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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03 자유 네덜란드의 쓸쓸한 퇴장 1
토끼머리2007. 7. 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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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의 홍등가

그곳에 가면 마리화나도 마음대로 필 수 있었고, 낙태와 안락사가 합법이었으며, 매춘과 동성간 결혼도 자유로웠다. 말 그대로 네덜란드에 가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줄로만 알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옛날 얘기가 된 모양이다. 요즘 네덜란드는 달라졌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의 네덜란드 기사를 보면 그동안 낙태를 하겠다고 네덜란드로 국경을 넘어오는 유럽인들과, 동성 결혼 신고를 하겠다며 네덜란드로 찾아온 동성애자들로 인해 네덜란드는 최근 십수년 간 홍역을 치르고 있었다. 국제 범죄조직은 네덜란드에서 세계인들을 상대로 마리화나 장사를 벌였고, 한 때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합법화했던 매춘은 21세기에 이르러 여성들을 상품화하는 도구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세계에서 가장 자유주의 정신으로 충만했던 네덜란드에서 보수주의의 기운이 일어난 건 이 때문이었다. 네덜란드인들은 결국 전후 처음으로 기독교 정당을 정계에 진출시켰고, 그동안의 자유로움에는 조금씩 고삐가 조여들어오기 시작했다. 급기야 네덜란드 정계 일각에서는 마리화나와 낙태, 동성 결혼 등의 급진적인 조치를 네덜란드인에게만 허용하고 외국인에게는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 중이다.

분석은 여러가지였다. 무엇보다 자유가 지나쳐 통제 불가능의 지경이 되자 이제 네덜란드가 범죄를 끌어들이는 장소로 전락했다는 현실적인 우려가 컸다. 또 늘어나는 흑인, 아랍계 등의 이민 인구 틈에서 백인 순혈주의자들이 위기 의식을 느끼기 시작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어찌됐든, 네덜란드의 변화는 아쉽기만 하다. 가 본 적은 없어도, 내 머리속의 네덜란드는 자유주의 정신으로 충만한 나라였다. 상인에게 부여했던 돈 벌 자유는 타인에게도 관용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그래서 마약과 동성애를 인정했다. 타인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똑같이 자유주의를 부르짖는 미국에서는 겉으로는 자유를 외치면서도 뒤돌아서서는 타인의 자기통제권에 지나치게 간섭하곤 한다. 그런데, 이제 네덜란드가 "미국을 닮아간다"고 한다. 아쉬울 따름이다. 신념과 생활이 하나였던 상인의 나라는 이제 물 건너 가는 걸까.
Posted by 흰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