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2007. 9. 16. 08:37

일주일 내내 점심과 저녁 시간마다 빠지지 않고 따라다닌 것이 바로 맥주였다. 몹시도 건조하고 더운 스페인에서 맥주는 술이라기보다는 물의 대용품 같았다. 온 나라의 광장마다 식당 주인들은 바깥에 의자를 내다놓았고 사람들은 그 곳에서 작은 맥주 한 잔(까냐)을 홀짝이곤 했다. 북부의 부르고스와 빌바오에선 리오하가 가깝기 때문인지 몰라도 맥주보다는 와인을 홀짝이는 사람들이 더 쉽게 눈에 띄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정말 '스페인적'인 술은 맥주가 아닐까.

공간적인 개념으로도, 시간적인 개념으로도 모두 '틈'만 나면 맥주를 부어대기 시작했던 스페인 사람들. 그리고 그들 틈에 섞여서 함께 잔을 채웠던 늦여름. 시간이 그냥 멈춰버렸으면 싶었던 몇 안 되던 시간들.

Posted by 흰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