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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slane/길모퉁이2007. 10. 31. 15:07

네이버로 쪽지가 하나 왔다.
쪽지는 늘 가입되있는 카페에서 온 단체 쪽지뿐이다. 확인하지 않으면 메인 페이지에 계속 new가 뜨기 때문에 귀찮아서 얼른 지우러 들어갔다.

모르는 사람이다.
자신의 이름만 간략히 밝히고는 영문과에 진학하는 것이 좋을지 물어왔다.

아마도 고등학생?
경영학과 영문학 중에 고민을 하고 있는데, 영어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좋아하니까 영문과에 가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문과를 나와서 밥벌이가 되겠느냐는 것이 질문의 요지였다.
가르치는 것은 좋아하지만 학원 선생같은거 말고도 전공을 살려서 일할 데가 있는지 궁금해 했다.

난감하다.
일단 이 학생은 영문과에 들어가서 영문학을 공부한다는게 뭔지 잘 모른다.

나도 그랬다.
영문과에 들어가면 영어공부 열심히 해서 영어를 잘 하게 되는 건줄 알았다.

어디부터 설명해 줘야 할까.
400자 제한이 있는 쪽지 답장으로는 다 이야기 할 수 없는데.

일단 영문학은 영어를 잘하게 만들어 주는 곳이 아니라고 말했다. 영어를 잘하고 싶은게 전부라면 굳이 대학에서 전공을 하지 않아도 잘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정 하고 싶으면 경영학을 하면서 영문학을 복수전공하던가, 그 반대로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시해줬다.(떠올리고 뿌듯했음)

영문과가 뭐하는 덴지 모르는 건 할 수 없다. 가보지 않고, 공부해 보지 않고 (심지어는 공부하면서도) 알기란 힘들다. 그냥 그거 졸업해서 먹고 살수는 있나요? 하는 질문이 서글펐다. 대학원 조교일을 할때도 입학시즌이면 그 학과 졸업하면  뭘 할 수 있는지, 어디에 취업할 수 있는지를 가장 많이 물어오곤 했다.

지내고 보니 인생을 좌우할 만한 선택은 아니지만 살아가면서 몇 년에 한번씩은 조금씩 방향을 전환하는 선택의 시기가 있던 것 같다. 그때의 그 작은 선택이 앞으로의 나를 만들왔다. 물론 목표가 뚜렷해서 한 방향만 보고 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일관성은 없더라도 조금씩 이전의 선택을 바탕으로 앞으로 움직여온 것 같다.

좀더 관심이 가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방향으로 결정하라고 말해줬다. 그러다 보면 밥벌이 할 길도 생기지 않을까. 그렇잖아도 힘든 일인데.

Posted by Pursl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