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slane'에 해당되는 글 56건

  1. 2008.02.22 빈자리 2
  2. 2008.02.14 여행
  3. 2008.01.06 아이팟 가족 3
  4. 2008.01.05 2007년 12월 31일 1
  5. 2007.11.30 일 년
  6. 2007.10.31 선택 1
  7. 2007.10.24 감기 2
  8. 2007.09.21 실감 6
  9. 2007.08.31 Happy Birthday To You 1
  10. 2007.08.06 신발
Purslane/길모퉁이2008. 2. 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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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를 호되게 치뤘다. 기억하는한 이렇게 오래 아파본 적이 없다.

목요일 저녁쯤 감기기운이 느껴져 으슬으슬한 몸으로 일찍 침대에 누워 자다보니 서서히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원래 차갑던 손발이 더 시려워서 자다말로 양말을 꺼내 신고 다시 누웠다. 새벽녘엔 거의 움직일수도 없어서 회사에 전화를 하고 종합감기약을 먹었다.

오전을 집에서 보내게 됐다고 생각하니 휴가를 얻은 기분이되어 잠시 일탈의 기쁨도 만끽했다. 비록 밀린 일을 처리하거나 나가서 놀 수는 없었지만 대신 밀린 책을 꺼내 읽다가 잠이 들었다. 감기약 때문인지 꼬박 5시간을 넘게 자다가 오후 6시쯤에야 눈을 떴다. 창밖은 어둑하고 이렇게 앓다가 하루가 갔구나 싶었다.

그제서야 하루종일 씻지도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샤워를 하면서 오늘 저녁은 뭘 준비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갈 수가 없으니 있는 걸로 해결해야할텐데 걱정하다가도 한편으로 몸이 무거우니 귀찮기도 했다.
씻고 나오니 신랑이 아픈 나를 두고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는게 미안한지 연락이 왔다. 서운한 마음보단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럼 나도 간단히 저녁을 때우고 좀더 쉬어야겠다 싶었다.

감기에 걸린 첫날 내 컨디션은 그중 가장 나은 축에 속했다. 침대에서만 보내는 동안 2권의 소설책을 읽었다.
다음날 몸살이 더 심해져서 병원에 가야했고, 지어온 3일치 약을 다 먹기도 전에 다시 병원에 가야했다. 처음엔 미열이었던 것이 39도를 육박하면서 정신이 혼미할 정도였다. 밤이 되어 잠만 자면 열이 더 높아지니 잠들기가 무서울 정도였다.

결국 4일째 되는 날 아침엔 울먹거리며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놀라서 감기에 좋다는 생강과 과일, 음식을 잔뜩 싸서는 택시를 타고 달려오셨다. 엄마가 오실 때까지 두어시간을 꿈뻑거리며 시계의 분침만 바라보았다.

집에 들어오시자마자 아침식사를 차려주셨지만 열이 높아 입에 들어가지 않았다. 뜨는둥 마는둥 시늉만 하고 병원에 같이 갔다. 거의 한시간을 대기하면서 평소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지만 식은땀이 나서 앉아있는것도 힘겨웠다. 그래도 혼자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진료를 받고, 약을 받아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침대에 누워 땀을 흘리며 푹 잤다. 두어시간 동안 주방에서 엄마가 뚝딱뚝딱 이것저것 만드는 소리가 들렸다. 평생 듣던 소리인데도 처음 듣는 생소한 소리처럼 느껴졌다. 조미료가 어디있는지, 야채가 어디있는지는 잘 찾으실까.따위의 걱정을 하면서 잠이 들었다.

점심이 지나서 일어나니 어느새 내가 좋아하는 반찬이며 저녁거리까지 잔뜩 만들어 놓고는 점심을 먹고 얼른 가셔야 한단다. 언제 이런건 다 준비했을까 싶었다. 둘이 앉아서 점심을 먹고, 뒷정리는 제발 그냥 두고 가라고 실갱이를 좀 하다가 배웅을 했다.

이것저것 챙겨드리고 싶은데, 약속장소가는데 번거로우실까 싶어 그냥 다음주에 다시 보자고 하며 가는 길을 알려드렸다. 엄마가 가고 주방 불을 끄고는 침대에 앉아서 한참을 울었다.

남들은 결혼하면 엄마가 보고싶어서 한번씩 울곤 한다는데 나는 아직까지 그런 적이 한번도 없었다. 신랑이 농담처럼 엄마 보고싶지 않냐고 물어도 엄마가 알면 서운할 정도로 딱히 보고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새로운 공간에서 그 빈자리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누가 다녀간 빈자리가 그렇게 순식간에 크게 다가온 적이 있었던가.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더니 새삼 다시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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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slane/길모퉁이2008. 2. 14. 16:00

구정을 전후로 제주도와 금강산에 다녀왔다. 일주일동안 한반도에서 갈수 있는한 최대한 먼 거리를 움직였다고 할 수 있겠다.

여행은 술을 마실 때처럼 밀도나 강도보다 옆사람이 중요하다. 둘이 손잡고 제주도를 돌아다니다가 북한에 가니 거기가 금강산이 아니었다면 암울할 뻔했다.

옆 사람이 누구이든 금강산은 그 자체로 와본걸 후회하지 않도록 했다. 천만다행이다. 맛없는 북한 음식도, 심심한 일정도, 전화도 못쓰는 불편함도, 후진 호텔도 참아야 했지만 평생 어디서 이런 눈을 볼수 있을까 싶을만큼 많은 눈을 봤다- 고 위안하며.

반나절을 고속버스를 타고 돌아와 저녁 6시쯤 서울에 진입했다. 다들 차가 막힐까봐 걱정했지만 반짝반짝한 도시의 불빛이 이만큼 반가웠던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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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언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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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흘렀을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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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하다는 들쭉술만 먹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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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slane/길모퉁이2008. 1. 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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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에 선물받은 아이팟 나노를 중심으로 옹기종기 아이팟 가족이 되었다.

오래된 토끼머리의 빈티지 아이팟도 서랍을 뒤져서 꺼냈다. 오랜만에 보니 반갑다. 논문을 한참 쓸때 늘 귀에 꽂고 있었는데, 이젠 많이 노쇠해서 들고다니기엔 무리다. 밧데리가 너무 빨리 닳아서 채 3시간을 못쓴다.

나머지는 모두 활발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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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slane/길모퉁이2008. 1. 5. 21:14
 오랜만에 눈을 봤다. 12월 31일 아침이라고 생각하니 평소보다는 좀 여유로워서 날씨에게라도 관대해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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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카메라를 꺼냈다. 비록 4층이지만 아파트가 위치가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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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바로 앞 공터. 농구대가 설치되어 있지만 최근엔 추워서 아무도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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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길. 오른쪽엔 초등학교가 있다. 2주전까지는 초등학생들과 함께 건널목을 건넜는데, 이제 방학을 해서 썰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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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며. 상암동은 지금 초고층 건물이 열심히 들어서고 있는 중이다.
지난 여름엔 식당에 가도 공사장 인부 아저씨,아줌마들 뿐이었는데 지금은 입주한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있다.
차도 늘어나고, 사람도 많아진 것이 확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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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퇴근을 하고, 큰댁에 가서 차례 음식 준비를 했다.

생각보다 일이 일찍 끝나 저녁약속 전까지 남는 시간을 명동에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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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백화점 앞에 이렇게 귀여운 온천이 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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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잠깐 백화점에 들어갔다가 금방 나와버렸다.
사람이 많은 곳은 힘들다.
연말이지만 이 시간이라면 아직은 분명히 한가할 무교동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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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들고 나온 위화의 '형제'를 읽으며, 아주 오랜만에 잠을 아끼고 싶을만큼 재미있는 소설로 즐거웠다.
딱히 한해를 뒤돌아 보는 시간을 갖지도, 새해 계획을 세우지도 않았지만, 뭘 해야 하는지 아니까 그거면 되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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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slane/길모퉁이2007. 11. 3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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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토끼머리와 만난지 꼭으로 일년이 되는 날이다. 일년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이제 겨우 일년이 되었다는게 놀라울 따름이다.

생각해보니 우리는 참 특별한 날 이벤트 만들기에 인색한 커플이었다.

만나고 얼마 후 크리스마스였는데, 나는 24일 저녁에도 학교에서 논문을 쓰고 있었고 (대학원 건물의 우울한 기운은 그날따라 더 무거워서 도망치고 싶었다) 토끼머리는 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저녁을 먹어야하겠기에 종로에서 만났는데, 평소면 30분에 갈 거리를 한 시간쯤 걸렸던 것 같다.

백일쯤 되는 때는 날짜를 세지 않아 정확히 언제였는지 잘 모르겠다. 문득 둘이 함께 그게 언제더라 하고 따져봤을땐 이미 지난 후였던 것같다.

토끼머리의 생일에는 토끼머리가 회식(!)이 있었다. 무리해서 밤에 만날 수도 있었으나, 다음날 아침에 스페인으로 떠날 예정이었으므로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게다가 선물은 인터넷으로 사주었으니 나도 참 심심한 여자친구다.

내 생일엔 전날 저녁에 웨딩촬영을 하다가 자정을 넘겼다. 나름대로 친구들과 함께한 색다른 시간이긴 했으나, 정작 생일 당일 저녁엔 둘 다 피곤에 지쳐 찜질방에서 졸다가 헤어졌다.

그리곤 수도 없이 질문을 받은 화려한 프로포즈 없이 결혼식를 치렀다. 화려한 장미꽃이나 촛불, 풍선 따위의 이벤트는 하나도 부럽지 않은데, 남녀를 불문하고 하도 많이 물어와서 설명하다보니 구차해져버렸다.

그리고, 아마 오늘도 우리는 그냥 조용히 넘어 가게 될 것 같다.
내일이 첫 집들이라 나는 잔뜩 긴장한 상태고, 연일 야근 중으로 특별한 저녁을 준비하기도 글렀다. 주말에 음식을 왕창 할텐데 라는 생각에 재료만 사두고 해놓질 않아서 먹을 것도 없다.(사실 엄마가 해준 반찬도 다 떨어졌다. 쩝)
이벤트 대신 10분간 추억에 젖기. 뭐 이런거 정도 하면 되지 않을까. 일년동안 찍은 사진이나, 일기 같은거 뒤적거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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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slane/길모퉁이2007. 10. 31. 15:07

네이버로 쪽지가 하나 왔다.
쪽지는 늘 가입되있는 카페에서 온 단체 쪽지뿐이다. 확인하지 않으면 메인 페이지에 계속 new가 뜨기 때문에 귀찮아서 얼른 지우러 들어갔다.

모르는 사람이다.
자신의 이름만 간략히 밝히고는 영문과에 진학하는 것이 좋을지 물어왔다.

아마도 고등학생?
경영학과 영문학 중에 고민을 하고 있는데, 영어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좋아하니까 영문과에 가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문과를 나와서 밥벌이가 되겠느냐는 것이 질문의 요지였다.
가르치는 것은 좋아하지만 학원 선생같은거 말고도 전공을 살려서 일할 데가 있는지 궁금해 했다.

난감하다.
일단 이 학생은 영문과에 들어가서 영문학을 공부한다는게 뭔지 잘 모른다.

나도 그랬다.
영문과에 들어가면 영어공부 열심히 해서 영어를 잘 하게 되는 건줄 알았다.

어디부터 설명해 줘야 할까.
400자 제한이 있는 쪽지 답장으로는 다 이야기 할 수 없는데.

일단 영문학은 영어를 잘하게 만들어 주는 곳이 아니라고 말했다. 영어를 잘하고 싶은게 전부라면 굳이 대학에서 전공을 하지 않아도 잘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정 하고 싶으면 경영학을 하면서 영문학을 복수전공하던가, 그 반대로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시해줬다.(떠올리고 뿌듯했음)

영문과가 뭐하는 덴지 모르는 건 할 수 없다. 가보지 않고, 공부해 보지 않고 (심지어는 공부하면서도) 알기란 힘들다. 그냥 그거 졸업해서 먹고 살수는 있나요? 하는 질문이 서글펐다. 대학원 조교일을 할때도 입학시즌이면 그 학과 졸업하면  뭘 할 수 있는지, 어디에 취업할 수 있는지를 가장 많이 물어오곤 했다.

지내고 보니 인생을 좌우할 만한 선택은 아니지만 살아가면서 몇 년에 한번씩은 조금씩 방향을 전환하는 선택의 시기가 있던 것 같다. 그때의 그 작은 선택이 앞으로의 나를 만들왔다. 물론 목표가 뚜렷해서 한 방향만 보고 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일관성은 없더라도 조금씩 이전의 선택을 바탕으로 앞으로 움직여온 것 같다.

좀더 관심이 가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방향으로 결정하라고 말해줬다. 그러다 보면 밥벌이 할 길도 생기지 않을까. 그렇잖아도 힘든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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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slane/길모퉁이2007. 10. 24. 11:07

주말을 기해 감기 몸살에 시달렸다. 몸이 약해지면 마음도 약해진다고 했던가. 이틀을 누워있으면서도 쉬는게 아니었다. 허니문 플래너와 마지막 미팅 일정을 잡아야 했고(잠결에 엉뚱한 날짜로 잡는 바람에 연기됐다), 일주일 후에 배송되기로 한 가구도 확인해야 했다. 잠들만하면 오는 전화를 받느라 짜증이 났지만 어쩌랴.

금요일에 감기약을 먹고 누웠으나, 토요일 아침에 전혀 차도가 없었다.
아침 일찍 병원에 다녀오라는 엄마의 말에 끙끙 앓느니 그게 나을 것 같아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병원에 갔다. 아파트 문을 나서자마자 콧속으로 들어가는 찬바람에 몸 속까지 차가워지는 것 같아 손으로 코와 입을 틀어막고 걸었다.

상가에 있는 유내과는 여의사와 간호원 한명이 있는 작은 병원이다. 이곳 의사는 의사 선생님이라기보다 의사 언니가 어울린다. ‘여기가 아파요, 저기가 아파요’ 라고 말을 하면 ‘아, 그러시군요’라는 감탄사와 함께 조곤조곤하게 설명해주어서 어쩐지 진찰만 받고 나오기 아쉽다.

일년에 한두번이지만 감기가 오는 것은 긴장하거나 과도한 스트레스가 동반된 탓이다. 그냥 춥기만 하다고 몸살이 나지는 않는다. 그래서 늘 그맘 때면 이런저런 고민을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 진찰을 받다보면 고민을 털어놓고 싶은 충동을 막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자주 봐야 친해지는 법. 일년에 고작 한두번 최악의 컨디션에 부스스한 몰골로 병원에 찾아가는데다 삼일치 약한번 먹고 똑 떨어지는 감기로 의사 언니와 친해지기는 글렀다. 이번엔 진찰을 하다가 모니터를 들여다보더니 내가 4년째 늘 같은 시기에 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아온다며 웃었다. 스트레스고 뭐고 찬바람에 약하긴 약한 모양이다. 그 말을 들으며 속으로 말했다. 내년 이맘땐 아파도 이 병원까지 못 올텐데... 의외의 장소에서 이사가는 것이 실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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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slane/길모퉁이2007. 9. 21. 15:41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나와의 화제는 결혼이다.
날짜가 언제냐는 질문을 백번쯤 반복해서 받고있다. 준비가 잘 되어가냐는 질문은 그냥 안부인사다.

조언도 하신다. 뭘 하라거나 하지 말라거나, 뭘 사라거나 사지 말라거나.
때로는 새롭게 형성되는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앞으로 해야 할일에 대한 겁을 주는 것도 잊지 않으신다.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귀국하는 순간부터 정신없어질 거라며 미리 재미있게 놀라고 하신다.

도대체 언제 놀아!
라고 생각했다.

슬금슬금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쯤 웨딩촬영을 했다.
촬영하러 가는 당일 낮까지도 별 생각이 없었다. 긴장되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웨딩촬영이 긴장해야하는 건지 처음 깨달았다. 너무 아무 준비도 없었던 것 같아서 걱정이 됐다.
촬영이 잘 되었다면 정말 옆에서 도와준 사람들 덕이다.

이제 좀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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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했지만 유쾌한 경험이었다. 친구들이 찍어준 사진들은 엉뚱하고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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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slane/길모퉁이2007. 8. 31. 17:28

블로그에서 동거하고 있는 토끼머리의 생일입니다.

그런데 하루종일 바쁜 나머지 즐겁게 만들어 줄 이벤트를 찾지 못했습니다.

아침일찍 전화로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었으나, 새로 산 치마에 tag도 떼지 않고 출근할 정도로 정신이 없었던지라 메신저로 마음만 겨우 전했습니다.

예쁜 생일 케익이 꽂으려고 초를(초만 ㅠㅠ) 미리 사두었는데, 케익은 사지도 못하게 됐습니다. 저녁에 회식이 있다는군요.

약간의 술을 마시고 늦은 시간에 귀가를 할텐데 깜짝 놀라게 집앞에서 기다려볼까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집에가서 여행가방을 꾸리고, 내일 아침일찍 일어나 병원에 들렀다가 공항에 갈 생각을 하니 그것도 여의치 않군요.

예쁘게 포장해서 주고싶었던 선물은 어쩌다 보니 생일보다 먼저 택배로 도착해서 잘 쓰고있긴 하지만 어쩐지 생일선물같지 않아요.

특별한 날 특별한 이벤트는 어렵군요. 그냥 축하해주고 싶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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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slane/길모퉁이2007. 8. 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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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 금요일에 급한 제안서를 쓰다가 회사에서 밤을 새웠다. 전 직장에서도 가끔 야근하는 일이 있었는데, 아무리 늦어도 보통 새벽 2-3시면 집에 갔던 것같다. 이번엔 기한안에 제출 해야 되는 거여서 4명이 꼬박 밤을 새우고도 다음날 점심이 다되서야 마무리가 되었다.

전날 저녁을 함께 먹으며 잘 들어가라고 했던 사람들이 집에 가서 씻고 자고 다시 씻고 나올 동안 한숨도 못자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오전 10시쯤부턴 거의 정상이 아닌채로 최대한 힘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들어가라는 말에 해가 중천인데 밥이고 뭐고 좀 씻고 자야겠다고 말하며 회사를 나섰다. 전철에서는 정말 정신없이 잤다. 머리로 지휘를 한 것도 같다. --;; 무거운 몸을 질질 끌고 집에 들어섰는데 신발을 벗고 보니 전날 신었던 샌들이 아니라 회사에서 신던 슬리퍼다. 핑크색 스트립이 그날 입은 옷과 그다지 어색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정신이 없었나 싶어서 실소가 나왔다.

며칠 귀찮아서 슬리퍼를 못가져 가고 있었다. 엊그제 또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 팀원 모두가 영화를 보러가기로 한 시간이 촉박하여 후다닥 뛰어 나갔다. 같은 팀 사람의 차를 얻어타고 극장에 도착해서 영화를 잘 보고 나왔는데, 아, 신발이 아침에 신은 구두가 아니라 금요일에 놓고간 샌들이다. 이런.

다음날 아침 출근해보니 구두가 책상밑에 얌전히 놓여있었다. 이젠 어쩔 수 없다. 슬리퍼를 신고 출근할 수는 없잖은가. 오늘 드디어 꼬박 일주일만에 슬리퍼를 회사에 가져오고 구두를 신고 집에 가게 되었다. 아, 저녁때 또 실수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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