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유니콘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1.31 조선 시대를 살아가는 KBO의 야구인들
  2. 2007.04.04 현대유니콘스와 팬택EX


무슨 생각인걸까. KBO가 현대 유니콘스를 명목상 해체하고, 제8구단을 명목상 창단하며 실질적으로 현대를 팔아 넘기는 계약을 정체 불명의 투자회사인 센테니얼이라는 곳과 체결했다고 한다.

우선, 유니콘스의 (실질적인 매각) 금액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센테니얼이 (명목상의) 서울 연고 구단 창단을 위해 지급하기로 한 돈은 120억 원. 하지만 이전에 인수 의사를 밝히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직전까지 갔던 KT가 밝혔던 (명목상의 창단 또는 실질적인 인수) 가격은 60억 원이었다. 불과 1, 2개월 남짓한 사이에 값이 두 배로 뛰었다. 현대가 그동안 가치가 두 배 높아졌을까? 아니다. 현대가 '수원' 연고지로 현재의 유니콘스를 태평양으로부터 인수했을 때 냈던 돈이 430억 원이었는데, 그걸 KT가 6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한 것이 적정한 시장 가격이다. 그만큼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여기에 120억 원을 선뜻 내겠다고 달려들었다. 조건을 봐야한다. 아니나 다를까, 센테니얼은 120억 원을 2차례에 나눠 내는 옵션을 계약에 넣었다고 한다. 무슨 뜻일까?

센테니얼이 야구단 사업을 정상적으로 벌일 것으로 KBO가 기대했다면, 그런 바보같은 생각이 없다. 뭐, 그 정도로 KBO가 생각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시장 가격에 구단을 넘기려고 했더니 각종 비시장적인 요소들이 끼어들었고, 제대로 계약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렸을 가능성이 높다. KT가 적정가격을 써내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계약을 철회하는 과정을 보면서, 어느 기업이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 복마전에 끼어들겠다고 나설까? 아마, 센테니얼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투자회사의 생리를 봐야 한다. 나는 기억한다. 뉴브리지 캐피탈이 부실투성이의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면서 "뉴브리지는 하나로텔레콤을 시세차익을 노리고 인수한 것이 아니다. IP TV라는 새로운 사업영역과 초고속인터넷이라는 훌륭한 자산을 믿고 제대로 된 사업을 벌이기 위해 인수한 것이다. 단기간에 하나로텔레콤을 되파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했던 말을 기억한다. 그게 언제냐고? 2006년 초의 일이다. 2년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새 하나로텔레콤은 SK텔레콤에 팔렸고, 여전히 부실투성이에 미래도 불확실한 IP TV 사업모델 하나를 위해, 하나로텔레콤의 모든 투자 기회를 포기하고 IP TV에 몰빵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여 인지도를 높인 게 경영의 전부였다. 하나로텔레콤은 정상적으로 통신 사업을 한 적이 없다. IP TV라는 트렌디한 사업에 자원을 '몰빵'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런 식의 회사를 샀다 팔았을 뿐인데도, 뉴브리지는 그 과정에서 단기간에 수배의 이익을 챙겼다. 왜? 어차피, 유선통신망회사는 SK텔레콤이든, LG통신그룹이든, KT통신그룹이든 탐낼 수밖에 없는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미래가 불투명하니 위험부담을 지기 싫어서 대기업이 투자를 꺼릴 때, 투자회사는 과감하게 도박을 건다. 그리고 크게 먹으면 먹고, 망하면 망한다. 대신 전제 조건이 하나 있다. 절대로 투자회사가 인수 기업의 사업을 주력으로 벌이지는 않는다. 그저, 분칠을 할 뿐이다.

센테니얼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최고 스포츠는 야구다. 흥행 성적으로, 관중 동원력으로,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원활한 리그 운영의 필수조건인 제8구단이 사실상 해체 위기에 몰렸다. 시장 가치는 KT의 경우에서 살펴보니 60억 원에 불과하다. 이러저런 '정서법'을 만족시켜줘봐야 100억 원 내외에 해결이 가능하다. 문제는 되파는 가격이다. 여기에 '분칠'의 필요성이 생긴다. 센테니얼은 앞으로 그 분칠을 '네이밍 스폰서 유치'라는 실험으로 해낼 것이다. 계약 금액은 비밀로 한 채, 네이밍 스폰서가 사업성이 있다는 식의 홍보를 하는데 열을 올릴 테고, 이 과정에서 아무도 모른다는 톱클래스 연예인의 광고료처럼 각종 거품이 끼어들기 시작할 테다. 자연스럽게 사업모델을 자산 삼아 재매각 가격도 뻥튀기가 될 것은 틀림이 없다. 센테니얼로서는, 그저, 기회를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그 기간 동안 비용이 조금 들지도 모르겠지만, 어차피 선수 관리와 경기 성적 등에 대한 '책임'은 단장이 맡고, 스탭 구조조정이나, 비용 효율화 등의 '칼'은 센테니얼 사장이 휘두르는 구조의 운영이 예정돼 있다. 방만 경영의 대표주자였던 현대 유니콘스는 몇 군데 손만 도 상당한 예산을 줄일 수 있을 게 뻔하다. 거기에 네이밍 스폰서까지 '저가에라도' 모집하면, 연간 소요 비용의 상당액을 외부 자금으로 돌릴 수 있다. 땅짚고 헤엄치기에 가까운 것이다. 원활한 통신사업의 필수요건인 유선통신망을 갖고 있는데, 시장가치는 형편없었던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 뒤, 하나TV 사업으로 투자자를 설득하고, 연간 들어가는 비용은 광고료와 정책자금으로 돌려댔던 뉴브리지의 경우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게다가 센테니얼은 리스크도 적다. 겨우 120억 원을 두 차례에 걸쳐 나눠서 낼 뿐이다. 자본금 5000만 원 짜리 소규모 창투사라서, 하다가 수가 영 틀리면, 회사 문을 닫겠다고 협박도 해볼 수 있다. 그건 센테니얼의 마지막 카드다. 국내 프로야구 시장에 대한 일말의 책임도 느낄 이유가 없는 일개 창투사가, 구단 문을 닫겠다며 배를 쨀 때, 가슴 아플 당사자는 KBO이고, 열이 나는 사람은 야구팬들일 뿐이다. 5년 의무 보유기간이 지나기 전에 문제가 생기면 땡깡을 부리면 되고, 문제가 없다면, 제값을 받고 팔면 된다. 한국 야구단의 가격은 현대가 태평양을 인수할 때 400억 원이 넘었지만, 지금은 불행히도 100억 원도 안 된다. 하지만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서고, 3만 달러를 향할 때 가장 성장하는 사업 가운데 하나가 스포츠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은 야구단 값이 사실상 바닥에 이른 상황이라고 봐도 된다. 더욱이 센테니얼로서는 구단을 잘 운영하면 가치가 올라서 비싼 값을 받을 수 있고, 구단을 잘 못 운영하면 외국계 자본에라도 국내 야구단을 넘길 수 있으며, 판매 시점이 된다면 그 때는 메이저리그 야구단처럼 국내 야구단도 컨소시엄 투자가 가능해질 수도 있다. 방법은 만들면 되는 것이다. 일단 창투사에 판 선례까지 있는데, 못할 것이 없다.

문제는 누가 만들었을까? 단연 KBO다. 그들은 무엇보다 시장 질서를 헤쳤다. 게임의 룰을 깬 자들에게는 아무런 할 말이 없다. 인수 의사를 밝혔고, 계약 직전까지 갔던 KT만 바보로 만들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계약까지 못 간 이유 가운데 가장 큰 이유가 '적은 가입금' 때문이라고 한다. 시장에서 팔리는 가격에 판매를 계약했다가, 물건을 넘기기 직전에 도로 뺏고 더 비싼 돈을 내라는 심보는, 기본적으로 상도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이건 시장이 아니라 깡패 놀음일 따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KT는 말할 것도 없고, 어떤 합리적인 기업이 투자를 해보겠다고 나서겠나. 애당초, 국내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KBO가 막아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KBO는 현대 문제를 '미봉'했다. 뉴브리지 얘기를 앞에서 했듯, 센테니얼은 '땡깡'을 부려서 단기간에 현대를 팔든, 5년의 기간을 채우고 팔든, 현대를 매각할 것임에 거의 틀림이 없다. 그때의 가격은 60억 원도, 120억 원도 훨씬 넘어서는 가격이 될 것이다. 아닐 수도 있겠지만, 7개로는 부족하고, 8개를 넘어서기에는 능력이 안되는 대한민국 야구판을 생각하면, 인수기업은 나오게 마련이다. 그 때가 되면, KT가 샀더라면, 그 차액의 일부를 야구단에 투자했을 텐데, 5년 간 센테니얼이 잇속만 차렸다는 비판에 대해 지금의 KBO 결정권자들은 어떤 변명을 해댈까. 5년 뒤면 그들은 모두 지금의 자리를 떠나는 건가?
Posted by 토끼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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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구단은 공통점이 있다. 경영이 어려워져 주인이 사라진 회사가 구단주라는 것. 그리고, 그 때문에 성적이 괜찮은데도 문을 닫게 생겼다는 것 등이다.

의문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야구팬과 게임팬들은 이 때 '비난과 증오의 대상'을 찾는다. 마치 중세유럽의 마녀사냥과도 같은 분위기다. 여기에 스포츠 기자들까지 가세한다. 대개 화살을 한 몸에 받는 것은 협회다. 현대유니콘스 사태에서는 KBO의 무능함이 도마에 올랐고, 팬택EX사태에서는 한국e스포츠협회의 무능함이 도마에 올랐다. 협회 다음으로 욕을 먹는 것은 전임 구단주다. 현대유니콘스는 하이닉스반도체가 욕을 먹었고, 팬택EX는 팬택계열이 욕을 먹었다.

성적이 좋다는 것은 기업으로 보자면 장사를 잘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장사를 잘한 기업이 문을 닫는다? 그런 기업은 망하지 않는다. 망했다면, 상품이 불량이라 매출은 높아졌는데 대규모 리콜로 비용이 더 커져 적자가 났다거나, 또는 이익을 남긴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분식회계여서 투자자가 줄줄이 빠져나가 기업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경우다.

현대유니콘스가 바로 그런 기업이다. 우선 상품이 불량이지는 않았을 테다. 성적도 좋고, 팬도 많다. 야구시합에 대해 리콜을 요구하는 관객은 거의 없다.(간혹 병은 던지지만) 그보다는 둘째에 가깝다. 잘 나가는 줄 알고 덥석 투자를 했더니 엉망이 된 것이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현대그룹이 현대유니콘스를 인수했던 가격은 470억 원 가량이었다고 한다. 그게 매각 때가 돼 살펴보니 80억 원인가로 줄어 있었다. 앉아서 돈이 까인 것이다. 그나마 매각가치를 높이겠다고 주수입원 가운데 하나인 선수 이적을 극단적으로 자제한 결과가 이것이다. 현대가 부실 덩어리 구단을 잘못 물었고,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았지만 투자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이다. 이런 기업은 결국 퇴출되게 마련이다.

냉정하게 말해보자. 일단 야구라는 시장은 죽어가는 시장이다. 경쟁자가 너무 많고, 또 강력하다. 요즘 젊은 세대는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를 본다. 그래, 어쩔 수 없는 변화니 할 수 없다. 시장이 변했으면 기업이 변해야지, 시장에게 변하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시장이 죽어가니 매출은 점점 줄어든다.

일반적인 기업은 여기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야구단은 그런 걸 안 한다. 아니 한국의 스포츠 구단이란 동네가 그런 걸 하지 않는다. 팬이 줄어들어 입장료와 광고가 줄어든다면 싸게 선수를 키워 비싸게 파는 시스템을 잘 써먹어도 된다. 현대는 이건 잘한다고들 한다.(그나마 발전이다.) 그런데 그걸로는 중과부적이다. 이건 단지 단기 영업기술일 뿐이니까.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 잘 나갈때 순이익의 상당 부분을 새 시장을 선도할 제품을 만들기 위한 R&D에 쏟아붓는다. 야구단의 경우 그건 유소년 야구다. 하지만 한국 야구단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여전히 학교 야구에선 '빠따'를 때리고, 어린 선수들은 공부라곤 못한 채 운동 기계로 자라난다. 그러면서 R&D 없이 시장에 흘러나온 스타에만 매달렸다. 시청자는 수준이 높아졌는데 스타의 품질은 예나 지금이나 거기서 거기다. 미국 야구선수들은 책을 읽자는 캠페인에 나와서 '위대한 개츠비'같은 책을 읽으라고 추천한다. 그게 스타다. 음주운전, 폭행, 이혼을 사우나에 목욕가듯 하는 게 스타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이건 기업이 아니라 구멍가게가 하는 장사가 된다. 어제는 치킨집이 인기라 치킨집을 차렸다가 내일은 불닭집이 인기라 인테리어 조금 바꿔 불닭집으로 업종전환하는.

그래도 성공하는 시장이 있다. 바로 그 구멍가게 시장이다. 팬택EX는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신한은행이나 한화같은 큰 회사들이 눈독을 들인다고 한다. 비용이 적은데 마케팅에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둘 다 모두 젊은 층에게 인기가 없을 회사다. 10대 청소년들이 은행이나 화약회사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으니까. 하지만 기업에게 젊은 층은 '기업의 미래'다. 직원으로 뽑기 위해 그렇고, 장기적으로 고객이라 그렇다. 현대유니콘스를 사서 젊은 층 가운데 100만 명을 '친 신한은행 파'로 만들려면 해마다 200억 원이 깨져야 한다. 하지만 팬택 EX를 사면 50만 명을 사로잡을 수 있는데 적자는 20억만 보면 된다. 게다가 이건 광고비 20억 원으로는 얻을 수 없는 효과다. 그렇다면 선택은 분명해지는 것이다.

문제는 팬택EX도 '지는 시장'의 플레이어라는 데 있다. 구멍가게 규모도 자꾸 줄어들면 장사가 안된다. 불닭집이 찜닭집으로 바뀌는 추세인데 계속 불닭만 고집할 수는 없는 것이다. 대기업이 게임단에 뛰어드는 건 이 정도 손해는 감당할 수 있겠다는 계산에서겠지만, 팬들 입장에서는 불만일 수밖에 없다. 이건 '뽑아먹을 때까지 뽑아먹자'는 비즈니스 논리이지, 시장을 키우려는 움직임은 아닐테니까. 팬택이 유소년 게임선수 육성에 나선 적이 있던가? 아니다. R&D를 하지 않는 것은 이들도 똑같고, 그렇다면 이들도 지속가능성은 없다.

옛날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명확했다. 다만 누구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충격이 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 문을 닫을 곳은 문을 닫게 하는 것, 그것이 시장의 비정한 논리이지만, 공공선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Posted by 토끼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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