치는 벌레의 경제 파급효과가 570억 달러(약 57조 원)"라고 보도했습니다.

57조 원이면 외환은행을 8개 정도 살 수 있는 돈입니다. 롯데그룹 전체의 1년 매출도 그쯤 되겠군요.

AP는 "이것도 보수적으로 낮춰 추산한 것"이라며 "꿀과 비단 등 곤충이 만들어내는 직접 상품은 포함시키지 않았고 야생 곤충의 효과만 추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도 내용을 약간 옮겨보죠. 어떻게 계산했는지.

1. 야생동물의 영양공급원: 야생동물을 관찰하거나 사냥하는데 드는 비용 가운데 이 야생동물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먹이로서의 곤충의 값 500조 원.
2. 해충컨트롤: 해충 피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익충이 사라졌을 경우 늘어날 예상 피해로 추산한 결과 약 4조5000억 원 이익.
3. 식물 꽃가루 운반: 야생 곤충이 짝을 맺어주는 곡물(양봉 벌 제외)의 경제적 가치 약 3000억 원.
4. 거름: 분뇨를 치워주는 곤충이 없다면 농가에서 파리와 기생충이 크게 늘어날 것. 또 곤충은 분뇨를 땅에 거름으로 되돌려주는데 이런 곤충이 없다면 농가의 거름값도 크게 늘 것. 경제적 가치 약 3800억 원.

뭐 이렇다는 겁니다. 물론 꿀과 비단 외에도 해충들 덕분에 고용이 창출되는 '세스코'같은 회사의 경제적 가치도 판단하지 않았을테고, 화학회사의 살충제 판매 이익도 생각하지 않았겠죠.

그러니까 요점은 우리가 "벌레만도 못한 놈"이라고 누군가를 부르려면 벌레들이 얼마나 많은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겁니다. 누가 이런 식으로 정치인들의 가치도 따져줬으면 좋겠어요. 벌레와 정치인 사이에 더 가치있는 게 뭔지 좀 알 수 있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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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포스팅을 이사시키는 중.

Posted by 흰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