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07.02.21 공을 끝까지 본다는 것 2
  2. 2007.02.21 반걸음의 중요성
  3. 2007.02.21 공을 끝까지 본다는 것 1
  4. 2007.02.21 꿈의 테니스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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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공을 끝까지 본다는 것'은 그릇된 미신과도 같은 논리다. 테니스 선수의 서비스 스피드는 평균 150km. 랭킹에 들어가는 남자 선수들의 서비스는 200km가 넘는다. 앤디 로딕같은 경우에는 230km 이상도 자주 때려대는 걸로 아는데, 그걸 끝까지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스스로의 실력이 엄청나게 대단하다는 뜻이다.

선수가 아니더라도 일반인이 쳐대는 공의 스피드도 엄청나다. 100km 정도는 훌쩍 넘기게 마련인데 그걸 끝까지 본다는 것도 나같은 범인의 기준에서야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앞에서 날아오는 공이야 볼 수 있다고 쳐도 '끝까지'라고 말할 때 '끝'은 라켓면에 공이 부딪히는 임팩트의 순간인데 그 순간은 공이 몸의 옆에 위치한다. 내 옆구리 방향으로 시속 100km가 넘게 빠져나가는 공을 끝까지 볼 수 있으려면 지금 정도의 훈련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공을 끝까지 본다고 말하는 건 대부분 실제로 그렇게 한다기보다, '공을 끝까지 봤다는 환상'을 갖는 행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런 환상이 중요하다. 공을 끝까지 본다는 환상 따위에 사로잡히지 않겠다며 공을 끝까지 보지 않는 현실적인 사람은 결국 게임에서 지고 만다.
 
인생도 그런 것 아닐까.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 '성실한 사람이 보상을 받는 직장', '착한 사람은 언젠가 인정을 받게 마련'이라는 환상 따위에 사로잡히지 않겠다며 대충 실용적으로 살다 보면 결국 불행해지게 마련이다. 그 환상이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한다. 그게 비록 환상일지라도.

Posted by 흰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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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에서의 스플릿 스텝은 공이 상대방의 라켓에 임팩트 되기 직전에 뛰어올라 임팩트와 함께 착지하면서 동시에 공이 오는 방향으로 달려나가는 동작, 또는 그 기술을 가리킨다. 일종의 '준비동작'인 셈이다.

스플릿 스텝의 타이밍을 잘 잡으면 경기에서 '반 걸음'을 벌 수 있다고 한다. 단식 경기를 기준으로 테니스에서 좌우를 포괄할 수 있는 넓이는 4, 5걸음 이내. 반걸음을 앞서면 말 그대로 코트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난 연습 때 스플릿 스텝을 꽤 염두에 두는 편이다. 시합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살짝 뒷꿈치를 떼 주는 것 정도만으로도 괜찮은 이 간단한 동작은 실제 상황에서는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사실과는 상관없이 수없이 미뤄지고 실패하게 된다. 특히 좋은 공으로 공격 당할 때엔 당황해서 더더욱 스플릿 스텝을 건너 뛰게 마련.

반 걸음 앞서 나가기 위해 살짝 뒷꿈치를 들어주며 뛰는 단순한 동작은 "공을 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고 "성공하고 말겠다"라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다. 하지만, 용기가 없거나, 무성의하거나, 상황에 두려움을 느끼며 끌려 가는 사람은 스플릿 스텝을 밟기란 쉽지 않다. 공을 끝까지 봐야 하는 것이 좋은 스윙을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라면, 뒷꿈치를 들고 약하게 뛰어주는 스플릿 스텝은 코트를 컨트롤하기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래서 스플릿 스텝은 상대방과 나에 대한 일종의 예의다. 난 당신을 진심으로 대하고 있고, 이 한 샷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표현. 그리고 성공과 실패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반 걸음 더 다가서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Posted by 흰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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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페더러는 공이 라켓에 임팩트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두 눈을 부릅뜨고 끝까지 공을 노려보는 선수다. 프로 선수끼리 스트로크 랠리를 벌일 때 공의 평균 속도는 대략 시속 160km. 야구 선수라면 공에 손을 뻗기도 힘들 정도의 스피드지만, 이들은 그 공을 치고 또 쳐댄다. '끝까지 보면서'

아침에 코치로부터 핀잔을 들었다. "오늘은 유난히 공이 네트를 넘지 못하시네요." 이유는 하나. 공을 끝까지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켓에 임팩트되는 그 순간까지 공을 바라보기, 그걸 꾸준히 하기 위해 난 건너편 코치의 라켓 끝에서 공이 임팩트됨과 동시에 자세를 추스리고 테이크백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중얼거린다. "공을 끝까지 봐라, 끝까지 봐라..."

처음 할 때엔 잘 된다. 두세 번 정도는 잘 날아간다. 하지만 이내 코치의 다른 주문이 이어진다. "손목이 또 돌아갔잖아요", "공을 칠 때 무릎을 세우지 마세요", "또 헤드가 흔들리네. 헤드를 세워요." 해야 할 일이 많아질 때마다 끝까지 보라는 중얼거림도 사라지고 정신도 분산된다. 결국 또 공을 끝까지 보지 않고, 공은 네트에 처박히거나 하늘로 붕 뜨고 만다. 모든 것의 기본은 공을 끝까지 보는 것이었는데도.

인생이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성공과 실패를 나누는 건 많은 경우 공을 끝까지 보는 것과 같은 '사소한 습관'이다. 하지만 사실 그게 가장 힘들다는 것도 누구나 안다. 예를 들어 행복한 가정 생활을 바란다면 꾸준히 '아내와 서로 하루 1시간 이상 얘기하기' 등을 하면 된다. 새로운 거래를 성공시키고 싶다면 거래처 상대에게 꾸준히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고 좋은 조건을 제공하면 된다. 간단한 거다. 하지만 사실 그게 가장 힘들다. 꾸준함. 그건 공을 끝까지 보는 습관처럼 위대한 것이다.

Posted by 흰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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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이 좀 비싼게 흠이다. 1만4450 달러. 그러니까 대강 1400만 원 정도 하겠지. 하지만 내용을 보면 값은 한다. 17가지 훈련프로그램을 갖고 있을뿐만 아니라 내장된 카메라로 구질을 분석해 공을 실제로 받아서 넘겨주는 것처럼 쏴주는 기능도 있다고 한다.

이 녀석의 이름은 아마도 옆면을 보건데 '부머'인 모양인데 생긴 것보다 재주도 훨씬 다양한 모양이다. 나보다 훨씬 나은 것이, 서브 슬라이스 로브 등 다양한 구질을 구사할 수 있다고 한다. 감동적인 건 더블폴트가 났을 경우 "젠장!"같은 욕도 내뱉을 줄 알고, 멋진 백핸드 구질로 리턴을 때린 뒤 "집에 가서 쉬시지!" 따위의 조롱도 할 줄 안다는 것.

비싸지만 않다면 하나 사다놓고 싶다. 젠장, 집에 테니스장부터 만들어야겠지?

Posted by 흰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