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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25 책꽂이 정리
Purslane/길모퉁이2007. 6. 2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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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을 비웠다. 틈틈이 집에 가져갈까 생각해왔었지만 책이라는게 다섯 권만 되어도 무게가 보통이 아니어서 이내 포기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쌓인 책과 자료들 일년 치가 빼곡히 들어 있었다. 작년 가을부터 논문작성자 열람실을 쓰면서 차곡차곡 읽었던 사이보그 관련 책이 1/3쯤 되었고, 이번에 논문을 쓰면서 모은 자료들이 절반이 좀 넘었다.

부시럭부시럭 대면서 정리를 시작했다. 일요일 아침부터 공부하겠다고 나온 캐럴 바깥쪽에 앉은 두 커플에겐 미안하지만 (소리가 얼마나 들리는지는 잘 모른다) 오며가며 보니 옆구리 찔러가며 노는 모양새가 별로 공부하는 것 같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나는 책 몇 개 만지고 고새 먼지 날린다고 재채기를 하며 요란을 떨었다.

차를 가져가서 한번에 옮기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쇼핑백을 몇 개 준비해갔다. 두어번만 움직이면 될 줄 알았다. 차도 일부러 지하주차장이 아닌 교우회관 쪽에 댔다. 마침 날씨도 흐렸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았다. 사진 속 쇼핑백이 5개이고 아직 못 들어간 저 책들은 나중에 쇼핑백을 차에 비우고 다시 가져와서 나눠 넣었다. 총 7개. 일단 정리를 마치고 잠시 서서 무겁게 3개씩 들고 내려갈 것인가. 2개씩 여러 번 왔다 갔다 할 것인가 고민했다.

두개도 들어보고 세 개도 들어봤다. 아, 세 개는 무리다. 내 핸드백을 들고 내려가는 것까지 포함하여 총 4번을 왕복했다. 한번 다녀오고나서 머리가 핑 돌아서 다녀올 때마다 5분씩 쉬었다. 그 와중에 반납이 임박한 아직 못 읽은 책까지 읽느라 거의 한시간 반이 걸렸다.

더 큰 문제는 이것들을 내 방으로 옮기고 나니 이미 만원인 책꽂이에 더 이상 들어갈 데가 없다는 것이다. 분명히 버려야 할 것도 있을 텐데 애써모은 자료라는게 잘 버려지지도 않고 책은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여기저기서 모은 자료들은 스테플러로 찍어서 클리어화일에 모아놓았는데, 이래서야 책꽂이에 꽂으면 나중에 찾아보기도 힘들다. 그렇다면, 이제 이것들에게 자리를 마련해 줘야하고, 적당히 묶어서 파일에 넣어줘야 한다. 이런.

빈자리를 만드는게 급선무라 책꽂이의 대대적인 정리에 들어갔다. 큰 맘 먹고 잔뜩 버리기 시작했다. 엄청난 양의 종이가 배출되었다. 50개쯤 남은 비디오 테잎 중에 또 20개쯤 버렸다. 지난번에도 스무개 정도를 버렸더니 분리수거하시는 경비아저씨가 한번에 그렇게 많이 버리면 안된다고 하셔서 나눠버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걸 몇 주에 걸쳐서 내놔야 하는군. 더 이상 듣지 않는 테잎도 20개쯤 내놨다.

그렇게 정리하는데 반나절이 걸렸다. 저녁 8시가 되도록 정리를 못끝냈고, 지금 내 방은 발디딜 틈도 없다. 학부 때부터 버리지 못한 수업 자료들까지 정리해볼 심산으로 다 꺼내놓았는데, 일일이 훑어보고 정리하려면 일주일도 부족할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니 벌써 어깨가 뻐근하다.

Posted by Pursl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