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머리'에 해당되는 글 127건

  1. 2009.03.26 일과 가정의 조화
  2. 2008.07.08 새로운 시대 1
  3. 2008.06.30 스페인의 우승
  4. 2008.06.29 혼불 기념관
  5. 2008.06.26 비겁하게 남 탓 하지 말기 3
  6. 2008.06.18 팀 러서트의 죽음
  7. 2008.06.03 다음과 네이버 3
  8. 2008.05.14 닭과 달걀의 딜레마 2
  9. 2008.05.06 법인에는 인격이 없다.
  10. 2008.04.11 홍콩 3
토끼머리2009. 3. 26. 17:39
                                                          by striatic of flickr.com

위키피디아의 Work-life Balance 항목을 보면, 미국 내 열 명의 근로자 가운데 네 명이 직장에서 심한, 또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집단은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에 시달릴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집단과 비교해 세 배나 높고, 회사를 그만 둘 확률도 두 배나 높다.

일이 많아지고, 바빠지는 요즘, 정말로 일과 가정의 조화, 말 그대로 일과 내 인생의 균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에는 일이 곧 나의 삶이었지만, 혼자 사는 삶이 끝나고 가정이란 게 생긴 뒤로는 인생은 그런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아무리 일이 좋고, 자아실현의 공간이 될 수 있다고 해도, 회사와 가정은 분명히 구분된 별개의 공간이다. 이 삶의 균형을 찾지 못하면, 저 사진처럼 식탁을 만들어 놓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생각해보면 '일과 가정의 조화'라는 번역은 정말 한국적인 번역이다. Work 와 Life의 균형은 말 그대로 해야만 하는 일과 살고자 하는 삶의 조화인데, 일은 'work'이지만, 가정이 곧 'life'는 아니다. 일의 반대를 가정이라고 생각하는 건 어떻게 보면 가정은 여자에게 맡긴 채 회사에만 매달리는 사람이 곧 훌륭하고 충성스러운 직원이라 여겨온 문화적 특징이 아닌가 싶다. 내 인생에는 가정도 있고, 개인적인 꿈도 있으며, 친구도 있고, 직장과 상관없는 수많은 일들이 있다. 게다가 인생에는 일도 포함된다. '균형'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하지만 일과 가정으로 문제를 단순화시켜버리면, 수많은 디테일은 사라지고 만다. 마치 일과 가정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해야만 할 것처럼. 그건 아닌데, 일과 인생은 균형을 이뤄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Posted by 흰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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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달의 우승에 감탄하면서도, 페더러에 대한 연민에 억울함과 아쉬움을 느꼈는데,

이 기사의 제목만 보고도 단번에 나달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이건 좋은 제목의 힘이다.

"웅대한 전투 속에서 하나의 시대가 막을 내리다."

나달에게 페더러 정도의 멘탈리티만 갖춰진다면, 아마도 이제 앞으로 3~4년 동안은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페더러에게 나달이라는 좋은 경쟁자가 있던 시대'와 마찬가지로, 이젠 나달에게 '페더러라는 좋은 경쟁자'가 존재하는 셈이니 나태해질 일도 없을 테고.

도무지 호주 오픈 말고는 시간이 맞아서 볼 수 있는 시합이 없다. 엉엉.
Posted by 흰솔
토끼머리2008. 6. 3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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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습을 몹시도 보고 싶었다. 2002년 그들과 우리가 월드컵 8강전에서 맞붙었을 때에는 어쩔 수없이 우리 팀을 응원했지만, 그들은 시종일관 한국을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이고도 결국 패배한다. 그게 세간에서 말하는 스페인의 '토너먼트 징크스'였고, 그들이 '영원한 우승 후보'라는 비아냥섞인 농담을 계속 감내해야 했던 이유였다.

결과적으로, 이번 유로2008에서 루이스 아라고네스의 선택은 옳았다. 라울-모리엔테스 라인을 뒤엎은 선택은 실력대로 선수를 선발하는 공정한 처사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팀의 전체적인 경기력 향상에는 꽤나 기여했던 모양이었다. 스페인 대표팀의 수호 성인과도 같은 'San 이케르 카시야스'는 팀을 빛내주는 장식 역할에서 빠져나와 주장 완장을 찬 채 대표팀의 기둥으로 자리를 잡았고, 라울이 사라진 공백은 조직력과 젊음, 패기가 대신했다. 그렇다고, 비야와 토레스가 라울-모리엔테스 라인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아이콘'을 버리고 실리를 챙긴 아라고네스의 뚝심은 확실히 존경받아 마땅한 것이었다.

그들이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묘하게도 내게 해준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는 스페인에게 정서적으로 끌리는 나는, 그들의 더러운 인종주의 전통과 격렬한 이데올로기 갈등을 혐오하고, 어이없으리만치 강한 과거의 영화에 대한 동경, 급한 성질머리와 대책없는 낙관주의에 고개를 젓지만, 그런 그들의 모습을 좋아한다. 그건 내가 한국인이고, 그들이 스페인인이기 때문에 어딘가에서 공통점을 갖게 되는 '애증'이라는 감정 때문이다.
Posted by 흰솔
토끼머리2008. 6. 29.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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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와 남원 인근, '서도'는 소설 '혼불'의 주인공 강모가 전주로 통학하기 위해 기차를 기다리곤 했던 곳. 이 작은 시골 마을은 서도역 등을 예쁘게 보전해 놓고, 마을 위에는 강모 가족의 종가집을 재현해 놓은 듯한 '혼불 문학관'을 만들어두었다.

드라마 촬영지는 몹시도 인기이지만, 소설 속 배경이 된 장소는 그다지 인기가 없는 모양이었다. 최명희 선생님의 육성과 소설의 아름다운 글귀들, 그림과 같은 시골 마을의 풍경에 편히 취할 수 있던 이 곳은 고즈넉했다. 소설 읽는 독자들의 부족함에 나는 안타까웠지만, 그 덕에 가능했던 아름다운 호남 풍광을 여유롭게 누릴 수 있던 호사에 나는 감사했다.
Posted by 흰솔
[펌]으로 시작하는 글은 안 쓰려고 했고, 저작권을 무시하는 처사이기 때문에 일종의 불법이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2004년에 썼다는 이 글을 지금에서야 읽은 나는, 200% 정도 이 글에 공감했기 때문에 전혀 당당하지 않지만, 뻔뻔스럽게도 알면서 불법을 저지른다. 김형태씨가 항의하신다면, 기꺼이 하루 저녁을 함께 하며 거하게 취하실 만큼의 술 한잔을 대접할 용의가 있다.(아마도 이 사람은 내게 술을 얻어먹으면서 술마셔주는 대가에 대한 돈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실 테고, 나도 그런 생각이 온당하다고 생각하지만.) 링크는 김형태의 <the gim>이라는 사이트. 이 글 외에, 정말 주옥같은 글들이 많다. 꼭 찾아가서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조금 더 어렸을 때였다면, 주저없이 이 '너 외롭구나'라는 책을 샀을텐데, 지금은 이 책을 읽기에는 나이를 좀 먹었다(고 생각한다). 고민하고, 방황하고, 갈등하는 후배들이 보인다면, 주저없이 사주고 싶은 책이다. 너희들, 외로웠구나. 그 시절의 나, 외로웠구나.

[너,외롭구나] 상담사례 -이태백


하고싶은 일은 많은데, 할일은 없는 이태백입니다.


Q: 안녕하십니까. 김형태님께서는 몸건강하시겠지요.
입춘이 지났건만 아직도 키보드를 치고 있는 제 손가락은 차갑기만 합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요즘 사회적 이슈인 '이태백' 의 일원인 본인의 넋두리를 들어주십사, 더불어 형태님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 이렇게 얼어붙은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저는 지방대 디자인학과 졸업예정이고 다른 이태백 일원들과 마찬가지로 여러군데 이력서를 넣고 있는 와중입니다. 연락오는 곳은 별로 없고 무언가 불안하면서도 편안한(?) 생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곳저곳 이력서를 넣고 있지만 솔직히 제가 무엇을 하고픈지 알수가 없습니다. 원래의 전공인 제품디자인을 하고 싶다가도 디스플레이를 하고 싶기도 하고, 영화공를 하고 싶기도 합니다. 제품디자인을 하자 라고 하면 평생 영화공부는 커녕 영화 찍는 것도 구경하지 못할 듯하고, 영화공부를 하자고 하면 학교다닐때 했던 과제들의 즐거움이 떠오릅니다.
일단은 먹고 살아기위해 직장을 다녀야 할듯해서 계속 이력서는 넣고 있지만, 만약 회사에 다닌다면 영화공부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완전 히 영화에 미쳤다든가 비범하다든가 하는 인간극장에 나올법한 사람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회사에 다니면서 다른 것을 병행하기란 힘이 들것 같습니다.

아 정말 모르겠습니다. 올해 후반에 있을 영화교육기관(?) 시험을 보고싶은데 그때까지 매달려야할까 아니면 직장을 다니면서 틈틈히 해야할까 모르겠습니다. . 그렇다고 영화라는 것이 내 평생 직업으로서 가치가 있는 것일까. 힘들고 배고픈 그 직업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나. 또한 4년동안 했던 디자인은. 대체......

기대를 걸고 있는 부모님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부모님께서는 당연히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놔두시겠지만 그래도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모님께 조금이라도 호강을 시켜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마는 그 '안정된'직장생활의 끝에는 나의 꿈이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백수가 되어 이것저것 가릴때는 아니지만 신중하고 싶습니다. 섣불리 조금 앞만 바라보고 결정했다가는 나중에 후회 할 일들이 이만저만이 아닐것 같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하기를 일단은 취직을 하고 회사에 다니면서 영어공부를 하고, 영화쪽이나 디자인 쪽으로 유학을 가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그러나 회사를 몇년 다니면 유학을 갈 수 있을까, 아니면 그 영화교육기관에는 들어갈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부메랑처럼 또 따라옵니다.

횡설수설 앞뒤 안맞는 소릴 해댔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것이 행복한 고민일까요. 어쩌면 진짜 하고 싶은 것이 없어서 하는 소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더 많이 사신 형태님께서는 지금 제가 어떤 선택을 해야 형태님의 나이가 되어서는 그때 나 정말 잘했어 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A:
당신은, 요즘 20대 청년실업자의 전형입니다.
20대가 왜 그렇게 취직하기가 어려운줄 아십니까?
사람들은 불경기라서 그렇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20대들이 정확히 하고 싶은 일이 없고, 확실하게 할줄 아는 것이 없고, 겁은 많아서 실패는 무진장 두려워 하고, 무엇이든 보상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으면 절대 시작도 하지 않으며, 눈은 높아서 자기가 하는일도, 주변의 현실들도 모두 못마땅하고, 시시껄렁하고, 옛날사람들처럼 고생고생하면서 자수성가하는 것은 할 자신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고, 어떡하면 편하고 안정된 직장을 얻어 돈을 벌수 있을까만 궁리합니다.
가장 혈기왕성해야 할 20대가 그런 식이니까 사회가 무기력해지고 경제가 침체되어 불경기가 오는 것입니다.

그럼 세상은 어떤지 이야기 해드리죠.
취업문이 좁다고들 난리지만, 사실 모든 회사에서는 새로운 인재가 없어서 난리입니다. 세상은 자꾸 변해가고 경제구조도 바뀌어가니까 새로운 젊은 인재들이 회사에 들어와서 젊은 피를 수혈해줘야 하는데 이력서를 디미는 젊은이들은 하나같이 개성도 없고 창의력도 없고 일에 대한 열정도 없이 그저 돈만 바라보고 온 사람들입니다.
회사입장에서 볼때 그런 사람들은 조금만 더 나은 봉급을 주는 직장이 나타나면 미련없이 회사를 그만둘 사람들로 보이고, 또 현장에서 기대하는 젊은 혈기와 창의력은 없고, 학원 좀 다니면 누구나 딸수있는 뻔한 자격증만 잔뜩 가지고 오죠. 그래서 요즘 회사들은 신입사원 최우선 기준이 '충성도'랍니다. 이말인즉슨, "너희는 그냥 시키는 일이나 로보트처럼 한다면 일자릴 주겠다"는 뜻입니다. 개성과 창의력은 포기하고 잡부나 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지금 20대들은 자신들이 신세대이고 새로운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믿겠지만, 사실, 기업이나 산업현장에서 당장 필요한 능력은 그런 겉멋이나 추상적인 감각이 아닙니다. 그리고 직장은 돈을 벌자고 다니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당신처럼 하고싶은 일은 따로 있으면서 단지 돈만 바라보고 원하지도 않는 직장에 입사원서를 내는 것을, 기업의 인사관리 중역들은 모두 이미 눈치채고 있습니다. 그러니 500명 1000명이 와도 뽑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죠. 이를테면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있는 사람과 결혼을 하겠습니까? 그런 사람은 세상 어디에서도 원하지 않습니다.
20대가 취직을 못하는 이유는, 바로, 특별히 할줄 아는 일도, 특별히 하고 싶은 일도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어른들은 그 사실을 면접때 눈빛만 봐도 다 알아봅니다.

그리고, 나약한 의지박약에 굴리는 잔머리가 문제입니다.
당신이 쓴 글을 보십시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데, 저걸 하면 배고플거 같고, 이걸하면 잘 된다는 보장은 없고, 돈도 벌고싶으니 취직도 하고싶은데 직장은 재미없을 것 같고......그 와중에 대학원엘 갈까 유학을 갈까...... 편안한 학생신분만 연장하려고 하고, 대체 뭘 하고싶다는 것입니까.
당신의 진로문제를 짧게 정리해보면, "하고싶은건 많지만 고생해가면서 까지 꼭 해야할건 아니고, 그냥 먹고살게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면 좋겠는데 그게 쉽지도 않거니와 또 시시할거 같아요"입니다.
그런 사람을 받아주는 회사는 세상에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만든 영화가 감동스러울 수 없고, 그런 사람이 기획한 디자인이 아름다울리 없습니다.
그런이유로, 오늘날의 20대들이 그렇게 많은 자격증과 명문대 졸업장과 수백장의 입사원서를 발송하며 뛰어 다녀도 취직이 안되는 이유이고, 나라의 심장부가 그모양이니 이 나라의 경제가 침체되고, 장기 불황이 시작되는 이유인 것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당신들은 잘못된 교육탓으로 돌릴것입니다. 물론 맞는 이야기입니다. 동정표 한장!
하지만, 교육이 엉망이었던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습습니다. 그래도 당신들의 부모나 선배들은 더 발전적인 삶을 살았다는 것을 보고 배워야합니다. 훨씬 열악한 환경안에서 훨씬 일찍 철이 들고, 나라를 발전 시켰으며 그 와중에 나름대로의 문화생활도 영위했습니다. 남탓, 시대탓, 환경 탓하는 것만큼 구제불능의 바보는 없습니다.
참고로, 아시아 모든 국가중에서 우리나라가 청소년의 어른에 대한 공경심 조사에서 꼴찌를 차지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어른을, 선배를, 과거를 존경하지 않는 젊은이는 원대한 꿈을 가질 수 없습니다. 꿈과 희망이란, "나도 저 누군가처럼 될테다"하는 동경에서 시작되는 것이거든요. 당신들의 큰바위얼굴은 누구입니까? 그런게 있습니까?
오직, 자기자신과 돈에 대한 갈망만 있지 않은가요?

섣불리 결정했다가 나중에 후회할까 두렵다고요?
왜 해보지도 않은 일을 후회할 걱정부터 합니까? 보지도 않은 영화를 재미없을까봐 포기하고, 가보지도 않은 여행지에 볼게 없을까봐 안가기로 하고, 저 요리가 맛이 없을까봐 안먹고... 사는건 대체 뭘까요?
당신이 어떤 인간인지 당신은 알고 있습니까?
정말 영화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얼마나 잘 만들수 있는지, 디자인은 또 얼마나 훌륭하게 할지, 회사를 다니면 얼마나 뛰어난 업무능력이 발휘될지 해보지도 않고 그 짧은 인생경험으로 오로지 책상앞에서 당신이 어떻게 알수 있겠습니까.
양다리에, 삼발이에, 문어발로 온갖 일에 맘을 다 걸쳐놓고 실제로 하는 일은, 해본 일은 하나도 없으니 불안할 수 밖에요.
'하고싶은 일이 많다는 행복한 고민'이요? 웃기는 자위입니다.
"내가 뭘 할줄 알고 뭘 하면 행복해 하는 인간인지 이 나이 먹도록 하나도 모르겠어요."로 들리는 헛똑똑이의 넋두리로밖에 안들립니다.

좀더 실랄하게 당신의 심리를 파헤쳐보자면, 영화를 하고 싶다는 것은 현실도피성 희망입니다. 솔직히 디자인도 최고로 잘할 자신이 없는것이죠.
자신의 전공쪽으로도 별로 희망이 보이지 않으니까,
"사실 나는 디자인보다 영화에 관심이 훨씬많다. 그래서 늦게라도 영화공부를 다시 한다"라는 상황에 대한 알리바이를 미리 준비해두려는 것이죠.
취직이 계속 안되는 상황에도 대비하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입사원서 던지다가 어디 좋은데 운좋게 취직되면, 당신은 이러겠죠. "먹고 살아야하고, 부모님께도 효도하려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디자인과 영화를 포기했어"
그냥 한 나약한 생활인일 뿐인데 어느새 순교자로 승화되는거죠.
그 좋은 머리를 이런 자기합리화에 쓰기에 바쁘니 뭘 하나 똑부러지게 실천하겠습니까.

내 말이, 억울합니까?
그럼 실천해보십시오.
우선, 근무조건이 좀 열악한 직장을 선택해서 취직을 하세요. 그럼 금방 취직됩니다. 봉급도 좀 만족스럽지 못하겠지만, 자기 한입 먹고 살만큼은 줄겁니다. 그리고 20년 계획으로 영화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세요. 용돈을 쪼개서 모으고 모아서 캠코더를 사고, 컴퓨터를 사서 편집장비를 마련하고 (왠만한 PC로 다 가능합니다) 책을 사서 읽고, 주말에 영화 관련 포럼에 찾아 다니고, 틈틈히 시나리오를 쓰고, 휴가때는 비디오 영화를 만들어 보고, 이 모든 것은 직장 다니면서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20년 계획으로 꾸준히 하면, 습작이 꽤 될거고, 시나리오도 몇 편 나올겁니다. 디자인 공부한건 영화에 고스란히 활용될거니까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요. 그렇게 해서 40대가 되면, 당신은 어느새 다니던 직장에서 직위도 올라가있어서 월급도 꽤 되니 안정된 직장인에, 영화 감독으로 데뷔하기에 경쟁자가 없으리 만큼 탄탄한 준비를 가진 40대 신예 영화감독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그럼 바로 성공이냐? 아니죠. 입봉하고 나서 한 10년 현장에서 시행착오도 겪고, 기대도 받았다다가 실패도 했다가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진정한 실력을 쌓습니다. 앗 어느새 50대가 되었네요. 여러분들은 이정도되면 인생 쫑났다고 생각할겁니다. 그러나 나이먹고 알고보면, 세상은 어른들의 세계입니다. 그렇게 30년 줄기차게 정진해서 60가까이에 걸작을 하나 남길 수 있다면, 당신은 최고로 멋진 인생을 산 것입니다. 인생은 결과보다 과정에 더 많은 가치가 있으며, 결과까지도 좋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구요. 인생은 60부터란 말에는 인생의 커다란 진실이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내 말을 못믿어서가 아니라, 후줄근한 직장에 다니면서 20~30년이나 투자할 만큼 영화를 그정도로 갈구한것도 아니거든요.이 글을 읽는 동안에도, 저렇게 할 수 없는 피치못할 적당한 구실을 찾느라 머리를 쓸 뿐이죠. 벌써 몇가지 변명을 만들어 냈을지도 모르죠.

결국 자기인생에 변명을 만드느라 젊은 날을 허비하고 있다면 참 암울할 뿐입니다.

당신들, 정말, 왜들, 그렇게도, 경험으로 진리를 찾기를 두려워한답니까?



출처 [김형태의 청춘 카운슬링- 너, 외롭구나] 31쪽. 예담출판사


[너,외롭구나] 이태백에게 드리는 새글


-이 글은 앞서 소개된 상담사례 -하고싶은 일은 많은데, 할일은 없는 이태백입니다.- 편이 인터넷으로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화제가 되면서 수많은 논란과 반박글이 나온것에 대한 대한 답글입니다. -


오늘 막막한 현실에 던져진 20대 여러분. 그리고 또 그와 다를바 없는 20대가 될 10대 여러분.
제가 한 20대 청년 실업자의 고충에 대해서 모질게 담금질을 한것에 대해서 나에게 항변하고, 반박하고, 심지어 인신공격까지 하는 20대 청년 실업자 여러분.
그렇습니다. 여러분들은 피해자입니다. 그 어떤 세대보다 막막한 현실을 물려 받았고, 가장 엉망진창이 된 공교육과 지독한 사교육의 입시 프로그램에 의해서 입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할줄 모르는 사회부적응자가 되고 말았으며, 어릴때 부터 무조건 "오냐,오냐" 하는 부모의 맹목적 사랑으로, 전대미문의 싸가지 없는 세대가 되어 다른 세대들과 소통도 제대로 안되고 있으며, 오로지 돈과 외모와 상업주의만이 힘을 발휘하는 가장 천박한 문화 풍토위에 놓여져 까마득한 빈부 격차에 삶의 의욕을 잃을 정도이지요.

그게 어디 여러분들의 잘못입니까. 여러분들은 피해자입니다. 가장 불쌍한 세대입니다. 누구도 아무런 대안도 안 내놓고 있습니다. 20대를 실업자로 보내면, 30대가 되면, 40대, 나이가 들수록 취직을 하기가 점점 더 불가능해질게 뻔한 스토리인데도, 이 사회는 근본적인 대책은 하나도 안 내놓고 있습니다.
취업박람회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예산 투자요? 그거 다 전시용 생쑈입니다. 그게 정부 예산-돈으로 해결될 문제 같아 보입니까? 박람회 열어서 일자리 찾을 수 있었다면 지금 초고속으로 깔린 인터넷은 취업정보 하나 못 올렸단 말입니까? 정치적인 쑈입니다. 주변의 친구들 중에서 취업박람회나 정부 보조로 일자릴 찾은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통계 한번 내보세요.
작금의 현실은 당신들을 근본적으로 구제하고자하는 프로그램이 없습니다. 당신들은 이 사회의 잘못된 시스템의 피해자들입니다.

그래서, 저에게 어려움을 호소하는 후배에게,
"그래 넌 피해자다. 그러니 백수로 살더라도 당당해라. 네 잘못이 아니다. 이 사회와 부모가 너를 책임져 줄때까지 버텨라. 나약한 의지와 행동보다 생각만 앞서는 것도 교육의 폐해니까 가책받을거 없다."
이렇게 위로해 주면 좋습니까? 좋겠지요. 마음의 위안이 되고 좋겠지요. 그러나, 뭐가 달라집니까? 제가 참 인자하고, 이해심 많은 인생 선배라는 호감을 받는 것 말고, 당신들의 삶이 더 나아질 것이 뭐 있습니까. 그렇게 위로 받으면서 인생을 영원히 백수로 살면 좋겠습니까?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진심으로 걱정 하지 않았다면 뭐하러 따끔한 소리로 악역을 자처하겠습니까. 당신들이 인생을 바꾸든, 자신을 변화시키든, 어떻게 먹고 살든 나야 듣기 좋은 소리나 해주고 아티스트로서 이미지 관리나 하면 될것을......

이것이 바로 오늘의 당신들을 대하는 시대의 현실입니다.
아무도 그대들에게, 진심을 말하지 않습니다. 그저 값싼 위로에, 취업박람회다, 예산 확충이다 전시 행정을 늘어 놓으며 당신들을 위해서 대책을 세우는 척 난리를 부리지만, 정작 당신들이 취업해야 할 공장과 사무실은 중국과 동남아로 옮기고 있단 말입니다.

20대 여러분, 사실상, 그대들은 이 시대의 왕따들입니다. 겉으로는 N세대, P세대 하면서 주인공인양 떠 받들고 모든 매스컴과 문화흐름에 주역인것처럼 꾸며 놓고 있지만, 사실 그것은 그대들에게 컴퓨터와 핸드폰을 팔아먹고 카드를 마구 긁게 만들려는 수작들 일 뿐입니다. 그대들은 거기에 세뇌되어 그 어느때보다 풍요롭고 좋은 세상에 살고 있고, 늙수구래한 아저씨 아줌마들보다 자신들이 휠씬 즐거운 재미있는 세상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말짱 착각입니다.
텔레비젼을 보세요. 예쁘고 섹시해야 득세를 할 여자 탤런트들도 자세히 보면 오히려 30대 이상이 가장 비싼 몸값을 받고 있습니다. 20대 풋내기들은 그냥 예쁜 열굴로 들러리 역할이나 할 뿐이죠. 음악계를 볼까요? 춤추고 노래하는 20대 가수들은 다 꼭둑각시들입니다. 겉으로는 가장 화려한 그들이지만, 실제로 뒤에서 사업을 주도하고, 일을 벌리고, 판도를 이끌어 가는 실세들은 모두 30대 이상입니다. 돈도 그들이 대부분 차지하죠. 20대의 이미지는 예쁘고 섹시하면 되는 겁니다. 실제로 사업을 하는데 중요한 아이디어는 20대에게 기대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일은 우리가 할테니 너희는 재주나 부려라. 이런 의미입니다.. 회사에서는 어떻습니까. 과연 20대 사원이 얼마나중요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나요?
이 시대는 당신들의 능력을 믿지 않습니다. 경제가 어렵고, 국가 경쟁이 치열해서 더더욱 중요한 순간이기에 더더욱 당신들에게 일을 맡기고, 기회를 줄 정신적 여유가 없습니다. 당신들은 입시시험말고는 할줄 아는게 없는 풋내기들이거든요. 오로지 입시전사로만 키워져서 그 최대 목표인 대학을 들어가고 , 대학은 현실과 동떨어진, 입시교육같은 취업교육으로 전락해있습니다.그런 교육에 청춘을 허비한 당신들이 더 이상 무슨 할 일이 있고 무슨 목표가 있겠습니까. 그런 이유로 이 사회는 슬그머니 20대를 제쳐두고 있는 것입니다.

그대들의 선배와 앞 세대들은 속으로는 그대들을 얼마나 못마땅해 하는지 모릅니다. '싸가지 없는 것들. 교양없고 겉멋에 게르으고 재능도, 상식도 모자란 것들. 같이 일한다는 것은 차라리 내가 회사를 때려치우는게 낫겠다 싶은 것들, 제멋대로 하고 다니는 세상 모르는 망나니들....' 이것이 기성세대가 속으로 생각하는 그대들에 대한 인상입니다.그러나 아무도 그것을 겉으로 대놓고 말하지 않죠. 표면적으로 "이시대는 너희들의 것이야. 하하하. 요즘 젊은이들은 참 대단해. 톡톡 튀고.쿨하지. 생각도 자유롭고, 자기주장도 또렷하고...우린 도통 못당한다니깐. 허허허. "라고 말하지요. 그리고 돌아서 기득권으로 탄탄한 자기들 세계로 가버립니다.
그대들은 젊다는 이유만으로도 우쭐해 있지만, 세상은 저기서 따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공주병 걸린 애는 자기가 왕따란걸 모르지요? 딱 그짝입니다.
그대들이 주인공이라고 추켜놓은 이 시대의 한 껍질만 벗겨보면 그 아래의 '어른들의 세계'는 정말, 그대들보다는 훨씬 잘 먹고 잘 살고, 즐거운 인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청년 실업 50만명이라는 이 사회에 가장 유력한 트렌드가 다름아닌 '웰빙'입니다. '이제는 삶의 질을 높혀서 좋은 집에서 잘 사고, 잘 먹고, 잘 입는 것'이 최대 관심사란 말입니다. 너무 모순적이지 않습니까?
문화는 20대가 주도하는것 같지만, 사실 그대들은 소비자일 뿐입니다. 심지어 그대들이 실업자인것도 돈벌이로 활용합니다. 각종 자격증 학원이 그것입니다. 이것은 실업시장입니다. 그깟 자격증 아무리 따봐야 취업에 별 효력 없습니다만, 그 학원이라도 다녀야 백수로서 덜 불안하니까......실업인구도 엄청나고, 따라서 매출액도 상당하고 거기에 따른 고용창출도 상당하겠지요. 그대들 실업자가 수십만명인 상황도 돈벌이가 됩니다. 어른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먹고 사는 법을, 테크닉을 알고 있거든요. 그리고 잘 살고 있습니다. 30대의 문화, 40대의 문화, 50대의 문화, 그리고 요즘의 노인들의 문화도 나름대로 잘 잡혀있고 그 안에서 각 세대들은 인생을 즐겁게 누리고 있습니다. 요즘 전반적으로 불경기라 하지만 적어도 이태백 여러분들 보다는 훨씬 안정되고 풍요롭게 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적어도 온라인 게임과 핸드폰 문자 날리기 보다는 훨씬 다채롭고 격조높은 인생을 즐기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이건 뭐 믿거나 말거나고.....

누군가 저에게 반문했죠? '정말 이 시대보다 옛날이 더 좋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문화와 역사에 대해 조금만 지식이 있으면 당연한 소리입니다. 아무 분야나 하나 잡아서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 물어보세요. 20년,30년전, 40년전, 50년전에 비해서 지금이 더 좋은 시절이냐고. 음악, 패션, 건축, 디자인, 가구, 자동차, 경제구조, 세계평화, 문학, 미술, 레크레이션, 철학, 스포츠 등등 알고보면 좋은 시절은 다 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정도입니다.
오늘의 철학은 무엇입니까? 오늘의 예술 사조는 무엇입니까. 여러분들이 이끌어 가는 문화는 무엇입니까. 그런게 있습니까?
지금 더 좋아진건 컴퓨터와 전화기 뿐입니다. 그러나 그 컴퓨터와 전화기때문에 사는게 더 좋아졌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대규모 실업 사태의 주범이 컴퓨터니까요. 회사를 경영하는 소수의 상위층에게는 컴퓨터가 있으니 좋은 세상이지요. 일은 컴퓨터와 로보트가 대신 해준다-라는 미래의 유토피아 론에는 '그걸 가진 사람에게만 좋다'라는 말이 생략되어있습니다. 20년전까지만 해도 대학은 물론이고 실업고 졸업생도 거의 다 취직이 되는 시절이었죠. 지금보다 국민 소득은 낮았지만, 빈부격차가 적고 다들 일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 나갈수 있던 시절입니다. 청년실업이란 말은 생기지도 않았죠. 전화기는 역시 상당히 편리하지만, 그대들이 지불하는 댓가를 따져보면 엄청난 바가지를 쓰고 있는 것인데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한편으론 고민거리입니다. 뭐 다 나쁜건 아니지만, 그대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옛날은 꾸질꾸질했고 지금이 신나고 멋진 세상이란 착각은 버리라는겁니다.
이 좋은 시대에 그대들의 행복은 과연 무엇입니까? 현실만족은 세상의 모든 정치인들의 수작입니다. 모든 매스컴을 동원해서, '지금이 그래도 옛날보다는 살기 좋다. 세상 좋아졌다'라는 암시를 끊임없이 해댄 결과입니다. 세상 좋아졌는데, 그대들은 왜그리 비통한 청춘을 보내야 한답니까. 그 좋아졌다는 세상은 대체 누가 다 차지하고 있는걸까요?

결국은 잘못된 교육과, 당신들의 잘못도 아닌 IMF의 후유증과, 진정한 선생님, 현명한 부모님, 진심어린 선배아래서 자라지 못하고 소비문화의 마약만 투여 받으며 수경재배된 여러분들은 지금 아무도 일자리를 안준다는 왕따를 당하고 있습니다. 불쌍합니다. 내가 괜히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해요. 그대들보다 훨씬 가난한 시절을 보냈지만 그대들보다 훨씬 재미있게 살았고, 훨씬 많은 일을 했고, 훨씬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고 아직도 여전히 훨씬 많은 인생계획과 꿈을 가지고 있어서 미안합니다. 마흔살이 다 된 아저씨 주제에 할 일이 많고 사는게 재미있어서 정말 미안합니다. 그대들과 나누지 못하고 나만 바쁜게 미안해서, 그대들에게 진심어린 충고를 했습니다. 이 시대 탓이 아니고 당신들의 탓이고 당신들의 게으름 때문이라고, 그걸 깨뜨리라고 진심어린 조언을 했답니다.
남 탓하면 뭐합니까. 시대 탓을 하면 뭐하겠습니까. 소송이라도 걸어볼까요? 그래서 그대들이 이기고, 판결은, "이사회는 20대를 전적으로 책임져라"라고 당신들 손을 들어주면 당신들을 안받아주던 회사에서 갑자기 받아준답니까? 중국으로 갔던 일자리가 강제로 되돌아옵니까? 갑자기 기성세대들이 당신들에게 진심을 이야기 하고 더불어 살아가자고 손을 내밀거 같습니까? 누구의 잘,잘못을 따져서 될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당신들은 피해자지만, 결국 당신들의 인생입니다. 당신들이 스스로 변화하고 자기를 일으켜 세우고, 사회환경탓에 잘못된 인성을 스스로의 노력으로 뜯어 고치쳐서 훌륭한 젊은이로 거듭날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그러기를 열망하는 후배들이 이 땅 곳곳에 웅크리고 있다고 믿습니다. 내가 인생의 선배로서, 조금 더 먼저 크고 작은 세상의 비밀을 깨달은 선배로서, 아직 20대의 번민에 대한 기억이 살아 있는 지금에, 내가완전한 기성세대가 되어서 그대들을 완전히 포기해버리기 전에, 내가 해 줄수 있는 진심을 여러분들에게 전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더 늦기전에 진실을 깨닫는 것이 시급합니다.
사회는 사실 40~50대가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회사부터 정치와 무역, 외교 등등 중요한 나라살림은 잘하거나 못하거나 그 어른들이 하는 것이지요. 지금의 그 어른들은 많은 경험을 하시며 그 나이가 되고 어른이 된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여러분들이 이대로 직업도 못구하고, 사회경험도 제대로 못하고, 어영부영 백수건달로 세월이 흘러 40~50대가 되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될까요? 제가 정말 걱정하는 것은 그때입니다.
장기 불황의 시작이라는 말의 뜻이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진정한 경제불황과 국가적위기는, 충분한 사회경험의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세대가 어른이 되어 그대로 나라를 물려 받아 경영해야 할 그 20년 후에도래합니다.
사실상, 지금의 청년실업에 대해서 그대들이 변화하는 방법말고는 아무런 대책도 해결방안도 없습니다. 그냥 그대들의 세대에서 '인재 없고, 인구는 많다'는 물리적인 문제를 안고 그냥 이대로 흘러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정말 무서운 현실입니다. 20대에, 30대에 경험해야할 사회생활과 자기계발의 기회를 모두 박탈당하고 배운거라곤 입시공부밖에 없는 여러분들이 이 나라의 어른이 되었을때, 누가 무역을 주선하고 누가 능란한 외교로 나라와 민족을 이끌고, 누가 지금의 최고 수준인 조선사업과 반도체, 자동차 사업을 이어 받아서 그 명성을 이어가겠습니까.
더 쉽게 비유해서, 그대들이 백수로 있는 동안 밥먹여주고 입혀주는 부모님들이 돌아가신 후에는 어떡하겠느냐 이겁니다. 정말 비참한 문제가 아닐수 없습니다. 정말 불쌍한 세대가 아닐수 없습니다. 정말 나라와 민족의 미래가 암담한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나는 진실로 구국결사의 의지로 여러분들에게 진실을 말하고, 이 난국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은 여러분들 스스로가 변화하는 길 밖에 없다고, 시대탓이지만, 그래도 내탓이라고 돌리자고, 그래야 바꿀수 있지 않느냐고, 어쨋든 여러분들의 인생이니 남 탓하지말고 바꾸자고, 일어나서 움직이라고, 모질게 말해야 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대해서 여러분들이 나의 그 충고를 반박해서 어쩌자는 것입니까.
그래서 뭐가 달라지고 나아진다는 것입니까. 그대들의 반박이 다 맞는 말이고, 내가 현실 모르는 이상주의자라고 칩시다. 반박을 하는 그대들의 완전한 판정승이라고 합시다. 그럼 좋아집니까? 일자리가 생기고, 앞날이 밝아집니까? 눈을 들어 거울을 보고 그대들이 써놓은 반박을 다시 생각해보세요.거기에 무슨 대안이 있습니까.
그래요. 반박하신 여러분들 말 다 맞습니다. 그럼 그대로 그렇게 사세요. 잘 모르고 얘기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속으론, "아유 다시는 이새끼들에게 참견하지 말아야지" 하며 포기하면 좋습니까? 뿌듯해요? 이겨서 좋습니까?
시대의 왕따인 여러분들에게 "야 너 진짜 재미없고 말하는거 재수없어서 왕따된거야. 앞으로 이렇게 이렇게 해봐"라고 큰맘먹고 충고해주는데, 왕따시킨 세상 욕만 하고 있으니, 그럼 계속 왕따로 살 수밖에 무슨 변화가 있을까요.

현실의 모든 문제는 나의 일이라고 여기고 스스로 변화하길 갈망하고 실천해야합니다.
그대들이 남탓을 하고 원망하고 있는 동안 아무도 그대들을 구원해 줄수 없습니다.
누가 내집에 불을 질렀다면, 내 잘못이 아니라고, 그 범인만 하소연하면서 불탄 집을 그대로 방치하며 살고 있겠습니까? 억울한 일이지만 결국 재건을 하고 손해를 감수해야 할 사람은 집주인입니다.
당신들의 청춘, 억울하게 망가져 있지만, 결국 당신들의 인생입니다. 누구도 대신 해 줄수 없습니다. 청년실업은 당신들의 문제입니다. 그대들이 스스로 변화해서 대안적 인간이 되어야합니다. 거듭 말하지만, 불경기라서 취직이 안되는게 아니라, 여러분들을 믿지 못해서 일자릴 안주거나, 말도 안되는 싼임금만 제안하는겁니다. 사회에서는 여러분의 능력을 동남아 노동자와 동급으로 보고있는것입니다. 억울하겠지만 그게 현실입니다. 그렇게 살수는 없지않습니까.
그렇지 않다고, 그보다는 뛰어난 젊은이라고, 발전 가능성과 창의력을 갖춘 신세대라고 입증하십시오.
그래야 합니다. '유능한 청년이 되는 것' 그것만이 청년 실업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유일한 길입니다.

제발이지 정신차려주십시오.
당신들은 오늘의 주인공이 아닙니다. 미래의 주인공입니다.
오늘은왕따이지만, 미래는 좋거나 싫거나 그대들이 어른이고, 그대들이 주인공이고 모든 일을 떠 맡게 될것입니다. 제발이지 정신차리고 스스로 변화하고 발전하여 이 난국을 그대들의 힘으로 타개해나가길 갈망합니다. 그 개척의 길에, 인생 선배로서 제가 할수 있는 조언을 해주고자, 이 허접한 카운셀링 게시판을 운영하는 까닭입니다.

나는 믿습니다.
내 글을 읽고, 대오각성하여 자신을 변화시키고 발전 시킨 극소수가 훗날 이 나라를 이끌어 갈 젊은이가 어딘가에 있다고 믿습니다.
그 믿음으로, 나는 정말 바보같은 반박이나, 비난이나, 심지어 욕설이 담긴 이메일들을 다 감당하며 소수의 현명한 후배들에게 길을 알려주는 이 행진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자 그럼. 또 갑시다.
화이팅!!!

2004.3.3.

출처 [김형태의 청춘 카운슬링- 너, 외롭구나] 74쪽. 예담출판사
Posted by 흰솔
토끼머리2008. 6. 1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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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팀 러서트를 모른다. 부고 기사를 보고 처음 알게 됐을 따름이다. 하지만 뉴욕타임즈 부고 기사에 실린 한 줄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이런 것이로구나. 기자로 산다는 건.

He had a gift for making the most complex political machinations understandable and compelling.
NBC의 동료들은 그를 가리켜 이렇게 회고했다. 가장 어렵고 복잡한 정치적 이슈를 흥미롭고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 주는 능력. 이런 능력은 타고난 재능이기도 하겠지만, 대학을 졸업한 직후 정치인들의 보좌관을 맡으며 사회 생활을 시작했던 그의 독특한 이력 덕분이기도 하다. 그는 정치 분야에서 한 눈을 팔지 않았고, 헌신적으로 일했으며, 정말로 자신의 일을 사랑했다고 한다.

그의 죽음에 대한 반응도 놀랍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물론, 빌 클린턴과 힐러리 클린턴까지 공화당과 민주당을 넘나드는 정치인들이 그의 급작스런 죽음을 아쉬워했다. 그는 매주 진행되는 'Meet the Press' 프로그램을 녹화하던 도중 스튜디오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나이는 58세, 옛날이면 몰라도 지금 기준으로 보면 한창 일할 창창한 나이다. 정치인들만이 아니다. 언론계의 동업자이자 경쟁자들도 그의 죽음을 추도했다. "그는 그저 훌륭한 정치담당 방송기자가 아니다. 그는 미국 최고의 정치담당 기자다." 월스트리트저널 출신인 앨 헌트 블룸버그 편집장의 말이다. 훌륭한 직업인의 죽음 앞에서는 경쟁자도, 정적도 없었다.

매주 400만 명의 미국인이 그를 만나기 위해 'Meet the Press'가 상영되는 NBC로 채널을 고정하곤 했다. 그가 맡기 전에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정치 프로그램에 불과했던 이 코너는, 러서트의 진행과 함께 '이슈를 몰고 다니는' 논쟁적인 프로그램으로 성장했다.

약간 불경스러운 질문이지만 살짝 궁금해진다. 손석희 씨는 매우 논쟁적이며 영향력 있는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다. 그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방송 도중 쓰러진다면, 이에 대해 한국의 메이저 신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미국의 신문들처럼 긴 지면을 할애해 그를 추도할 수 있을까. 그의 방송에서 난도질당했던 현재의 여당 정치인들이 그의 빈소에 조문을 보낼 수 있을까. 그 때에 가서도 우리는 겸허하지 못한 채 죽은 이를 앞에 두고서 옳고 그름을 따지고, 직업인의 평생을 부관참시해야 하는 것일까.
Posted by 흰솔
두 기업의 과거를 한 번 보자. 지금이야, 네이버가 '공룡' 수준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고, 거기에 비하면 다음은 그저 조그만 중소기업 수준에 불과하지만, 5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단 5년 전만 해도 말이다.

내가 '네이버에 물어봐'라는 소리를 주위 사람들로부터 듣기 시작한 건 아마도 2004년부터다. 그전에는 검색 하면 야후나 엠파스였다. 하지만, 그것도 큰 의미는 없었다. 최고의 인터넷 서비스는 '메일'과 '카페'였으니까. 그리고, 이 분야에서는 다음을 따라갈 기업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 때의 공룡은 다음이었다.

어느 회사든 독특한 DNA가 존재한다. 그 DNA는 대개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갖고 있는 양날의 칼이다. 예를 들어 삼성 사람들은 매우 치밀하고 정교하다. 그들은 늘 확실하게 일처리를 하고, 깔끔하게 마무리를 짓는다. '시스템의 삼성'이라거나, '삼성이 하면 다르다'는 흔한 표현이 그저 자기들이 우겨댄다고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가는 건 아니다. 나름 그렇게 받아들여질만 하니까 그렇게 되는 법이다. 하지만, 그 장점이 그대로 단점인지라, 이들은 모험정신이 부족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이 짙다고 한다. 더욱이, "장군님이 지시하면 우리는 한다" 식으로 시키는대로 따르는 버릇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기업이미지에도 별로다. 반면 현대 사람들은 다르다. 창업자가 500원짜리 지폐를 들고 거북선을 보여주면서 현대중공업 신화를 써낸 그 불굴의 정신이 현대의 DNA다. 안 되면 안 된다고 하는 대신 수없이 창조적인 발상을 해가며 위기를 해결해 넘겨내고, 아무리 괴로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인다. 이들은 '불굴의 기업가 정신'의 표상이며, '다이나믹 코리아'의 살아있는 증거다. 문제는 이게 그대로 단점이 될 때다. 뭔가 한 방 터뜨리는 건 잘하는데, 뭔가 마무리가 좀 못미더워서 여전히 현대차는 일제 차를 못 따라잡고, 일단 밀어붙이고 보다가 일 터지면 수습이 안 돼 온갖 욕은 다 들어먹는다. 결정적으로,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허술한지라 군데군데 비효율 투성이다.

다음과 네이버는 인터넷 업계의 현대와 삼성과 비슷하다. 네이버의 시스템은 효율적이고, 네이버의 시나리오는 늘 치밀하게 준비돼 있다. 그들과 함께 일을 하려면 그 수준에 따라가는 것 자체가 몹시도 피곤하지만, 그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도 된다. 반면 다음의 시스템은 좀 뭐가뭔질 모르겠다. 이쪽에선 이런 소리를 하는 사람이, 저쪽에선 저런 소리를 하고, 새로운 시도가 많은 것 같긴 한데 제대로 수익을 내는 경우는 또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런데 두 인터넷 기업의 차이는 시스템과 창의력의 문제가 아니다. 내 생각엔 오히려 그들의 공식적인 '가치'와 현실에서의 '위치' 사이의 괴리가 문제인 것 같다. 네이버의 경영진들은 늘 공식적인 자리에 서면 자신들의 사회적 역할과, 자신들을 성장시키고 오늘의 성공을 이끌어 준 네티즌들에 대한 감사를 나타낸다. 요컨대 네이버의 공식적인 가치는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이다. 반면 다음의 경영진들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다음의 성공과, 다음의 아름다운 미래를 말한다. 사회를 향해 뭔가 베풀겠다는 생각보다는 자신들이 성공하면 사회도 더 나아질 거라는 믿음이다. 난 이들이 옳다고 본다. 다음 직원들의 더 나은 근무여건을 위해 제주도에 회사를 세웠지만, 결과적으로 그덕에 제주가 발전한다.

그런데 사회에서의 위치는 다르다. 사회에 뭔가 더 많은 기여를 하겠다는 네이버는 늘 욕을 먹는다. 1위 기업이 감수해야 하는 당영한 비판 정도가 아니라, 원색적인 비난이다. 오히려 이윤 추구에 올인하는 다음은 칭송을 받는다. 최근 촛불집회 기간 동안 다음 아고라가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 네이버에 비교해 다음이 매우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기업인 것처럼 일부에서 얘기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그런데, 과연? 삼성이 에버랜드를 통한 경영권 승계 의혹 때문에 수년간 홍역을 치루면서도, 김용철 변호사 이전까지는 나름대로 위기관리를 잘 해왔던 것과는 달리 현대의 피를 물려받은 현대자동차는 글로비스를 통한 편법증여 한 건 만으로 1년 동안 토네이도에 휩싸인 것 같은 대가를 치뤄야 했다. 다음은 아마도 네이버를 보고 미리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반사이익에 도취돼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으면 다음 차례는 다음이다.
Posted by 흰솔
토끼머리2008. 5. 1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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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Dumb&Dumber 대화를 하고 있었다. 일을 하자, 일이 많아서 못 한다, 일이 많으면 사람을 뽑자, 사람을 뽑으려면 돈이 든다, 그럼 다른 데 쓸 돈을 써서 좋은 사람을 쓰자, 그러면 기존 직원들 사기가 떨어져 일을 못 한다, 그럼 사기를 북돋을 수 있는 새로운 과제를 줘서 성과를 내면 인센티브를 주자, 그러면 일이 많아서 못 한다... 논리는 계속 반복된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처럼.

일사불란한 조직의 행동은 대단한 힘을 발휘하지만, 그 힘이 변화에 저항하는 양태로 나타나면 그것만큼 골치 아픈 건 없다. 변화는 어떻게 이끌어지는 걸까.

Posted by 흰솔
토끼머리2008. 5. 6. 10:15

회사가 법무상 문제를 겪고 있는 게 있어서, 변호사와 가끔 만나는데, 우리 회사에 피해를 끼친 상대방에게 소송을 하면서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순진하게 주장했다.

변호사 왈, "법인에는 인격이 없습니다. 개인과 달라요. 인격이 없으니 정신적 피해라는 것도 없고, 당연히 그에 대한 보상도 불가능합니다"라고 했다.

법인에는 인격이 없다. 하지만 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개인들은 자신의 충성도와 업무 몰입도가 높을수록 회사의 인격을 자신의 인격으로 쉽게 치환시킨다. 회사가 힘들면 나도 힘들고, 회사가 공격당하면 내가 먼저 나서서 방해하는 식이다. 충성도와 업무 몰입도가 높은 직원이 유능한 직원은 아니지만, 회사라는 곳은 대개 유능한 직원보다는 충성도와 업무 몰입도가 높은 직원을 더 선호하게 마련이다.

회사에서 '살아남는' 직원이 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인격이 없는 회사가 입게 마련인 정신적인 피해를 스스로 나눠지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스트레스로 인한 탈모, 비만, 알콜중독, 흡연으로 인한 폐암, 심지어 과도한 운동으로 인한 외상까지 모두 산업재해에 해당한다. 법인에 인격이 없기 때문에, 불쌍한 직원들만 죽어난다. ㅠㅠ

Posted by 흰솔
토끼머리2008. 4. 1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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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이번이 두번째다. 그리고, 처음 찾았을 때나, 두번째 찾았을 때나, 변함없이 이 도시에서 가장 매력적인 건, 아마도 무질서다. 홍콩 사람들은 그 속에 질서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나같은 국외자의 경우에야 도저히 질서라는 걸 찾아볼 수가 없다. 이 작은 섬(그리고 반도의 약간)에는 무수히 많은 거미줄같은 골목길이 있고, 꼬불꼬불 굽어진 도로가 이중 삼중으로 서로의 허리를 끊고 교차하며, 제멋대로 들어선 것 같은 제멋대로의 건물들이 제멋대로 크기인 간판을 달고 제멋대로의 광채를 뿜어낸다. 심지어, 이들이 발 딛고 선 시내 중심가의 상당 부분은 큰 계획 없이 제멋대로 바다를 메워 만들어진 간척지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 곳에선 모든 것이 약간씩 과장돼 있다. 간판은 지나치게 크고, 지나치게 화려하며, 지나치게 밝아서 두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고, 백년은 된 것처럼 낡아서 무너질 듯 위태로워 보이는 건물의 바로 옆에 천연덕스럽게도 초현대적인 철골 구조의 마천루가 들어서 있기도 하다. 동네 구석구석에서 찾을 수 있는 사원 인근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술집이 즐비하고, 도박을 금지하는 지역이면서도 주말만 되면 700만 시민의 아마도 대부분이 경마 뉴스를 보기 위해 신문을 집어들고 TV를 켠다. 평생 동안 자기 소유의 집 한 칸 얻지 못하는 시민들이 대부분이고, 스스로의 힘으로 생산해내는 공산물이나 농산물은 거의 없으면서도, 홍콩 사람들은 루이비통 매장에 '입장'하기 위해 날마다 장사진을 이루며 수십 분을 기다려야 하는 줄을 서고, 이 작은 섬에서 타기 위해 페라리와 포르셰를 거침없이 구입한다. 내 공간, 내 가게, 내 건물을 위한 이기적인 개인들의 백년간의 자기과시, 아마도 그런 것들이 쌓이고 모이면 질서가 생겨나고 전체적인 아름다움이 생겨나는 모양이다. 세상은 굳이 자를 대고 재단하려고 들지 않아도, 그 자체로 아름답다.
Posted by 흰솔