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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4.16 녹색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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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graph by Dwight Eschliman for The New York Times ------------------- Carin Goldberg (a homage to Rachel Carson)

"일자리, 기온 그리고 테러. 오늘날 미국인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세가지 이슈."

이번주 뉴욕타임즈의 타임즈매거진 커버스토리는 토머스 프리드먼의 긴 칼럼, '녹색의 힘'이었다. 평소같으면야 긴 칼럼을 읽기가 골치아파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넘어가곤 하지만 이번 커버스토리에는 눈길이 가는 구절이 굉장히 많다.

우선 일자리. 이에 관해 얼마 전에도 비슷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지속가능경영에 관해 대화하던 중이었는데, 불현듯 함께 얘기를 나누던 분이 "지속가능경영 또는 환경경영이 제2의 산업혁명을 가져올지 모른다"라는 것이다. 그때만 해도 별 뜻 없이 넘겼지만, 이 칼럼을 읽고 있자니 생그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9/11과 카트리나를 겪은 미국인들이 변하기 시작하면 산업 자체도 변할 수 있지 않을까? 프리드먼은 미국이 그동안 철도 대신 도로를 깔고,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수준의 휘발유를 팔아 온 국민에게 자동차와 쾌적한 교외 거주환경, 낮은 인구밀도를 선물했다고 말한다. 이런 미국의 모델은 전 세계가 선망한 모델이었다. 그러니 미국이 친환경적인 산업을 개발해 더 나은 삶의 환경을 만들어낸다면 세계는 그 또한 모델로 받아들이고 따라올 것이라는 얘기다.

기온의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세계 곳곳에서 지구 온난화에 대한 무시무시한 경고가 쏟아져 나온다.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건지, 정말로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반대하고 있는 것인지 나는 모르겠지만, 많은 이들이 경고론자에게 돌을 던진다. "당신들의 지구 온난화 경고는 근거가 없다"면서. 알 도리가 없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이란 건 있게 마련이다. 적어도, 더 이상 석유에 기반한 문명이 지속되기 힘들고, 더 이상 자원 착취적인 발전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게다가 세계가 칭송하는 중국이 미국식으로 산업화될 경우 생길 환경재앙이란 건 중국인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황사를 들이마시는 한국인들은 이미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테러라는 이슈는 이런 문제를 뻔히 알면서도 미국이 저지르는 양면적인 행위에 관한 지적이다. 미국인들은 달러를 벌어서 군대를 유지하고, 테러와 전쟁을 벌이도록 위임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엄청난 석유를 사들이면서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이슬람 종파 일부의 부를 축적해 그들에게 무장을 하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돕는다. 한 때, 잠시나마 풍요롭고 행복했던 세계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기름 때문에 분쟁을 벌이고, 에너지 쇄국에 나섰으며, 전쟁도 불사하기 시작했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친환경산업에 투자하면 된다. 그런데 왜 하지 못하는 걸까? 프리드먼의 분석은 굉장히 간단하다. 계급갈등은 적이 명확하고 아군도 명확하다.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갈등은 그렇지 않다. 이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 사이의 갈등이기 때문이란 것이다.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은 언젠가 태어날 테고, 그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이익집단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제는 그 때가 되면 이미 모든 게 늦어버린다는 데 있다.

좋은 칼럼에 감탄하는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미국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대체에너지 개발과 에너지효율이 높은 상품 생산 등의 친환경산업은 이미 앞선 기업들의 트렌드가 됐다. 그런데 지금 한국기업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을까. 일본의 도요타는 세계 1위 자동차회사가 아니었지만, 가장 먼저 하이브리드카를 상용화한 회사가 됐다. 그게 한국과 일본의 차이가 아닐까? 소니와 필립스와 인텔은 환경기준을 맞추지 못한 납품업체에게서는 부품을 공급받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그 연합체에 포함돼 있지 못하다. 과연 한국은 미래를 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는 아직도 '가진자와 갖지 못한 자'의 갈등만 해결하면 된다고 순진하게 믿고 있는 건 아닐까?
Posted by 흰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