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현실은 허구보다 강력하다. 그리고 너무 기가 막혀서 우스꽝스럽다."
- 이명세

숭례문이 불에 타서 무너질 때, 놀란 가슴.
해태 타이거즈 출신의 야구선수가 네 모녀 살해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뒤 자살했을 때, 뒷얘기를 상상해내는 머리.

현실은 허구보다 강력하다. 허구는 기껏해야 밀리언셀러가 되고, 천만이 넘게 즐기는 오락거리가 될 뿐이지만, 현실에서 일어난 일은 바로 사천만의 화제에 오르내린다. 이명세가 위의 말을 했던 것이 아마도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찍고 나서 또는 찍던 중이 아니었던가 싶다. 이명세는 훔치고 싶었던 것이다. 허구가 넘볼 수 없는 현실의 아우라를. 그래서 강력계 형사들과 수십일을 함께 보내며 취재를 했던 것이겠지. 범인 잡으러 뛰쳐들어가기 전 골목길에 나란히 늘어서서 소변을 보는 리얼리티가, 내게는 그런 노력의 결과로 보였던 기억이 있다.
Posted by 흰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