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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2.21 두 도시
토끼머리2007. 2. 2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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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흔하디 흔한 질문 가운데 하나가, "당신은 지금까지 다녀본 장소 가운데 가장 좋은 곳이 어디십니까?"라는 질문이다.

내게는 두 가지 대답이 있다. 외국에서 그 질문을 받는다면 서울이라고 말한다. 도시의 한 가운데에는 바다처럼 넓은 강이 흐르고, 그 강의 북쪽 지역 한 가운데에는 서울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높은 산이 있는 아름다운 도시라고. 그리고, 500년 왕조의 궁궐이 수도 한 복판에서 일본 식민지 시절의 유산, 미 군정의 전진기지 등과 한 데 어우러져 존재하는 몹시 복잡한 역사의 땅이라고. 여름이 오면 짐작도 쉽게 하지 못할 열기와 습기에 노점 음식점의 향기가 어우러져 도시 전체가 땀을 흘리는 곳이라고. 겨울이면 모든 게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곳에서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할 만한 살바람에 맞서 단 돈 1달러도 되지 않는 가격에 뜨거운 오뎅 국물을 파는 곳이라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바르셀로나라고 대답한다. 그 곳은 여름에는 '따뜻한 가을'같은 날씨가 이어지고, 겨울에는 '추운 봄'같은 날씨가 이어지는 한국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사철 좋은 날씨가 펼쳐지는 도시라고. 골목 어귀마다 피카소와 헤밍웨이가 즐겨 찾던 술집과 까페를 만날 수 있는 예술의 향기가 피어나는 곳이라고. 유럽 최고의 부자들과 유럽 최고의 무정부주의자들이 한 데 모여 총부리를 휘두른 흔적들을 구경하려고 세계의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곳이라고. 그러면서도 밤 늦게까지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평화롭게 걸어다닐만큼 안전한 곳이라고. 한마디로, 사람들이 '멋진 도시'라고 부르는 객관적인 조건은 다 이 곳에 있다고.

나의 사랑이란 무엇일까. 서울일까, 바르셀로나일까. '객관적'으로 봐서 별 특징없는 도시지만 내가 그 매력을 알기 때문에 남들에게 침 튀기게 자랑하고 싶은 나만의 서울일까, 아니면 객관적으로 모두가 칭송하는 도시이기 때문에 나도 그 도시의 사랑에 있어 뒤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만인의 바르셀로나일까.

과연, 무엇일까?

Posted by 흰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