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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slane/길모퉁이2007. 6. 22. 15:08

본의아니게 번역할 일이 생겼다.

학부 전공이 영문학이다보니 초면에 전공을 묻다보면 늘 듣는 말이 '영어 잘하시겠네요'이다. 아, 그중에 몇몇은 '영어를 잘해서 좋겠네요'라고 넘겨짚기도 한다. 늘 절대 아니라고(절대를 강조해서) 말해도 사람들은 겸손함 쯤으로 치부해버리고 곧 잊어버린다. 정말이지 아니라고 말할 땐 믿어줘야 한다.

같이 공부해본 사람들에겐 이미 겸손하게 '아니에요'라고 말할 필요도 없이 뽀록난 상태이지만 딱히 검증을 하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막연히 잘하겠거니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번역을 좀 해달라는 부탁이 들어오는 불상사가 가끔 생긴다.

번역이 얼마나 지루하고 힘든 일인지 해본 사람들은 안다. 누구는 적당한 어휘를 찾느라 하루종일 고생하다가 정말 딱 들어맞는 말을 찾아내고 희열을 느꼈다는데, 나라며 돈 돌려주고 책을 덮어버릴 거다.

게다가 이렇게 부탁받는 글들은 관심분야가 아니라서 재미있는 내용이 별로 없다.
이번 번역도 돈을 아무리 줘도 차라리 주말에는 그냥 놀아야 한다는 강한 의지로 거절했었다.(많았으면 달랐을지도 ☞☜) 이리저리 수소문을 해보다가 결국 사람이 없었는지 다시 돌아왔다.

다행히 설문조사결과를 정리한 것이 절반 이상이라 그다지 어렵진 않았지만 처음해보는 분야인데다 별 관심이 없으니 시간이 5배는 더 걸린다. 한줄 번역하고 커피마시고, 한줄 번역하고 문자보내고, 한줄 번역하고 냉장고에 뭐 있나 열어보고. 이러다 보니 2-3시간이면 끝날 분량이 하루종일 걸리기도 했다.

수요일에 초고를 보냈는데 불상사에 불상사가 겹쳐, 나와 절반을 나누기로 한 분이 착각을 하시고 내가 번역한 부분을 열심히 번역해 오셨다. 의뢰를 한 곳에서 시간이 촉박하다며 발을 동동 구르는 통에 졸지에 그분 것을 다시 절반으로 나누어 추가로 일을 하게 되었다.
하기 싫은 일은 해도 잘 안풀리는 모양이다.

이제 한문단만 끝내면 되는데 또 이렇게 딴짓 중이다.

Posted by Pursl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