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slane/길모퉁이2007. 3. 18. 16:26

무슨 논술학습지였는지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초등학교 논술 광고였다. 선생님이 학생의 글을 보면서 '글은 있는데 생각이 없네'라고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뜨끔했다. 주구장창 길게 늘어뜨리긴 했는데,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냐고 질책하는 것 같다. 긴 글쓰기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지만 생각을 만드는 일은 더 어렵다.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고 생각하는 척하고 있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잘 알기 때문에 나보다도 어려보이는 예쁜 논술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창피했다.

써야할 글이 세개다. 어느 하나도 치열한 고민없이 나오지 않을 것이고, 아무도 이렇게 하라고 알려주지 않는다. 뭐가 더 급한 건지도 모르겠다. 동시에 하려니 마음만 급해진다. 정답이 없는 선택은 늘 힘들다.

요즘처럼 내가  한심해보였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늘 스스로에게 만족하며 살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나 자신에게 창피했던 적도 없었다. 그렇다고 마냥 우울해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상황을 바꾸는 것.

지레 겁먹고 뒤로 물러서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얼마나 잘 해낼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분명히 또 포기해 버렸다고 자책하는 것보다 좋을 것이라고 위안하면서..

Posted by Pursl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