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7.05.25 잭 그리고 수지 웰치 3
사용자 삽입 이미지

파스칼의 내기(Pascal's Wager)이란 말이 있다. '팡세'의 저자인 그 프랑스인 파스칼이 도대체 신을 믿어야 하는 것인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어떻게 봐야 할까? 파스칼은 무조건 신을 믿(는 척 하)는 것이 올바른 의사결정이라고 생각했다.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게 이익이기 때문이다.

이런 거다.
1. 신의 존재를 믿은 사람은 신이 정말 존재할 때 천국에서 영생을 얻게 된다.
2. 신의 존재를 믿은 사람은 신이 정말 존재하지 않을 때 잃을 것이 없다.
3. 신의 존재를 믿지 않은 사람은 신이 정말 존재할 때 얻을 것이 없다.
4. 신의 존재를 믿지 않은 사람은 신이 정말 존재하지 않을 때 잃을 것이 없다.

이렇게 정리를 해놓으면 신의 존재를 믿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잭 그리고 수지 웰치 부부가 최근 비즈니스리뷰에 칼럼을 썼다. 파스칼의 도박에 관한 글이지만, 사실 진짜 주제는 기업들이 지구온난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는 문제였다. 모두가 알다시피 친환경적인 경영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 생산라인을 바꿔야 하고, 관리를 철저히 해야하며, 신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비용은 많이 드는데 효과는 미미하다. 환경문제라는 말만 꺼내면 "그거 돈도 안되잖느냐"며 고개를 내젓는 CEO가 세상에는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웰치 부부의 해답은 단순명료하다. 친환경 경영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중요한 문제라고 믿는 것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보다 이익이란 것이다. 불과 30년 전, 글로벌라이제이션이 미국 기업의 화두로 떠올랐을 때 미국 공장들은 자신들보다 더 싸게 값을 부르는 멕시코와 아시아의 공장을 무시하고는 "우리 기술이 더 뛰어나니까"라는 근거없는 망상 속에 빠져들었다. 그 결과, 그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일자리도 함께 사라졌다.

미국에 살고 있지 않아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웰치 부부는 그동안 환경론자들의 지구온난화 주장에 대해 '생각보다 과장돼 있을 수 있고,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견해를 보여왔던 모양이다. 환경론자들의 비난이 꽤 거셌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환경문제는 캠페인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전지구적으로 거대한 규모로 일어나야 효과를 볼텐데, 거기에 가장 어울리는 효율적인 시스템은 시장경제 아래에 있는 기업들이 변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웰치 부부의 얘기는 꽤나 합리적이고 설득적이다.

비즈니스위크 원문은 유료회원이 아니라 그런지 못 구하겠고, 발췌문은 여기서.
Posted by 흰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