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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구단은 공통점이 있다. 경영이 어려워져 주인이 사라진 회사가 구단주라는 것. 그리고, 그 때문에 성적이 괜찮은데도 문을 닫게 생겼다는 것 등이다.

의문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야구팬과 게임팬들은 이 때 '비난과 증오의 대상'을 찾는다. 마치 중세유럽의 마녀사냥과도 같은 분위기다. 여기에 스포츠 기자들까지 가세한다. 대개 화살을 한 몸에 받는 것은 협회다. 현대유니콘스 사태에서는 KBO의 무능함이 도마에 올랐고, 팬택EX사태에서는 한국e스포츠협회의 무능함이 도마에 올랐다. 협회 다음으로 욕을 먹는 것은 전임 구단주다. 현대유니콘스는 하이닉스반도체가 욕을 먹었고, 팬택EX는 팬택계열이 욕을 먹었다.

성적이 좋다는 것은 기업으로 보자면 장사를 잘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장사를 잘한 기업이 문을 닫는다? 그런 기업은 망하지 않는다. 망했다면, 상품이 불량이라 매출은 높아졌는데 대규모 리콜로 비용이 더 커져 적자가 났다거나, 또는 이익을 남긴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분식회계여서 투자자가 줄줄이 빠져나가 기업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경우다.

현대유니콘스가 바로 그런 기업이다. 우선 상품이 불량이지는 않았을 테다. 성적도 좋고, 팬도 많다. 야구시합에 대해 리콜을 요구하는 관객은 거의 없다.(간혹 병은 던지지만) 그보다는 둘째에 가깝다. 잘 나가는 줄 알고 덥석 투자를 했더니 엉망이 된 것이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현대그룹이 현대유니콘스를 인수했던 가격은 470억 원 가량이었다고 한다. 그게 매각 때가 돼 살펴보니 80억 원인가로 줄어 있었다. 앉아서 돈이 까인 것이다. 그나마 매각가치를 높이겠다고 주수입원 가운데 하나인 선수 이적을 극단적으로 자제한 결과가 이것이다. 현대가 부실 덩어리 구단을 잘못 물었고,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았지만 투자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이다. 이런 기업은 결국 퇴출되게 마련이다.

냉정하게 말해보자. 일단 야구라는 시장은 죽어가는 시장이다. 경쟁자가 너무 많고, 또 강력하다. 요즘 젊은 세대는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를 본다. 그래, 어쩔 수 없는 변화니 할 수 없다. 시장이 변했으면 기업이 변해야지, 시장에게 변하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시장이 죽어가니 매출은 점점 줄어든다.

일반적인 기업은 여기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야구단은 그런 걸 안 한다. 아니 한국의 스포츠 구단이란 동네가 그런 걸 하지 않는다. 팬이 줄어들어 입장료와 광고가 줄어든다면 싸게 선수를 키워 비싸게 파는 시스템을 잘 써먹어도 된다. 현대는 이건 잘한다고들 한다.(그나마 발전이다.) 그런데 그걸로는 중과부적이다. 이건 단지 단기 영업기술일 뿐이니까.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 잘 나갈때 순이익의 상당 부분을 새 시장을 선도할 제품을 만들기 위한 R&D에 쏟아붓는다. 야구단의 경우 그건 유소년 야구다. 하지만 한국 야구단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여전히 학교 야구에선 '빠따'를 때리고, 어린 선수들은 공부라곤 못한 채 운동 기계로 자라난다. 그러면서 R&D 없이 시장에 흘러나온 스타에만 매달렸다. 시청자는 수준이 높아졌는데 스타의 품질은 예나 지금이나 거기서 거기다. 미국 야구선수들은 책을 읽자는 캠페인에 나와서 '위대한 개츠비'같은 책을 읽으라고 추천한다. 그게 스타다. 음주운전, 폭행, 이혼을 사우나에 목욕가듯 하는 게 스타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이건 기업이 아니라 구멍가게가 하는 장사가 된다. 어제는 치킨집이 인기라 치킨집을 차렸다가 내일은 불닭집이 인기라 인테리어 조금 바꿔 불닭집으로 업종전환하는.

그래도 성공하는 시장이 있다. 바로 그 구멍가게 시장이다. 팬택EX는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신한은행이나 한화같은 큰 회사들이 눈독을 들인다고 한다. 비용이 적은데 마케팅에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둘 다 모두 젊은 층에게 인기가 없을 회사다. 10대 청소년들이 은행이나 화약회사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으니까. 하지만 기업에게 젊은 층은 '기업의 미래'다. 직원으로 뽑기 위해 그렇고, 장기적으로 고객이라 그렇다. 현대유니콘스를 사서 젊은 층 가운데 100만 명을 '친 신한은행 파'로 만들려면 해마다 200억 원이 깨져야 한다. 하지만 팬택 EX를 사면 50만 명을 사로잡을 수 있는데 적자는 20억만 보면 된다. 게다가 이건 광고비 20억 원으로는 얻을 수 없는 효과다. 그렇다면 선택은 분명해지는 것이다.

문제는 팬택EX도 '지는 시장'의 플레이어라는 데 있다. 구멍가게 규모도 자꾸 줄어들면 장사가 안된다. 불닭집이 찜닭집으로 바뀌는 추세인데 계속 불닭만 고집할 수는 없는 것이다. 대기업이 게임단에 뛰어드는 건 이 정도 손해는 감당할 수 있겠다는 계산에서겠지만, 팬들 입장에서는 불만일 수밖에 없다. 이건 '뽑아먹을 때까지 뽑아먹자'는 비즈니스 논리이지, 시장을 키우려는 움직임은 아닐테니까. 팬택이 유소년 게임선수 육성에 나선 적이 있던가? 아니다. R&D를 하지 않는 것은 이들도 똑같고, 그렇다면 이들도 지속가능성은 없다.

옛날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명확했다. 다만 누구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충격이 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 문을 닫을 곳은 문을 닫게 하는 것, 그것이 시장의 비정한 논리이지만, 공공선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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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이끌어가는 기본 동력은 '인센티브'다.

'남들보다 열심히 일하면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물질적 인센티브가 근면한 노동자를 만들어내고, '기업이 사회를 위해 환경보호에 힘쓰고 불우이웃을 도우면 사회는 기업을 존경하게 된다'는 정신적 인센티브가 기업으로 하여금 사회적 책임을 다하게 한다. 적절한 인센티브는 활발한 생산과 합리적 분배를 가능하게 한다.

그런데 유독 이런 적절한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않는 분야가 있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는 합리적인 생산과 분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바로 장기기증 분야 얘기다. 장기를 기증하면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말 자체는 뭔가 음험하게 들린다. 실제로 최근 외신을 보면 파키스탄의 한 시골 마을에서는 신장이 하나밖에 없는 주민이 마을 전제 인구의 40~50%에 이른다고 한다. 장기를 제공했을 때 물질적 인센티브(미화 2500달러)를 주는 브로커들의 장사속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막기 위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장기 거래는 불법이며, 장기 기증에 대한 물질적 보상도 역시 법으로 금지돼 있다. 그래서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장기를 기증하면 돈을 주는 대신 박수를 쳐 준다. 정신적 인센티브를 줘서 장기기증을 활성화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인센티브는 2500달러라는 물질적 인센티브보다 훨씬 적은 모양이다. 적어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대부분의 국가는 늘 장기 기증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고약한 것은, 장기를 기증하는 사람들이 제한적인데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공급은 매우 제한적인데도 불구하고, 그 수요는 전혀 제한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선진국 사람들은 후진국 사람들의 장기를 기증받고, 장기를 기증할 의사가 전혀 없었던 얌체같은 사람들은 일찌감치 '뇌사 후 장기 기증'에 동의한 이타적인 사람들의 장기를 기증받는다. 전혀 공정하지 않은 세상이다.

다행스럽게도 상황을 해결할 혁신적인 방법이 최근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라이프 셰어러즈(http://www.lifesharers.org/)는 장기를 기증하는 사람들을 회원으로 가입시킨다. 물질적 인센티브는 장기 밀매를 유발시키기 때문에 가입비는 없다. 대신 회원들은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서약을 해야 한다. 이 경우 회원의 인센티브는 유사시 다른 회원으로부터 장기를 기증받을 수 있는 우선권을 얻는다는 것이다. 물론 뇌사 회원의 장기를 필요로 하는 다른 회원이 없다면 장기는 비회원에게 기증된다. 장기를 기증하는 사람이 먼저 장기를 이식받을 수 있는 혜택을 누리자는 간단한 방법이다. 궁극적으로는 라이프 셰어러즈의 회원이 늘면 늘수록 장기 이식을 받을 확률이 늘어난다는 사회적 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

암웨이의 창업자 리차드 디보스의 방법도 파워풀하다. 물질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때의 부작용이 개인간 이뤄지는 불법적인 장기 밀매라면, 물질적 인센티브를 개인이 제공할 수 없도록 하면 된다는 것이다. 즉, 돈은 개인 대신 보험사가 내고, 그 수혜는 장기 기증자가 받으면 된다는 얘기다. 디보스는 뇌사자가 장기를 제공하면 보험사로 하여금 장기 기증자가 생전에 지명한 사람에게 1만 달러씩을 주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러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장기 기증자가 자신이 지명한 후손에게 적절한 경제적 유산을 남길 수 있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장기를 사고 팔 수 없기 때문에 밀매의 부작용도 최소화된다. 또 이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보험사로서도 이익이다. 장기이식을 기다리며 하염없이 병원에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보험사가 부담해야 하는 의료보험비는 1만 달러의 수십 배에 이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런 인센티브를 준다면 장기기증자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장기기증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그건 아마도 이 분야 행정관료들에게 경제 마인드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얀거탑이란 드라마를 본 적은 없지만, 드라마 마지막회에 장기기증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때마침 이 덕분에 장기기증에 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다는데, 이런 때일수록 한번쯤 장기기증에 관한 인센티브를 생각해 봤으면 싶다.

Posted by 흰솔
그 상자는 늘 거기에 있었다.

그 상자의 이름은 FTA. 그 상자를 발견했을 때 옆에는 두 명의 사람이 있었다. 왼쪽 편에 서 있던 사람은 상자를 열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우리는 아직 상자를 열 준비가 되지 않았으며, 그 상자를 열면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른쪽 편에 서 있던 사람은 상자를 열라고 유혹했다. 그 안에는 보물이 담겨 있을 것이며, 그 상자를 여는 순간 우리의 삶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4월 2일 오후 1시. 결국 상자는 열렸다.

미국은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고, 한국은 세계 11위의 경제력을 가진 무역대국이다. 이 정도 규모의 두 나라가 관세와 비관세 분야의 시장을 대규모로 개방하는 FTA는 일찌감치 없었다. 북미자유무역협정의 규모가 한미 FTA보다 크지만, 이건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3개국 사이에 체결된 협정이다. EU도 관세가 없는 경제동맹체긴 하지만 유럽 지역 수십개국이 참여했으니 한미 FTA와는 다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우리는 모른다. 그리고 미국도 모른다.

충격이 온다면 그건 한국 경제에 올 가능성이 크다. 경제규모가 워낙 다르기 때문이다. 한미 FTA가 판도라의 상자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미국은 한미 FTA 타결로 앞으로 언젠가 가능할 수 있는 시나리오인 일본이나 중국과의 FTA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어차피 지금 미국 경제구조로는 제조업으로 승부를 볼 수는 없다. 자동차는 일본이나 한국이 만드는 게 낫고, TV도 마찬가지다. 옷을 만들려고 노력을 할 필요도 없다. 그런 건 싸게 잘 만드는 나라에서 수입하면 된다. 미국은 대신 서비스업과 농업에서 승부를 걸었다. 법률 및 의료, 교육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고, 농업분야에서도 한국으로부터 많은 양보를 얻어냈다. 머리는 미국이 쓸테니 몸은 한국이 열심히 놀리라는 투다. 1인당 경작면적이 한국과 비교도 되지 않게 광활하게 넓은 미국의 농업 기업은 한국의 영세 농업과는 상당히 다르다. 미국 농업은 최소 투자로 최대한의 생산을 얻어내는 첨단 산업이다. 농민의 땀방울 88알을 생각하며 쌀 한톨을 고맙게 먹는 한국인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다. 한국 농가에게 한미 FTA가 재앙으로 여겨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미국은 또 환경과 노동,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성과를 얻어냈다. 한국이 미국 수준의 환경 및 노동 관련 제도를 갖추려면 지불해야 할 비용이 만만찮다. 지적재산권 문제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가야 할 길이기 때문에 '명분'에서 뒤져 반대를 할 수 없었지만 이런 식의 명분을 강조하는 게 바로 선진국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대표적인 비관세장벽이다. 키가 180cm인 성인이 150cm인 중학생에게 똑같은 출발선에서 달리자고 한다면, 그게 '기회의 평등'이라고 주장한다면, 명분은 동의하지만 불평등한 것은 당연하니까. 그래도 한국은 미국에게 이 부분을 양보했다. 미국은 앞으로 이어질 아시아 국가와의 FTA에서 한국의 전례를 당당히 들이밀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국이라고 손해만 본 것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우리 경제도 지식산업 중심으로 변해가야 한다. 이 나라는 자원도 없는 작은 땅의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지식산업밖에 없다고 수십년을 외쳐왔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세계 최고의 미국 서비스산업과 경쟁한다면 한국 서비스 산업의 수준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충격 없이 변화는 없으니까. 농업은 사실상 패배다. 하지만 협상이란 원래 주고받는 것이다. 식탁을 내주고 다른 것을 얻어내는 방식에 대한 반대는 많지만, 아직도 농가천하지대본만 외칠 수는 없는 일이다. 한국은 대신 자동차 분야에서 긍정적인 양보를 얻어냈다. 섬유 협상도 진전을 이뤘다. 모두 한국이 당장 과실을 따낼 수 있는 분야다.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판도라가 상자를 열었던 그 때처럼 수없는 질병과 고통이 한국 경제의 앞날에 잔뜩 쏟아져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상자를 열지 말아야 했다고 후회하던 판도라는 아직 남아있는 한 가지를 보고 안도한다. 희망이었다. 상자가 열린 지금, 우리에게 남아 있는 희망은 과연 어떤 것일까. 혹시, 우리는 지금 질병과 고통에는 애써 눈감고 희망만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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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머리2007. 3. 2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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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소형 DSLR 카메라에 관한 기사를 읽다가, 휴대하기 좋은 카메라가 뭐가 있을까 또 웹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결론은 지난해에 산 내 i4R만한 카메라가 없다는 것. 내가 살 때 가격이 40만 원이었다. 보면 알겠지만, ISO도 400까지밖에 지원되지 않고, 렌즈도 '단렌즈'다. 줌이 안 되는 고정 렌즈라는 뜻이다. 그걸 감안하면 2.3의 렌즈 밝기도 그다지 밝지 않다. 그래서 내가 이 녀석을 샀을 때에도 사람들은 날더러 "예쁘다고 그걸 그 돈을 주고 사느냐"며 한심한듯 쳐다봤다. 디자인으로 카메라를 고르는 사람으로 봤던 것이지.

2년이 지난 지금, i4R은 중고가가 40만 원 정도 한다. 그리고 보시다시피 새 제품 가격은 무려 최저가 67만3570원!!! 내가 샀던 때 이미 단종됐던 모델이다보니 중고가는 계속 오르던 중이었다. 당시에 이 놈을 잔뜩 사뒀으면 재테크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다.

내 메인 카메라인 캐논 350D는 벌써 감가상각이 한참 진행돼 중고가가 내 구입가의 절반 이하로 떨어져버렸다. 아마도 i4R과 교환하려면 교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사고 쓰지 않으면 무조건 손해인 이 각박한 디지털 벨로시티 월드에서 오래오래 제 가치를 유지해줘서 고맙다, i4R. 오래오래 써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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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머리2007. 3. 28. 00:13
프랑스 공산당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http://news.joins.com/article/aid/2007/03/26/2901012.html


문제는 전통적으로 공산당은 젊은 층이 지지하는 정당이었는데, 이제 양상이 달라졌다는 거다. 지금 공산당을 지지하는 건 '옛 정'을 못 끊는 40대 이상 중년층이라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칼 포퍼가 그런 말을 했다. "젊어서 맑스주의자가 되지 않으면 바보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서도 계속 맑스주의자로 남아 있다면 더욱 바보다." 난 예나 지금이나 이 말이 몹시 당파적이며, 전혀 옳지 않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칼 포퍼의 기준으로 보자면 지금 프랑스에는 바보들이 득시글 거리는 상황인 모양이다. 맑스주의를 버린 젊은이들과, 여전히 맑스주의자인 불쌍한 중년들이라니.

우리 사회를 봐도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의 좌파 이념이라는 것도 한 때는 젊은이들의 고귀한 이상 같은 것이었는데,(어쩌면 당시 기준에서는 비보이 만큼이나 트렌드였을텐데) 지금은 좌파 이념은 중년의 향수로 남아 있는 모양이다.

피카소가 디자인한 당사를 팔 위기에 몰린 프랑스 공산당. '이념적 파산'의 상황에 몰려 있는 한국 좌파의 모습과 겹치기도 하고, 옛 정 생각을 하면서 이들을 돕는 게 과연 온당한 일일지 고민되기도 한다.
Posted by 흰솔
지나간 프리코노믹스 블로그의 글을 읽다가, 스티븐 더브너의 '그러면 지금 내 친구들은 앞으로 모두 인도로 이사를 가게 되는 것일까?'(Will All My Friends Be Moving to India Now?)가 눈에 띄었다.

그러니까 영국 런던이 국제 금융의 중심지가 되면서 더브너의 금융 관련 분야 친구들이 미국 뉴욕을 떠나 영국 런던으로 대거 이사를 떠났다는 것이다. 돈이 몰리는 곳에 비즈니스맨이 모이게 마련이니까. 문제는 런던 못지않게 최근에는 인도가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지금(우리나라라고 다르겠냐마는) 인터넷의 영향으로 신문, 영화, TV 등 전통적인 올드 미디어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디지털 혁명이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고, 올드 미디어가 새 살 길을 찾아내기 전까지는 미국에서 이 상황이 개선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그런데, 경제성장 붐이 일어나는 인도에서는 희한하게도(또는 자연스럽게도) 신문이 무진장 잘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돈에는 국적이 없다. 자본이 런던으로 몰리든, 뉴욕으로 몰리든 돈만 있으면 뱅커들은 그 곳으로 자리를 옮길 준비가 돼 있다. 마찬가지로 글에도 국적이 없다. 영어만 쓴다면 그곳이 미국이든, 영국이든, 인도든 상관없다. 게다가 인도의 영어 사용 인구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야말로 황금시장인 셈이다. 더브너의 저널리스트 친구들이 기회의 땅 인도로 자리를 옮기게 될지는 누구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미 '보그'도, '월스트리트 저널'도 인도 시장을 노크하는 중이니까.

그렇다면 한국의 저널리스트들은 어떻게 될까. 한글 시장이 결국 관건이다. 우리에겐 지금 북한이란 기회의 땅이 있지만, 아직 시장이 열리질 않았다. 그렇다면 연변은 어떨까. 그곳에는 정보에 목마른 한국어 사용인구가 존재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조선말을 배우려는 연변의 젊은 세대는 영어를 배우려는 일본의 젊은 세대보다 훨씬 적은 모양이다. 한민족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이럴 게 아니라 차라리 복거일 씨의 말마따나 우리도 영어 공용화를 추진하는 게 나은 일일까?
Posted by 흰솔
6시 30분. 머리가 멍하다. 알람이 울린다. 보라색 알람 시계. 싸구려 중국제 플라스틱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지만, 그 덕분에 직접 쇠 추로 쇠 종을 때리며 '확실하게' 기상 시간을 알려주는 고마운 놈이다.

6시 35분. 알람이 또 울린다. 쇠 추로 쇠 종을 때리는 '따르릉' 소리. 5분 전에 난 이 시계의 앞 유리를 누르면 작동하는 '5분 뒤 알림(snooze)' 기능을 눌러 버렸다.

6시 40분. 또 울렸다. 이 정도면 병이다. 벌써 두 번 째.

6시 45분. 헉. 40분에는 일어나려고 했는데. 허둥지둥 침대를 나선다. 뒷머리가 뻐근한 것 같고, 다리엔 힘도 잘 안 들어가지만 우선 허겁지겁 화장실로 달려간다. 미끈한 스텐레스 샤워기를 켜면 차가운 물이 쏟아진다. 물에 데워질 때까지 기다려보자고 10초를 생각하다 눈이 스르르 감기려고 한다. 그 때, 뜨거운 물이 쏟아져서 잠을 깬다. 온도를 적정수준으로 조절하고는 머리에 가져다 댄다. 대충 적시자. 눈에 물이 들어가 앞이 잘 안 보이는 상태에서 왼 손을 뻗어 왼쪽 벽을 더듬거린다. 차가운 타일 옆으로 수건이 손에 잡힌다. 슥슥. 잠을 깨고, 눈을 닦고, 머리의 물기를 아주 대충 털어낸다.

6시 50분. 라켓을 꺼내든다. 90도 직각이 될 때까지 양쪽 무릎을 번갈아 올렸다 내렸다하면서 팔목 밴드를 찾는다. 트레이닝복을 꺼내 입는다. 맞다. 이때까지는 그냥 속옷 차림.

6시 55분. 6개월은 된 것 같다. 코치가 창살 너머로 밖을 내다보다 헉헉거리며 언덕길을 달려 올라오는 나와 눈이 마주친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7시. 그립은 손바닥에 찰싹 감기고, 빈 스윙을 해봤더니 감각도 좋다. 네트를 마주 보고, 코치가 공을 날린다. 턱. 공이 또 프레임에 걸린다. 공을 끝까지 보고... 속으로 되뇌인다. 이번엔 손목이 꺾인다. 위치를 제대로 못 잡고 공에 너무 다가붙었다. 그러고 났더니 이번엔 스윙이 너무 늦다. 타점을 못 잡는다는 소리다. 갑갑한 코치가 공을 때릴 타이밍을 불러준다. "하나, 둘, 셋" 테니스 코치들은 하루에 하나 둘 셋을 천 번도 넘게 외치다가 후두염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공을 끝까지 보고, 스플릿 스텝을 하며, 작은 걸음으로 이동해서, 몸 앞에서 공을 때리고, 손목을 쓰지 않는다... 하나하나 생각하다보니 공을 끝까지 보는 게 또 안 되기 시작한다. 젠장.

7시 20분. 온 몸이 땀에 젖었다. 보슬비가 내린다. 날은 꽤 추운 것 같은데, 별로 춥지는 않다. 후추라도 살짝 뿌려놓은 것처럼 약간 매캐한 새벽 공기, 몸에서 올라오는 땀이 증발하는 증기, 젖은 트레이닝복, 그리고 까맣게 변색되기 시작하는 내 라켓의 그립. 다시 새벽 레슨을 시작하길 잘 했다.
Posted by 흰솔
지난 12개월동안:
당신의 스트로크를 비디오캠으로 찍기 위해 배터리를 두번 이상 소모했는가?
포핸드 스트로크를 점검하기 위해 한번쯤은 거울 앞에서 20분 이상 서 있어본 적이 있는가?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와중에 화장실 거울 앞에서 몰래 스윙 연습을 해 본적이 있는가?

위의 세 물음중 어느 하나 이상 ‘예’라고 대답했다면 당신은 테니스 동호인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강박 장애에 걸려 있을 가능성이 높다. 병명은 ‘스트로카이티스’(Strokeitis). 증상은 ‘완벽한 테니스 스트로크를 찾아내고, 발전시키고, 갈고 닦는데 심각한 집착을 보임’.

너무나 완벽하게, 나를 비꼬는 말처럼 들린다. 테니스 동호회 게시판에 올라온 이 글은 '도무지 뛸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글이었다. 스트로크는 코치가 열심히 공을 던져준다면 빠른 시간 동안에 배울 수 있으니 어느 정도 배웠다면, 그 다음부터는 열심히 뛰어서 정확한 위치에서 공을 치라는 얘기다. 단순한 건데,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 충고에 따르지 못한다.

이번 주말, 모처럼 시합 예정이 잡혀 있다. 처음 시작할 땐 아무 생각 없이 한 판 붙어보자는 의도였는데, 같이 치기로 한 동생이 "형, 나 이제 우리 학교대표팀 1군에 올라가려고 심사받기 직전이거든?"이라는거다. 뻔히 예상되는 패배의 반복... ㅠ_ㅠ;

이 글의 마지막은 이렇다.

"프로들을 보기 바란다. 이들이 라켓을 잡고 스윙하는 것은 각자 다를지라도 한가지만은 공통적으로 매우 잘한다: 다리를 움직이는것. 완벽한 포핸드를 갈고닦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거울앞에서 보내지만 말고, 대신에 밖에 나가서 줄넘기라도 한 번 하고 풋워크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어떨까."

달리기라도 한 번 더 해야겠다. 두려워하지만 말고. 아, 좀, 만만한 상대를 찾아서 한번쯤 이겨봐야 자신감이 붙을텐데말야!
Posted by 흰솔
토끼머리2007. 3. 1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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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slane의 논문 완료 기한이 점점 다가온다. 마감을 앞둔 사람은 원래 될 일도 안 되고, 불안과 초조에 휩싸이기도 한다. 하지만 괜찮다. 마감이 임박해지면 그런 증상은 씻은 듯 사라진다. 온 몸은 아드레날린 덩어리에 휩싸여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되고, 마감까지 어찌어찌 결과물은 나오게 마련이다.

얼마 전, Purslane이 지도교수님께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길래 와인을 함께 골랐다. 난 마셔본 적이 없지만, 이탈리아인들에게는, 특히 이 와인을 만드는 베로나 지방 사람들에게는 '와인=아마로네'라는 공식이 있을 정도로 사랑받는 와인이다.

아마로네의 인기의 비결은 '아파시멘토'라고 불리는 독특한 양조법. 아마로네를 만드는 포도는 수확한 뒤 바로 발효시키는 게 아니라 2~4개월 동안 건조시킨 뒤 발효시킨다. 건포도처럼 말라비틀어진 포도는 당도가 일반적인 포도보다 훨씬 높아지게 되고, 이 과정이 아마로네의 독특한 향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마셔봤어야 말이지). 다른 포도와는 달리, '최고의 순간'이 지나버렸다고 여겨지는 바로 그 '뒤늦은 순간'에 발효시키는 독특한 공법이 이 매력적인 와인의 비결이다.

늦깍이로 공부를 시작한 Purslane. 교수님도 아마로네같은 네 매력을 알아보실 거야. 열심히 노력하라고. 무사히 논문이 통과되면 그 때 우리도 한 병 사보자. 아마로네 알레그리니.
Posted by 흰솔
토끼머리2007. 3. 1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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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왔더니 세바스찬이 사라졌다. 강아지와의 동거에 실패한 어머니께서 결국 새 주인을 찾아 세바스찬을 입양시킨 것이다.

세바스찬은 비록 대소변도 못 가리고, 아파트 생활을 하면서도 새벽 2시에도 짖어대고, 주인이 조금만 화를 내도 깜짝 놀라 경기를 일으키는 예민한 신경의 소유자인데다, 같이 놀아주지 않으면 짜증을 내는 성질 더러운 개였지만,

그래도 정말 귀여웠는데. 세바스찬의 자리가 사라지니 마음이 허전하다. 온 집안이 텅 빈 것만 같다. 세바스찬을 입양한 가족에게, 휴가를 떠날 때면 우리 집에서 봐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갖다 맡기라고 했다. 사람없는 집에서 하루 12시간 이상도 혼자 쓸쓸히 보냈던 우리 세바스찬, 새 집에는 장난꾸러기 초등학생 남자애들이 둘이나 있다니 외로울 일은 없겠지. 그 집엔 기니피그도 키운다던데, 제발 이번엔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 또 전에 집에서처럼 친구 물어뜯었다가 쫓겨나지 말고.
Posted by 흰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