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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4.24 하리 보테(Harry Potter)의 마법을 배워라

"J.K. 로울링의 해리포터를 이해해야 지구적 불평등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이 블로그에 링크돼 있기도 한, Marginal Revolution의 Alex Tabarrok이 최근에 올린 포스팅이다. 글로벌라이제이션이 진행되면서, 유명 작가의 책이 전 세계 각국의 말로 번역돼 나가고, 그에 따라 사상 첫 억만장자(Billionaire) 작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리아드, 오딧세이를 지은 호머도,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던 윌리엄 셰익스피어도, 심지어 반지의 제왕을 지은 톨킨조차도 억만장자의 위업은 달성하지 못했다.

호머가 돈을 벌지 못한 건 책을 인쇄하질 못하니 말로 얘기를 들려줘야 했기 때문에 시장 자체가 협소해서였다. 셰익스피어도 시장을 늘려보려고 희곡을 써서 관객을 모아봤지만, 그래봐야 하룻밤에 수천명 수준일 뿐이다. 진정한 '베스트 셀러' 문필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래서 톨킨 이후의 세대 정도다. 이들은 책을 대량으로 찍어 팔고, 영화와 만화 등에 판권을 팔아 넘기면서 백만장자가 됐다. 그런데, 롤링 앞에서는 우스울 따름이다. 롤링은 중국 어린이들에게 해리 포터 대신 '하리 보테'의 마법을 팔아 치우고, 한국 어린이들에게 허마이오니 대신 '헤르미온느'의 영특함을 가르친다. 그것도 출간과 거의 동시에.

문제는 톨킨은 시장을 만들어내면서 성공했지만, 롤링은 시장을 빼앗으면서 성공했다는 데 있다. 아이들이 책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이란 건 한정돼 있게 마련이다. 특히나 비디오 게임과 TV 등과 함께 경쟁해야 하는 요즘 세상에선 책이 갖고 있는 유한한 시간이란 건 제한적인 시장을 만드는 가장 큰 요소다. 그런데 예전같으면 찾아볼 일도 없었을 영국 작가의 책이 중국과 한국 어린이들의 독서 시간을 빼앗는다. 롤링은 그만그만한 각국 작가들의 시장을 빼앗아 자신이 독식하면서 억만장자의 위업을 이룬 것이다.

이런 불평등함이 과연 도서 시장만의 일일까? 요즘 싸이월드가 예전같지 않다고 한다. 네티즌들이 할 일이 많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그냥 디카로 사진을 찍어 싸이에 올리면 됐는데, 요새는 블로깅을 위해 꾸준히 포스팅도 해야 하고, 태깅도 해야 한다. 단순히 사진만 찍어 올리던 시기도 지나서 요새는 동영상을 찍어서 유튜브나 판도라TV에 올려야 하는 시대가 됐다. 글도 대충 쓰면 안 된다. 자기만의 주제가 있어야 스타 블로거가 된다. 전에는 싸이의 친구들이 내 고객이었지만, 요새는 불특정 블로거들이 내 고객의 범주에 포함됐다.

미니홈피에서 인기를 누리는 과거의 '싸이월드 투멤(오늘의 멤버; today's member)'들은 방문자가 수백명에서 많으면 수천명 수준에 이르곤 했다. 사람들은 투멤들의 미니홈피에 끝없이 달린 댓글에 감탄했고, 너도나도 투멤이 되고 싶어했다. 요즘엔 다르다. 투멤 따위는 우스울 따름이다. 인기 블로거의 블로그에는 아무 포스팅이 없어도 하루 수천명이 찾아든다. 1일 방문자가 수만명에 이르는 포스팅도 불가능한 게 아니다. 하루 2명의 투멤들이 겹치기 없이 나눠갖던 사이좋은 방문자들이 최근에는 '인기 블로거' 몇 명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블로그가 활성화될수록 이런 경향은 더 늘어날 게 뻔하다.

싸이월드와 블로그만의 일일까? 불평등은 도처에 있다. 그것의 원인이 글로벌라이제이션이든, 웹2.0이든 관계없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경쟁이란 건 이런 거다.

Posted by 흰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