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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2.24 사비니 레 본
토끼머리2007. 2. 24.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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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 와인은 어려워서 다가서기 힘들 줄로만 알았다. 우리가 아는 부르고뉴 와인이라고 해봐야, 에세조, 리시부르 등 도저히 돈을 내고 먹을 수 없는 엄청나게 비싼 와인들이 대부분이니까. 게다가 피노 느와 하나로만 만드는 와인이란 건, 사람 기를 죽이기 십상이다. 부르고뉴의 피노 느와를 마시려면 내 혀가 더 섬세해야 하고, 내 자세도 더 느끼려고 노력해야 될 것만 같았다. 여러 종류의 포도를 섞어 만들어 마시다보면 자유롭고 화려하게 변화하는 보르도의 블렌딩 와인과는 사뭇 다를 것으로 생각한 거다.

사비니 레 본의 와인들을 보면서 생각을 바꿨다. 대학 동창들과의 술자리, 선배가 호기롭게 "예산은 15만 원이니까 적당히 골라봐"라고 말했다. 기회를 놓치지 말고, 냉큼 피노를 고르려고 했고, 서울와인스쿨에서는 사비니 레 본 레 라비에르와 뉘 생 조지를 추천했다. 선택은 사비니 레 본, 나쁘지 않았다.

선배가 추천한 가게는 서울와인스쿨. 얘기는 전에도 들어봤는데, 직접 가본 것은 처음이었다. 도저히 와인샵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건물의 3층. 허름한 곳에 담배연기와 치즈향이 가득했고, 곳곳에서 와인병들이 부산스레 향을 뿜어내고 있었다. 부담스럽지 않고, 비싸지도 않은 곳. 다만 집에서 너무 멀다는 게 흠이다.
Posted by 흰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