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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30 일 년
Purslane/길모퉁이2007. 11. 3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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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토끼머리와 만난지 꼭으로 일년이 되는 날이다. 일년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이제 겨우 일년이 되었다는게 놀라울 따름이다.

생각해보니 우리는 참 특별한 날 이벤트 만들기에 인색한 커플이었다.

만나고 얼마 후 크리스마스였는데, 나는 24일 저녁에도 학교에서 논문을 쓰고 있었고 (대학원 건물의 우울한 기운은 그날따라 더 무거워서 도망치고 싶었다) 토끼머리는 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저녁을 먹어야하겠기에 종로에서 만났는데, 평소면 30분에 갈 거리를 한 시간쯤 걸렸던 것 같다.

백일쯤 되는 때는 날짜를 세지 않아 정확히 언제였는지 잘 모르겠다. 문득 둘이 함께 그게 언제더라 하고 따져봤을땐 이미 지난 후였던 것같다.

토끼머리의 생일에는 토끼머리가 회식(!)이 있었다. 무리해서 밤에 만날 수도 있었으나, 다음날 아침에 스페인으로 떠날 예정이었으므로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게다가 선물은 인터넷으로 사주었으니 나도 참 심심한 여자친구다.

내 생일엔 전날 저녁에 웨딩촬영을 하다가 자정을 넘겼다. 나름대로 친구들과 함께한 색다른 시간이긴 했으나, 정작 생일 당일 저녁엔 둘 다 피곤에 지쳐 찜질방에서 졸다가 헤어졌다.

그리곤 수도 없이 질문을 받은 화려한 프로포즈 없이 결혼식를 치렀다. 화려한 장미꽃이나 촛불, 풍선 따위의 이벤트는 하나도 부럽지 않은데, 남녀를 불문하고 하도 많이 물어와서 설명하다보니 구차해져버렸다.

그리고, 아마 오늘도 우리는 그냥 조용히 넘어 가게 될 것 같다.
내일이 첫 집들이라 나는 잔뜩 긴장한 상태고, 연일 야근 중으로 특별한 저녁을 준비하기도 글렀다. 주말에 음식을 왕창 할텐데 라는 생각에 재료만 사두고 해놓질 않아서 먹을 것도 없다.(사실 엄마가 해준 반찬도 다 떨어졌다. 쩝)
이벤트 대신 10분간 추억에 젖기. 뭐 이런거 정도 하면 되지 않을까. 일년동안 찍은 사진이나, 일기 같은거 뒤적거리면서.

Posted by Pursl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