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B2009. 6. 12. 22:44
2009년 6월 12일 오전 9시 57분. 3.54kg으로 나비가 태어났습니다.

아직 이름을 붙이지 못해 태명을 그냥 쓰고 있지만, 좋은 이름을 곧 생각해 낼 예정입니다. 엄마는 너무너무 아프다며 막판에는 "링거를 뽑고 집에 가겠다"고 투정까지 부렸지만 정작 분만실에 들어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나비를 낳았습니다. 의사 선생님도 '작은' 엄마가 '큰' 아이를 잘 낳았다며 대견하다고 하시더군요.

손자를 보지 못한 할아버지께 손자가 태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할아버지가 생전에 쓰시던 카메라 렌즈를 들고 나와 분만실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막상 진통이 시작되고, 분만실로 들어오라고 하자 카메라 생각은 하나도 나질 않았습니다. 아내가 고맙고, 나오자마자 시원하게 울어주는 나비가 고맙고, 너무 신비로워서 그냥 눈물부터 왈칵 쏟아지더라고요.

할아버지의 카메라 렌즈는 결국 나비가 목욕 다 하고 옷까지 다 챙겨 입은 뒤에야 나비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대신 앞으로 이 렌즈로 나비가 커나가는 모습을 잔뜩 찍어주면 될 거에요. 언제쯤 나비를 안고 할아버지에게 성묘갈 수 있을까요.
Posted by 흰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