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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28 굿바이 송가, 축하해요 조코비치 5
  2. 2008.01.24 하나, 둘, 셋 그리고 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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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롭게 뒤지고 있던 송가를 응원하느라 정신이 팔렸던 나는, 조코비치의 다리가 풀리자 환호성을 질렀다. "몰아붙여. 기회야!"라고 외치며. 4세트, 체력이 소진됐을만도 한 때였다. 조코비치는 호주오픈 들어서 늘 3:0 완승만을 거둬왔고, 4세트까지 시합을 이어온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송가는, 체력이 바닥나도 정신력만으로라도 뛸 만 했다. 말 그대로 이 순간이 송가에게 생애 최고의 순간일 것임에 분명했다.

4세트, 그 4세트에서, 내가 응원하던 송가가 마지막 기회를 잡고, 조코비치에게 엄청난 위기가 닥친 바로 그 순간에서, 난 아마도 진짜 테니스를 느낀 것 같다. 쓰러져가는 조코비치는 송가의 서비스가 조금만 날카롭게 들어오면 팔조차 뻗지를 못했다. 송가가 랠리를 길게 이어가려고 하면, 아예 포기해 버렸다. 조코비치는 절반을 버리고, 자신의 서비스 게임에만 모든 것을 걸었다. 190km가 넘는 서브는 마지막 타이브레이크의 순간까지 계속해서 쏟아졌다. 서 있기도 힘들었을 것이 분명할 만큼 수건으로 땀을 연신 닦아내면서, 끊임없이 왼쪽 허벅지를 왼 손으로 마사지해가면서, 조코비치는 거기 서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지켜냈다. 이 때 조코비치가 사용한 가장 큰 무기는 송가로부터 계속해서 얻어 맞았던, 송가의 전매특허 '드롭샷'이었다.

송가도 멈춰 서있지 않았다. 랭킹 3위에, '황제' 페더러를 꺾고 한창 상승세를 타는 이 노련한 신예에게 있는 힘껏 맞섰다. 200km가 넘는 서비스 에이스를 연속으로 꽂아 넣고, 슬램덩크 같은 오버헤드 스매시로 조코비치를 위협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송가의 가장 큰 무기는 그때까지 조코비치로부터 계속해서 얻어 맞았던, 조코비치의 전매특허 '다운더라인'이란 사실이었다.

송가가 패배한 건, 경험부족에서 나온 상대적으로 부족한 정신력 탓이라고 할 수 있다. 혹시 조코비치가 졌다면(타이브레이크를 놓쳤다면 십중팔구 그렇게 됐겠지만), 그것은 송가 만큼 버틸 수 없었던 상대적으로 부족한 체력 탓이라고 할 수 있다. 20대 초반의 두 젊은 선수는, 경기 내내 발전하면서, 마지막까지 상대의 약점을 파고 들면서, 상대의 장점을 배워나갔다. 어떻게 이렇게 드라마 같은 경기를 펼쳐 보일 수 있는 걸까. 송가와 조코비치의 대결은 재미없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던 나의 편견은 여지없이 틀렸다. 오늘의 호주오픈 결승은 단연 최고의 경기 가운데 하나다.
Posted by 흰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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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리도 아니다. 프랑스가 뒤집혔다. "오스트레일리아에 상륙한 떼제베(TGV)" 총가 덕분이다. 프랑스만이 아니다. 호주 오픈이 열리고 있는 멜버른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과 유럽 등의 테니스팬들은 총가를 보면서 "테니스계의 무하메드 알리"라는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한국에서도 크게 다를 게 없다. 테니스 게시판 등을 돌다보면 모두 총가 얘기 뿐이다. 급기야 22살의 조 윌프리드 총가(Joe Wilfried Tsonga)는 이 전통의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눈 앞에 단 세명만을 남겨둔 채 4강까지 올라섰다. 단 세 명은 그저 그런 세 명이 아니다. '황제' 로저 페더러와 랭킹 2위의 라파엘 나달, 3위의 노박 조코비치. 모두 최고의 선수들이다. 지금 총가의 홈페이지에는 "하나, 둘, 셋 그리고 총가!"라는 구호가 올라 있다. 도대체, 어떤 이변이 일어날까.

서비스에이스 68개. 이번 호주오픈에서 현재까지의 최고 서비스에이스 기록이다. 주인공은 페더러, 그리고 바로 총가다. 적어도 서비스에서는 세계랭킹 1위에 전혀 뒤지지 않는 모양새다. 게다가 이 서비스에이스가 약한 선수들 앞에서 터져나왔던 것도 아니었다. 앤디 머레이(9위)와 리샤르 가스케(8위), 미하일 유즈니(14위)를 상대로 뽑아낸 기록인 것이다. 이들에게 무명의 총가가 이길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총가의 세계랭킹은 38위에 불과한데, 그나마 2년 전 345위에서 급격히 상승했다. 이 정도면 거의 "자고 일어나 눈을 떠보니 유명해져 있었다" 수준이다. 폭발적인 서비스에이스는 곧바로 바람처럼 달려드는 '서브&발리'로 이어진다. 아무리 상대방의 리턴이 거세고, 패싱샷이 날카로워도, 총가는 좀처럼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호주오픈 동영상에서 본 총가의 경기는 경이적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쉽게 점수를 따고, 어렵게 점수를 내주는 스타일의 경기였다. 서비스에이스와 과감한 네트플레이, 물러서지 않는 공격성 덕분에 총가는 랠리가 거의 없이 점수를 낸다. 하지만 총가가 리턴을 할 때 상대방이 그에게서 포인트를 뽑아내려면 기나긴 랠리를 벌여야만 한다. 젊고, 파워가 넘치는 총가는 아무리 힘든 코스도 포기하지 않고 받아내며 상대를 괴롭힌다. 물론 먼저 지쳐 떨어지는 건 상대방이다.

총가의 홈페이지에 적힌 "만약 꼭 필요한 기술이 있다면(
Si tu devais avoir)" 코너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나달과 맞붙을 4강전의 결과가 궁금하다.

Si tu devais avoir :

Le Service de(서비스): Roddick(로딕)

Le Retour(리턴) : Agassi(애거시)

Le Coup droit(포핸드) : El Aynaoui(유네스 엘 아이나위)

Le Revers(백핸드) : Federrer(페더러)

Le Volée(발리) : Sampras(샘프라스)

Le Passing shot(패싱샷) : Shrichapan(파라돈 스리차판)

L’ Amortie(드롭샷) : Coria(기예르모 코리아)

Le Lob(로브) : Hewitt(휴잇)

Le Smash(스매시) : Henmann(헨만)

Le Jeu de jambes(스텝) : Clément(아르노 클레망)

Le Physique(체력) : Canas(기예르모 카나스)

Le Mental(정신력; 멘탈) : Hewitt(휴잇)

Le Palmarès(승리의 영광) : Sampras(샘프라스)

Posted by 흰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