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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04 메시지, 스토리텔링

굳이 지금 와서 세스 고딘을 들먹일 필요가 없는 거다. 원래부터 마케팅의 핵심은 스토리텔링이었다.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휘어잡을 수 있는 강력한 메시지.

세상의 그 어떤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도 '세월의 힘'을 이길 수는 없다. 우리는 처음 '취권'을 찍다가 기고만장해져서 헐리우드에 진출해가지고는 '캐논볼' 시리즈 따위로 허송세월을 하던 성룡을 좋아하지 않는다. 취권은 좋아했지만, 성룡의 기고만장함까지 사랑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하지만, 눈물을 쏟으며 아시아로 돌아와서 아시아 투어를 통해 아시아 각국의 어린이들에게 자전거를 선물하던 성룡은 기억한다. 성룡은 한국에도 수 차례 반복 방문하며 "내년에 자전거를 갖다 줄게"라고 말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같은 보육원을 연거퍼 방문하곤 했다. 그것은 진심이다. 하지만, 진심 또한 짧다. 나이가 환갑이 다 된 지금, 뒤늦게 다시 헐리우드를 두드리고, 때때로 아시아에서 영화를 찍곤 하는 성룡은 진심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그는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것이다. 몸으로 코미디처럼 보이는 아크로배틱 액션을 하고, 그러다 다치고, 다치는 자신을 보면서 사람들이 즐거워 한 대가로 돈을 버는 인생. 그 인생에는 즐거움도 있지만, 즐거움 만큼의 처연함도 있다.

애플이 지금 왜 이리도 인기일까. 그건 애플이 평생을 저따위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1등을 조롱하고, 비웃으며, 자유로움과 히피적인 영혼이란 것은 다른 곳에는 없고, 오직 쿠퍼티노의 애플 기숙사 안에서만 발견할 수 있다고 우겨왔던 그 말도 안 되게 독단적인 정신으로 벌써 30년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1977년에 20대였던 잡스는 어느새 50대가 됐지만, 그는 여전히 검정 터틀넥에 청바지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애플의 광신도들과 대화를 나눈다. 처음에 잡스는 경박해 보였지만, 30년을 경박하게 살아왔던 그에게 지금은 '무게'가 붙는다. 그 무게야말로 그의 '내공'이 된다.

내가 1984년의 이 매킨토시 광고를 보면서 느낀 건 이런 30년의 힘이다. 아마도 이 광고가 처음 나왔을 당시에는 몹시도 건방져 보였을 테고, 아이디어만 넘치고 가벼워 보였을 것이 뻔한 저 광고. 하지만 한 회사가 저런 식의 건방질 정도로 자유로움만을 강조하는 컨셉을 30년 유지한다면, 그 다음에는 그 회사는 그렇게 생겨먹은 회사이기에 무슨 마케팅을 해도 자유로움으로 받아들여지는 거다. 애플이 한다면, Think Different일 것만 같은 30년 간의 세뇌가 매니아를 만든 것이다. 그러니까, 아이폰을 백날 따라하고, 아이팟을 아무리 카피해봐야, 그런 식으로 하루를 사는 당신들에게 미래는 없다. 당신들에겐 역사가 없으니까.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고 성공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역사다.
Posted by 흰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