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2007. 9. 13.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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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돌아오던 날로부터 하루하루 멀어질 때마다 더 많은 순간들이 떠오른다. 더위를 유난히 못견뎌서 걱정하며 떠나긴 했지만 역시 스페인 남부의 햇빛은 견디기 어려웠다. 그는 그런 나를 데리고 장거리 운전을 마다하지 않고 북부로 마지막 일정을 수정했다.

빌바오의 오래된 거리에서 여행의 마지막 저녁식사를 했다. 마드리드를 출발할 때 아득하게 느껴졌던 휴가가  끝나고 있었다.

일정 내내 애독(!)한 Lonely Planet은 빌바오에서 좋은 숙소와 근사한 식당을 추천해 주었다. 거리의 시원한 공기 탓이었지, 유난히 맛있는 음식 때문이었는지, 훌륭한 와인 때문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여행의 마지막이 아쉽지 않았다. 와인의 술기운을 빌리지 않더라도 충분히 즐거웠다. 어쩌면 여행이 끝나도 다시 이렇게 마주보고 있을수 있다는 생각에 든든했는지도 모른다.

    늘 음식만 나오면 정신없이 먹다가 배가 부른 후에야 카메라를 떠올리며 안타까워했다. 이건 여행의 후반부라 식전에 긴장하고 찍은 사진.


 

Posted by Pursl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