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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19 It's the econmy, stupid! 1
토끼머리2007. 12. 1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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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문제는 경제란 말이다. 이 바보야.
1992년 미국 대선, 무려 91%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즐기며 한가로이 재선을 기다리고 있었던 '아버지 부시'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는 아칸소라는 시골 주지사 출신의 젊은 정치인 빌 클린턴에게 참패하고 만다. 냉전을 종식시키고, 걸프전을 승리로 이끈 위대한 미국의 지도자가 시골뜨기 정치인에게 질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사실, 경제 전문가는 클린턴보다는 부시라고 해야 했다. 부시는 예일대 경제학과 출신이고, 클린턴은 같은 대학에서 로스쿨을 마친 변호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경제=클린턴'이라고 생각했다. 사진 속의 저 인물, 제임스 카빌의 치밀한 선거전략 덕분이었다. 카빌의 전략은 단순했다. 전쟁 영웅에게 외교 안보로 맞붙어봐야 승산이 있을리 없으니, 경기침체를 노리자는 것이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클린턴은 무리없이 재선에도 성공하고 만다.

직선제가 도입된 후 우리의 대선 화두는 우선 민주주의였다. 총칼로 정권을 잡은 사람들을 몰아내고, 한 번 제대로 바꿔보자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그것이 김대중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DJ의 전략은 단순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였다.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과 결합한 효과적인 캐치프레이즈는 DJ를 청와대에 입성시켰다. 같은 시간, 이회창은 뭘 하고 있었나. 기억에 남는 구호가 있었나. 그저 듣기 좋은 평이한 말만 쏟아낼 뿐이었다.

노무현의 화두는 '평화'였다. DJ보다도 더 단순했다. 노무현은 유권자들에게 외쳤다. '전쟁이냐, 평화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DJ 정권의 실정과 부패나 강조하고, 다시 잃어버린 기득권을 찾아오겠다며 '신보수주의'를 내걸었던 이회창은 역시 매력이 없었다. 거기엔 단순함의 미학도, 진정성도 없어 보였다.

이회창은 올해 대선에서조차 빈곤한 선거 전략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회창의 캐치프레이즈는 '반듯한 대한민국'. 자신을 지지하지 않고 있는 한국인을 '반듯하지 못한 사람'으로 몰아붙이는 듯한 이 구호가 먹힐 리 없었다. 도무지 제대로 된 전략을 세울 생각이 없어보이고, 막판까지 내분으로 시간을 소모한 통합신당의 정동영도 제대로 된 선거전략을 내세우는 데 실패했다. 그저 이명박을 욕할 뿐이었다. '문제는 경제란 말이다, 이 바보야.' 이명박의 메시지는 단순했고, 가슴을 울렸다. 이명박이 경제 전문가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이슈를 만들어내고 선점한 것이 이명박 측이라는 것이었다.

제임스 카빌은 1944년생이다. 아직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고, 요즘같은 세상에서 아마 10년은 더 열정적으로 일할지도 모른다. 통합신당은 앞으로 카빌을 초청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스라엘의 에후드 바락을 총리로 만들었고, 에르네스토 세디요 멕시코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 전략을 짜줬으며,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선거 캠페인에까지 관여했던 황금 손. 저런 사람이 한국 정치판에 끼어들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Posted by 흰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