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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slane/길모퉁이2007. 6. 1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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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모가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다.
최근 앨범을 낼때마다 크게 인기를 끌지도 못했고, 가끔 출연하는 쇼·오락프로그램에서도 어울리지 못했다. 나이를 잘은 모르지만 마흔이 다되어 갈 거다. 20대 초반의 젊고 덩치좋은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뛰어다니기엔 너무 나이가 들어보였고 그런 그가 안타까웠다. 주변의 중론도 그러하였는지 최근엔 게임 프로그램엔 나오지 않는 것 같다. 

토크쇼를 표방한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그의 모습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재기발랄하고 MC를 휘어잡던 말솜씨는 어느새 조근조근한 말투로 변해있었다. 개그맨보다 더 웃긴 가수였던 걸로 기억했는데 어느새 MC와 스텝들을 지루하게 만들고 있었다. 나이가 들면 말이 많아진다던가. 10초에 한번씩 톡톡 튀어줘야 하는 요즘 트렌드와 멀어진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가 낯설었다. 어쩌면 이번 방송은 그동안 <무릎팍 도사> 중 제일 재미 없었을 지도 모른다. 작은 키에 까만 얼굴도 매력이었는데, 이젠 술과 담배는 늘고 외로운 일상을 사는 노총각 이미지에 점점 떨어지는 인기와 음반판매량을 정확히 수치로 보여주면서 실패자의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그러나 답답한 기분이 들면서도 채널을 돌리지 못했다.

코너가 끝나갈 때 쯤 꿈이 뭐냐는 질문에 하늘을 날고 싶다는 대답은 우문현답이었다. 질문에는 앞뒤 맥락도 없었다. 진행자가 무슨 질문을 해도 보편적인 대답이 나오지 않아서 한숨을 푹푹쉬며(게스트 잘못 불렀다, 내지는 오늘 방송 망했구나라는 표정으로) 아무 질문나 던진다는게 당신의 마지막 꿈은 무엇입니까였다. 역시 이 대답을 들으며 당황해하는 진행자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좋은 집을 사고 싶고, 큰 차를 타고 싶고, 성공하고 싶은 건 노력하면 이룰 수 있잖아요. 꿈은 소망하는 거구요. 저는 하늘을 날아보고 싶어요.

바로 초등학생 같다는 비웃음을 받았지만 나는 그 한마디로 조금 전까지 그가 하던 모든 말이 계산하지 않은 솔직함 일거라고 믿어보고 싶어졌다. 아무렴 어때. 내가 좋아하는 것이 나에겐 가장 좋은거지. 나는 어디에서 그렇게 말할 수 있던가. 목표 대신 꿈을 생각해 보고 싶어졌다. 흠. 쉽지 않다.

Posted by Pursl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