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slane/길모퉁이2007. 8. 6. 14:32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지난 금요일에 급한 제안서를 쓰다가 회사에서 밤을 새웠다. 전 직장에서도 가끔 야근하는 일이 있었는데, 아무리 늦어도 보통 새벽 2-3시면 집에 갔던 것같다. 이번엔 기한안에 제출 해야 되는 거여서 4명이 꼬박 밤을 새우고도 다음날 점심이 다되서야 마무리가 되었다.

전날 저녁을 함께 먹으며 잘 들어가라고 했던 사람들이 집에 가서 씻고 자고 다시 씻고 나올 동안 한숨도 못자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오전 10시쯤부턴 거의 정상이 아닌채로 최대한 힘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들어가라는 말에 해가 중천인데 밥이고 뭐고 좀 씻고 자야겠다고 말하며 회사를 나섰다. 전철에서는 정말 정신없이 잤다. 머리로 지휘를 한 것도 같다. --;; 무거운 몸을 질질 끌고 집에 들어섰는데 신발을 벗고 보니 전날 신었던 샌들이 아니라 회사에서 신던 슬리퍼다. 핑크색 스트립이 그날 입은 옷과 그다지 어색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정신이 없었나 싶어서 실소가 나왔다.

며칠 귀찮아서 슬리퍼를 못가져 가고 있었다. 엊그제 또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 팀원 모두가 영화를 보러가기로 한 시간이 촉박하여 후다닥 뛰어 나갔다. 같은 팀 사람의 차를 얻어타고 극장에 도착해서 영화를 잘 보고 나왔는데, 아, 신발이 아침에 신은 구두가 아니라 금요일에 놓고간 샌들이다. 이런.

다음날 아침 출근해보니 구두가 책상밑에 얌전히 놓여있었다. 이젠 어쩔 수 없다. 슬리퍼를 신고 출근할 수는 없잖은가. 오늘 드디어 꼬박 일주일만에 슬리퍼를 회사에 가져오고 구두를 신고 집에 가게 되었다. 아, 저녁때 또 실수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Posted by Pursl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