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머리2009. 10. 20. 23:55

오늘 방문한 회사 말고, 교토의 낮을 찍은 사진 가운데 쓸만한 건 이것 하나 뿐이다. 도착해서 업무보고 돌아와서 옷 갈아입으니 해가 떨어졌다. 아름다운 일본의 천년 고도는 그렇게 그냥 어두워져 버렸다. 여기는 교토역 앞, 교토타워가 바라보이는 버스 승강장.

 

도무지 어디를 갈 시간도 되질 않고, 갈 수 있는 곳은 오직 한 곳. 밤에 더 빛난다는 기온. 기온의 치온인이라는 절을 찾아갔으나 역시 문을 닫았다. 하지만 치온인 앞의 골목부터 뭔가 범상치 않은 기운이...

치온인과 기온 환락가 사이의 작은 골목길에는 교토의 명물이라고 스스로 주장하는 고롯케 집이 있다. 쇠고기 고롯케, 카레 고롯케 등등이 있는데, 나는 카레 고롯케를 먹었다. 저녁 먹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그런 건 관계없었다. 따끈따끈한 고롯케의 맛! 크레페에 이어, 오늘의 일본판 크로켓까지, 프랑스인들은 미치겠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먹어보면 안다. 이것이 바로 현지화다. 프랑스의 크레페와 크로켓은 절대로 이런 맛을 낼 수 없다. ㅋㅋ

 

치온인으로 들어가는 입구이자, 기온의 신사 입구.

 

신사 안의 전등갓.

 

신사 입구에서 밖을 내다보면 기온의 밤거리가 한눈에 보인다. 고즈넉한 교토 옛 거리를 가득 메운 택시와 승용차들의 향연.

 

신사 내부.

 

기온을 가로지르는 거리에는 수많은 가게들이 줄지어 서있다.

 

이곳이 바로 기온의 유명한 하나미코지. 에도 시대의 분위기가 그대로 간직된 이 옛 골목은 지금도 그 때와 마찬가지로 술집 골목이다. 게이샤와 마이코들의 고향이며, 온 몸에서 "나 성공한 남자"라는 포스를 풀풀 풍기는 남자들이 드나드는 곳. 기온에는 예쁜 여자들과 이들을 관리하는 관록있는 늙은 여자들, 그리고 성공한 남자들만이 존재한다. 어중간한 보통 사람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또 한 무리의 사람들, '관광객'도 존재하긴 한다. 어쩜 이렇게 관광객이 어울리지 않는 곳이 있는지 놀라게 되고, 그 곳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지 또 놀라게 된다.

 

나는 일찍 나왔지만, 기온의 밤은 내가 이 곳을 떠날 때 즈음 시작이었다.


Posted by 흰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