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slane/길모퉁이2007. 5. 1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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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시작한지 일주일 정도 되었다. 아직 적응단계라 업무가 많지는 않다. 바뀐 환경에 빨리 익숙해지려고 노력중이다. 전철로 7분거리에 있던 학교를 다니다가 한 시간 거리의 회사를 다니는게 걱정 됐지만 생각해보면 여의도로 출퇴근하던 거리도 만만치 않았다. 전철을 타고 한번에 움직일 수 있어서 오히려 나은지도 모르겠다.

처음하는 일은 어설프기 마련이라 제대로 해보려고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려고 해서인지 5일째 눈밑에 경련이 멈추질 않는다. 화요일쯤엔 너무 심해서 인상을 쓸 정도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마음도 안정을 찾아간다. 오늘은 출근할 때까지 떨리다가 점심나절부터 정상으로 돌아왔다.

시작하는 일도 일이지만 논문심사가 코앞이라 마음이 불안하다. 6월 20일이 최종심사결과제출이라 약 한달쯤 남았다고 생각했다가 이달 말로 땡겨지는 바람에 발등의 불이 되었다. 심사하시는 교수님 3분 중 한분은 6월1일-10일, 지도교수님은 11일-20일까지 외국에 나가신단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어젠 퇴근길에 논문을 쓰러 학교에 들렀다가 학과사람들을 우연히 만나 저녁을 먹었다. 겨우 일주일만에 보는 것 뿐인데 어느새 한발 물러선 기분이 든다. 이럴 줄 알았잖아라고 위안해도 역시 나는 학교가 좋다. 영화보다 극장을 좋아한다고 고백했던 것처럼 공부보다 그냥 학교를 좋아했던 거다.

잔디밭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친구와 수다를 떨고, 수만권의 책 앞에서 고르기만 하면 된다는 기쁨을 누리던 소소한 행복이앞으로 꼭 두달 남았다. (물론 논문이 통과된다는 전제하에서 ;;) 월드컵경기장도 나름 공원이 괜찮다. FC 서울 경기를 할때마다 시끄럽긴 하지만 극장도 훌륭하게 가까운 편이다.

나의 출근이 결정되는 것과 비슷한 시기부터 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우리 둘 다 정신없이 바빠졌다. 소홀한 블로그에 미안하지만 도통 여유시간이 안난다. 출퇴근 시간에 전철에서 책과 잡지를 읽는 것이 요즘의 여가생활이다(그중 절반은 잔다). 일이 좀 익숙해지면 여기도 변화가 생길 것같다.

나에게 전환점이 되는 시기인 것은 분명한데, 졸업이 결정되지 않아서인지 여러모로 아직 실감이 안난다. 정신없이 확 바뀌는 것보다 그냥 이렇게 차근차근 변화해나가는 것이 더 나은지도 모르겠다고 위안하고 있다. 한번에 하나씩.

Posted by Pursl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